[이성필기자]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2골 2도움이라는 맹활약을 하고도 조찬호(수원 삼성)는 수줍은 듯 말을 길게 이어가지 못했다. 지난 2월 포항 스틸러스의 터키 벨렉 동계 전지훈련에서 무릎 십자인대 부상 회복 걱정을 하며 시즌을 준비하던 조찬호의 모습을 떠올리면 활짝 웃어도 좋을텐데 말이다.
조찬호는 16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5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 원정 경기에서 2골 2도움을 기록하며 수원의 4-2 역전 승리에 주역으로 활약했다. 수원에 임대 이적 후 지난 두 경기에서 교체 명단에 있었지만 기회를 얻지 못했던 조찬호는 이날 전격 선발로 나서 0-2로 지고 있던 경기를 원맨쇼를 펼치면서 역전극을 연출했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 왼쪽 풀백 최재수와 1대1 맞임대 이적으로 포항에서 수원 유니폼으로 갈아 입은 조찬호는 이날 제주전에서 펄펄 날았다. 전반 1분 염기훈의 절묘한 패스를 골대와 먼 슈팅으로 마무리한 것은 아쉬웠다. 이어 2분에는 헤딩 슈팅이 왼쪽 포스트 하단을 맞고 나오는 불운도 겪었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은 수원이 0-2로 끌려가다 4골이나 뽑아낼 때 2골과 2도움으로 모두 관여한 것으로 화끈하게 털어냈다.
경기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며 선수 대기실에서 나온 조찬호는 "그냥 운이 좋았다. 동료들이 골을 넣어주고 내게 완벽한 기회를 만들어줬을 뿐이다"라며 자신의 활약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수원 적응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는 "수원은 포항과 큰 틀이 비슷하다. 감독님도 내게 편하게 해줘서 더 열심히 하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서정원 감독이 자유롭게 플레이를 해보라고 한 것은 조찬호에게 큰 힘이었다. 조찬호는 "감독님이 하고 싶은 플레이를 해보라고 하니 자신감을 갖고 경기를 했다"라고 답했다.
아직은 100%의 컨디션이 아닌 것이 사실이다. 그는 "지금도 (몸 상태는) 좋아지고 있다. 여러 변수가 있으니까 잘 관리를 하면서 뛰겠다"라고 조심스러워했다.
일단 수원에서 얻은 기회는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 조찬호의 마음이자 각오다. 그는 "수원이 더 좋은 위치(성적)로 갈 수 있게 마지막까지 힘을 쏟아내겠다. 팀은 개인이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요소가 섞여 팀이 된다. 그 안에서 팀의 일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조이뉴스24 서귀포=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