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바닥에서부터 도전을 시작한 박주호(28,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유럽의 정상권 팀까지 올라갔다. 이제 남은 것은 주전 경쟁이다.
박주호는 지난 29일(한국시간) 도르트문트와 3년 계약을 체결했다. 이적료는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았지만 400만 유로(약 53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박주호는 이영표 KBS 해설위원과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에 이어 세 번째로 도르트문트 유니폼을 입은 한국인 선수가 됐다.
박주호가 해외 무대에서 걸어온 길을 보면 단계적 접근이 눈에 띈다. 대학 강호 숭실대 주전으로 20세 이하(U-20) 청소년 대표팀을 거친 박주호는 2008년 일본 J2(2부리그) 미토 홀리호크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2009년에는 1부리그 가시마 앤틀러스에 입단해 정규리그 2연속 우승에 기여했다. 2010년에는 주빌로 이와타로 이적했다. 나름대로 성과를 냈지만 일본 무대에서 뛰는데다 측면 수비와 공격을 오가는 포시션의 특성으로 인해 주목도는 떨어졌다.
하지만, 박주호는 끝없이 도전했다. 2011년 6월 FC바젤(스위스)로 이적하며 유럽 무대를 노크했다. 바젤 입단 당시 박주호에 대한 시선은 크게 두 가지였다. 유럽 중소리그보다는 그래도 빅리그로 가는 것이 낫다는 시각이 있었고, 바젤 소속으로 유럽클럽대항전에도 나설 수 있기 때문에 박주호가 경험을 쌓아 성장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박주호의 바젤 입단 당시 이적료는 50만 유로(약 8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비용 대비 효율성은 뛰어났다. 바젤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나서면서 박주호도 눈에 띄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꺾는데 일조하는 등 기본적인 실력도 갖췄음을 알렸다.
물론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수비수는 좀처럼 교체 자원으로는 활용되지 않는다. 교체 카드는 대부분이 공격진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확실하게 팀내 입지를 구축하지 않으면 만년 후보로 머물게 된다.
그러나 박주호는 과감한 도전으로 자신만의 입지를 구축하며 바젤의 주전으로 활약했다. 2013년 마인츠05로 이적하며 분데스리가와 인연을 맺었고 분데스리가의 대표적인 멀티플레이어로 이미지를 공고히 했다. 지난해 4월 마인츠와 2년 재계약에 성공하며 가치를 한 번 더 인정받았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병역혜택을 받으면서 부담도 사라졌다.
안정보다 모험을 택한 박주호는 항상 가는 팀마다 주전을 확보하고 우승을 이끌거나 대륙 클럽대항전 진출을 이끄는 등 힘을 보여줬다. 이 덕분에 마인츠와 재계약 과정에서도 함부르크, 도르트문트는 물론 이탈리아와 스페인 유수의 클럽으로부터 이적 제의를 받기도 했다.
박주호 측 관계자는 "유럽 진출 시 단계별 도전을 선택했다. 안정형이 아니라 차근차근 배우면서 올라가자는 계획이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운신의 폭이 넓어지면서 선택 가능한 카드가 많아졌다는 것도 행운이라면 행운이다"라며 도르트문트에서는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전했다.
도르트문트에는 독일 국가대표 마츠 슈멜처라는 확실한 주전이 있지만 박주호는 신경 쓰지 않았다. 마인츠에서 한 시즌을 함께했던 토마스 투헬 감독이 누구보다 박주호 활용법을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은 커진다. 박주호는 왼쪽 수비는 물론 중앙 미드필더로도 뛸 수 있다.
도르트문트는 유로파리그에도 나서는 등 경기수가 많다. 분데스리가 최강 바이에른 뮌헨의 대항마로 꼽힌다. 박주호가 멀티 능력만 보여준다면 도르트문트에서도 충분히 생존 가능하다. 정면 돌파를 선택한 박주호의 다음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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