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KIA 타이거즈가 포스트시즌 진출에 결국 실패했다. 하지만 더 큰 수확이 올 시즌 KIA에게는 있었다.
KIA는 4일 잠실 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0-9로 패했다. 이로써 KIA는 남은 2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5위 자리에 오를 수 없게 됐다. SK 와이번스가 5위를 확정지으며 4위 넥센 히어로즈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벌이게 됐다. 이날 최종전에서 KIA를 꺾은 두산은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물론 KIA에겐 아쉬운 결과다. 시즌 마지막까지 5위 경쟁을 펼치며 버텨왔지만 2경기를 남겨놓고 탈락이 결정됐다. 특히 이틀 전이던 2일까지만 해도 KIA는 3연승을 달리며 5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져 있었다. 그러나 SK의 시즌 최종전 승리와 KIA의 연패가 맞물리며 결국 KIA는 가을야구의 꿈을 접었다.
그러나 KIA의 올 시즌은 실패라고 평가할 수 없다. 오히려 가진 전력에 비해 잘 싸운 편이다. 시즌 개막 전, 여러 전문가들은 KIA의 전력을 최하위권으로 평가했다. 스프링캠프지였던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연습경기에서 9전 전패를 당하며 그런 평가에 설득력이 더해졌다.
사령탑도 걱정이 컸다. 김기태 감독은 "말을 안해서 그렇지 그 때(스프링캠프)는 정말 걱정이 많았다"며 "(신생팀)kt도 우리는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까지 들었다"고 힘들었던 당시를 떠올렸다.
그랬던 KIA에게 윤석민이라는 천군만마가 개막을 앞두고 합류했다. 미국 생활을 접고 친정팀으로 돌아와 시범경기 때부터 합류한 윤석민은 논란 끝에 마무리 보직을 맡기로 했다. 윤석민이 가세하면서 KIA의 전력은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중위권을 다투기에도 버거워 보였다.
개막 후 KIA는 모두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파죽의 6연승을 달리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2003년 이후 무려 12년만의 기록이었다. 곧바로 5연패를 당하며 상승세가 꺾이긴 했지만 이후 KIA는 5할 언저리의 승률을 꾸준히 유지하며 '5할 본능'이라는 말을 탄생시켰다.
아직 불안정한 전력이 고스란히 드러나며 고비도 여러 차례 맞았다. 하지만 그 때마다 선수단이 똘똘 뭉쳐 반등의 기회를 만들어냈다. 결국 KIA는 시즌 막바지까지 치열한 5위 경쟁을 펼치며 프로야구 전체의 흥미를 높였다.
순위표상 결과는 아쉬웠다. 힘겨운 싸움 끝에 5위로 포스트시즌까지 경험했다면 더할 나위가 없었다. 하지만 잃을 것도 없는 KIA였다. 오히려 올 시즌을 통해 젊은 선수들은 큰 경험을 쌓았다.
김기태 감독은 순위싸움이 펼쳐지는 가운데에서도 "끝까지 간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며 "이 과정을 통해 선수들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결과보다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었다.
올 시즌 KIA는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마운드에서는 박준표, 홍건희, 한승혁, 박정수, 임기준 등이, 야수진에서는 김호령, 박찬호, 강한울, 황대인 등이 가능성을 보여줬다. 백용환, 이홍구 두 명의 젊은 공격형 포수의 등장도 수확 중 하나다.
KIA의 올 시즌은 분명 기대 이상이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팀 컬러도 만들어질 조짐이 보인다. 약체라는 평가를 뚫고 끝까지 5위 경쟁도 펼쳤다. 그렇게 KIA는 포스트시즌 막차 티켓을 놓친 대신 팀의 미래를 잡았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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