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혈전의 최종 승자는 두산 베어스였다. 24일 마산 플레이오프 5차전 역시 경기 끝까지 승부를 알 수 없는 치열한 승부였다. 마지막에 웃은 두산은 오는 26일부터 삼성 라이온즈와 대망의 한국시리즈를 시작한다. 최종 5차전에서 승리한 두산의 승인 3가지를 꼽아봤다.
◆결정적 순간 빛난 두산 좌투라인
올 시즌 '좌완왕국'으로 거듭난 두산 베어스. 최종 5차전 승리의 주역은 역시 좌투라인이었다. 선발 장원준과 마무리 이현승, 두 왼손투수 만으로 NC 강타선을 효과적으로 제압했다. 2차전 7이닝 무실점의 주인공 장원준은 이날도 여전했다. 초반 다소 불안한 모습으로 1회와 2회 1점씩 허용했다. 하지만 나머지 4이닝 동안 NC 타선을 효과적으로 묶으면서 역전승의 초석을 놓았다. 이날 장원준의 기록은 6이닝 9피안타 4실점. 투구수 97개에 볼넷 3개를 기록했다.
완벽한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6∼7이닝을 소화하며 승리의 기회를 제공하는 모습을 이날도 재현했다. 장원준의 안정감 있는 피칭을 이은 건 마무리 이현승이다. "5차전에선 일찌감치 나올 수 있다"던 김태형 두산 감독의 공언대로 7회말부터 투입된 이현승은 마지막 3이닝을 흔들림 없이 틀어막았다. 이현승은 두산의 고질적인 뒷문걱정을 한꺼번에 해결해준 인물. 클로저의 길을 새롭게 개척한 이현승 덕분에 두산은 한국시리즈에서도 뒷문이 든든해졌다.
◆5회 5득점, 경험과 집중력이 만든 빅이닝
승부를 가른 건 한 번의 공격이었다. 특히 1-2로 뒤진 5회에만 타자일순하며 5득점,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시리즈 내내 타선이 터지지 않아 답답해 하던 두산이다. 하지만 이날 5회만은 언제 그랬냐는 듯 집중력 있는 공격으로 상대 선발 스튜어트를 녹아웃시켰다. 선두 김재호가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포문을 열자 정수빈은 좌측 2루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허경민 또한 질세라 우전안타를 쳤고, 민병헌의 볼넷으로 조성된 무사 만루에선 김현수가 우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쳤다. 주자 2명이 홈을 밟아 4-2. 양의지는 바뀐 투수 이민호로부터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쳤다. 5-2. 계속된 1사 만루에선 오재일이 2루땅볼로 김현수를 불러들였다. 나오는 타자마다 안타 아니면 출루·희생타였다. 5회 '빅이닝'을 만들면서 두산은 완벽하게 경기의 모멘텀을 가져갔고, 결국 승리를 확신할 수 있었다.
◆긴장을 누른 여유
"큰 경기에선 즐겨야 한다." 김경문 NC 감독이 시리즈 내내 강조한 말이다. 그러나 NC 선수들은 '마지막 승부'의 중압감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몸은 굳었고, 입은 굳게 닫혀 있었다. 코칭스태프도 잔뜩 움츠러들긴 마찬가지. 이는 결국 독으로 작용했다. 1회 이호준의 적시타, 박민우의 우전안타로 1점씩 낸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특히 5회 믿었던 스튜어트가 두산 타선에 난타를 당하며 강판되자 일부 선수들 표정에선 어쩔줄 몰라하는 기색이 엿보이기도 했다.
NC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이번 시리즈 내내 마치 '결전'을 앞둔 무사처럼 과묵하며 심각한 분위기로 일관했다. 반면 두산 선수들은 고참은 물론 어린 선수들도 웃음을 잃지 않으며 큰 경기의 흥과 스릴을 즐겼다. 민병헌 등 두산 선수들은 "정규시즌 한 번 더 하는 것 같다"며 무덤덤해 했다. 홍성흔은 포스트시즌에서만 100경기를 넘게 뛰었다. 1·2차전서 부진한 함덕주는 의기소침한 모습과 거리가 있었다. 큰 경기를 자주, 또 많이 해본 두산과 이제 2번째 '가을야구'를 경험한 NC. 이들의 차이는 결정적 순간 확연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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