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삼적화의 정점을 보여주겠다."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나타난 삼성 라이온즈 투수 장원삼의 말이다.
'삼적화'는 삼성과 산적화(化)를 합친 말로 삼성에 입단한 선수들이 앳된 얼굴을 잃고 거친 모습(?)으로 변해가는 현상을 일컫는다. 주로 인터넷 상에 떠도는 신조어라 할 수 있지만 삼성 선수들도 일반적으로 입에 담고 있다.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가 열린 26일 대구구장. 장원삼을 비롯해 이지영, 김상수 등 평소 말끔한 얼굴을 자랑하는 삼성 선수들이 수염을 잔뜩 기르고 나타났다. 이날 선발 투수 피가로 역시 평소보다 턱수염의 길이가 길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장원삼. 2차전 선발로 예정돼 있는 장원삼은 불펜 피칭을 마친 뒤 취재진에 둘러싸여 자신의 수염에 대해 설명했다.
장원삼은 "삼적화의 정점을 찍으려고 한다"며 "박찬호 선배님 같지 않나. 반응이 너무 뜨겁다. 동료들도 부러워한다"고 자랑스럽다는 듯 수염을 매만지며 말했다. 이어 2차전 선발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높은 니퍼트에 대해 "볼이 좋더라"며 "니퍼트보다는 길게 던져야 한다"고 책임감도 보였다.
장원삼과 마찬가지로 수염을 기른 이지영은 "다 같이 기르자고 해서 기른 것은 아니다"라며 "난 그냥 귀찮아서 면도를 안한 것인데, (장)원삼이 형은 수염을 따로 관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원래 '수염파'인 클로이드의 설명이 재밌다. 클로이드는 "정규시즌 때 장원삼을 포함한 선수들이 나한테 수염을 깎으라고 했다. 그 때 내가 '그럼 너희는 면도 좀 그만해라'고 말했다"며 "그랬더니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장원삼이랑 몇몇이 수염을 기르더라. 좀 놀랐다"고 전했다.
통합 5연패라는 전인미답의 기록에 도전하는 삼성은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 등이 해외원정도박 혐의로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된 것. 따라서 장원삼 등 다른 투수들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선수들은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지만 적지 않은 선수들이 한꺼번에 수염을 기른 것은 한마음으로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일종의 메시지로 보인다. 그 어느 때보다 험난할 것으로 보이는 사자군단의 한국시리즈. 삼적화로 무장한 삼성 선수들이 통합 5연패에 도전한다.
조이뉴스24 대구=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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