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역시나 저력이 있었다.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삼성은 올 시즌 목표를 당연히 KBO리그 사상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넘기 힘들 5연속 통합우승으로 삼았다. 고비는 있었지만 사자군단은 정규리그 1위에 오르며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그런데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대형 악재가 터졌다. '원정 도박 스캔들'에 주축 투수 3명이 연루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파문이 가라앉지 않자 삼성 구단은 결국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 세 명의 주축 투수를 한국시리즈 출전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5연속 통합우승 전망이 어두워졌다.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26일 대구구장에서 치른 한국시리즈 1차전 경기 중반까지는 이런 우려가 고스란히 현실이 되는가 싶었다.
삼성은 6회까지 두산에게 4-8로 리드당하고 있었다. 선발투수 알프레도 피가로는 4회도 채 버티지 못하고 6실점한 후 마운드를 내려갔다.
피가로에 이어 두번째 투수로 등판한 박근홍도 고비를 넘지 못했다. 삼성은 2-6으로 끌려가고 있던 4회말 두 점을 만회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추격조인 박근홍을 내세워 실점을 최소화하려고 했다.
그러나 박근홍은 6회초 1사 만루 위기에 몰린 뒤 두산 김현수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쫓아가던 삼성 입장에서 힘이 쭉 빠질 법한 상황이다,
삼성은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7회말 야마이코 나바로의 3점포로 7-8까지 따라붙었다. 분위기를 이어간 삼성은 2사 2, 3루 기회에서 기어코 승부를 뒤집었다.
역전을 이끌어낸 원동력은 이지영의 '발'이었다. 이지영은 두산 마무리로 조기 투입된 이현승이 던진 3구째 방망이를 돌렸다. 타구는 빗맞아 크게 바운드되며 이현승 쪽으로 향했다. 그대로 이닝이 끝날 것 같았지만 삼성이나 두산 모두에게 믿어지지 않을 상황이 일어났다.
이현승이 1루로 송구한 공을 두산 1루수 오재일이 놓친 것이다. 그 틈을 타 삼성은 3루 주자 박석민과 2루 주자 채태인이 모두 홈을 밟았다. 삼성이 9-8로 역전에 성공한 것이다.
오재일의 포구 실책을 유도한 것이 이지영의 전력 질주였다. 투수 앞 땅볼을 쳐 아웃이 거의 확실했지만 이지영은 1루까지 전력으로 달렸다. 오재일은 달려오는 이지영을 의식하며 포구하다가 자세가 흐트러지며 공을 제대로 글러브에 담지 못한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최선을 다한다는 이지영의 주루플레이 하나가 엄청난 결과를 이끌어낸 셈이다. 결국 삼성은 7회말을 5득점하는 빅이닝으로 만들었고 패배 가능성이 높았던 1차전 승부를 극적으로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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