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치열할 것으로 보인 멍석꾼(리드오프) 전쟁, 현재까지는 일방적이다. 두산 베어스 상승세의 배경 중 하나로 1∼2번 타자들이 출루 전쟁에서 삼성 라이온즈의 막강 콤비에 앞선 점을 꼽을 수 있다.
두산의 상위타선이 한국시리즈서 폭발하고 있다. 첫 2경기서 1∼2번 타순에 배치된 정수빈·허경민·박건우는 타율 6할(15타수 9안타) 2사사구로 무섭게 화력을 뽐냈다. 박한이·박해민, '양박' 콤비를 내세운 삼성을 압도하고 있다. 삼성의 1∼2번 타자들은 첫 2경기서 타율 2할6푼6리(15타수 4안타)에 그쳤다.
비록 8-9로 역전패했지만 두산 타선의 '첨병'들은 1차전서 무섭게 안타행진을 벌였다. 1번 정수빈이 6회 몸맞는 공으로 교체될 때까지 3타수 2안타 1득점 1사구. 2번 허경민은 1회 좌중월 솔로홈런, 2회 좌전안타, 4회 유격수 내야안타, 8회 중전안타로 양팀 타자들 가운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4타수 4안타 3타점에 희생번트까지. 두산이 승리했다면 MVP는 '인생 최고의 경기'를 펼친 허경민의 차지가 유력했다.
왼손 검지 부상을 당한 정수빈이 빠진 2차전에서도 두산 상위타선의 위력은 여전했다. 정수빈 대신 1번타자로 전진배치된 허경민은 5회 4득점의 징검다리가 된 좌전안타, 8회 좌중간 안타로 고조된 타격감을 한껏 발휘했다. 2번타자로 새롭게 나선 박건우는 5회 1사 1,2루서 투수 강습 안타로 제 몫을 했다. 허경민, 박건우의 안타로 1사 만루가 되자 이어 민병헌, 김현수가 연속 적시타를 쳐 두산은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2차전 6-1 완승의 또 다른 원동력이었다.
두산 타선의 상승세는 두 말할 필요 없이 허경민이 주도하고 있다. 이번 한국시리즈서 '미친 가을'을 맞고 있는 허경민은 2차전까지 8타수 6안타로 펄펄 날았다. 거의 매 타석 안타 아니면 희생타다. 삼성으로선 허경민을 잡는 게 3차전부터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당면과제가 됐다.
1차전서 무섭게 치고 달린 정수빈은 빠르면 3차전부터 경기에 나설 전망이다. 부상 부위 탓에 수비는 어렵지만 타격은 상황을 봐서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정상적인 스윙만 할 수 있다면 3차전부터는 지명타자로 출전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 경우 또 한 번 허경민과 콤비를 이뤄 그라운드를 휘저을 태세다.
삼성은 박한이와 박해민의 활약이 경기마다 엇갈린 게 뼈아프다. 1번과 2번타자가 나란히 멍석을 깔아줘야 중심타선 앞에 밥상이 차려진다. 그러나 1차전서 박한이가 4타수 2안타를 치자 2번 박해민은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5회부터 박해민을 교체한 배영섭이 7회 볼넷 1개를 얻었을 뿐이다. 1차전 승리의 기세를 이어야 할 2차전에선 박해민이 4타수 2안타로 힘을 냈지만 이번엔 박한이가 4타수 무안타로 가라 앉았다. 이들의 엇갈린 모습 탓에 득점 기회를 만들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삼성 타선이 두산 선발 더스틴 니퍼트의 위세 속에 단 1득점에 그친 하나의 요인이었다.
29일부터 열리는 시리즈 3∼5차전의 경기 장소는 드넓은 잠실이다. 외야를 꿰둟는 갭파워와 빠른발을 가진 타자들이 유리하기 마련이다. 언제든지 2루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박한이와 단타를 장타로 바꿔놓는 주력의 박해민에게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두산 역시 허경민·박건우·정수빈 호타준족 트리오의 활약에 또 한 번 기대를 걸고 있다. 리드오프 전쟁의 승자가 시리즈를 주도한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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