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대한민국의 4번타자' 이대호(33, 소프트뱅크)가 일본 무대를 평정했다.
이대호는 지난 29일 도쿄도 메이지진구구장에서 열린 야쿠르트와의 일본시리즈 5차전에서 결승 투런홈런을 쏘아올리는 등 3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 소프트뱅크의 5-0 승리를 이끌었다. 소프트뱅크는 4승1패로 우승, 지난해에 이어 2연패를 달성했다. 이대호는 당당히 일본시리즈 MVP에 등극했다.
이번 일본시리즈에서 이대호는 팀의 4번타자라는 중책을 맡았다. 지난해까지는 이대호의 자리였던 4번타자. 그러나 올 시즌 이대호는 우치카와 세이치에게 4번을 넘겨주고 5번 타순에 배치돼 뛰었다.
우치카와가 클라이맥스 시리즈 파이널 스테이지에서 부상을 당하며 전열에서 이탈, 이대호가 다시 4번타자 역할을 하게 됐다. 그리고 이대호는 4번이 자신의 자리라는 듯 매경기 맹타를 휘두르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일본시리즈 5경기에서 이대호는 타율 5할(16타수 8안타)에 2홈런 8타점을 기록했다. 소프트뱅크가 승리를 거둔 4경기 중 이대호가 결승타를 터뜨린 경기가 3경기에 이를 정도로 영양가 만점 활약이었다. 이대호가 아니면 MVP를 받을 선수는 없었다.
한국 선수 최초 일본 시리즈 MVP다. 이대호에 앞서 일본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한국인 선수는 3명 있었다. 이승엽(삼성)이 2005년 지바 롯데와 2009년 요미우리에서 총 2차례, 이병규(LG)가 2007년 주니치에서, 김태균(한화)이 2010년 지바 롯데에서 각각 한 차례씩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러나 MVP와 인연을 맺지는 못했다.
일본 프로야구 전체를 돌아봐도 외국인 선수의 일본시리즈 MVP는 흔치 않다. 팔은 안으로 굽는 법. 어지간히 뛰어난 활약이 아니라면 외국인 선수가 MVP를 차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대호는 1996년 오릭스의 트로이 닐 이후 19년만에, 통산 8번째 외국인 선수 일본시리즈 MVP로 기록됐다.
일본 언론에서도 이대호의 맹활약, MVP 수상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스포츠닛폰은 30일 이대호의 우승 소감을 자세히 전했다. 이대호는 "이제 푹 잘 수 있겠다"며 "MVP는 팀 동료들의 덕분이다. 나는 (주자를) 불러들였을 뿐이다. 좋은 활약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기쁘다"라고 말했다.
부상으로 이탈한 우치카와에 대한 특별한 감정도 전한 이대호다. 이대호는 "(우치카와는) 나에게 있어 매우 큰 존재"라며 "외국인으로서 동료들과 잘 지낼 수 있게 된 것은 우치카와 덕분"이라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MVP 상금 500만엔(약 4천700만원)으로는 "모두와 밥을 먹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대호를 두고 구도 기미야스 감독은 "이제 이대호가 아니라 이대호님"이라며 극존칭을 붙여가며 존중의 뜻을 드러냈다. 이대호가 일본 시리즈 무대는 물론, 사령탑의 마음까지 평정해 버렸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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