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타구를 잡은 유격수 김재호가 1루로 송구를 했다. 1루심의 팔이 올라갔다. 타자 주자 구자욱은 아웃됐고 두산 베어스의 승리가 확정됐다. 마운드에 있던 투수 이현승도 두 팔을 번쩍 들었다. 포수 양의지와 기쁨의 포옹을 했다.
두산 베어스는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15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4-3으로 이겼다.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우위를 지켰다. 두산은 앞으로 남은 3경기에서 1승만 더한다면 지난 2001년 이후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다.
이현승은 8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세번째 투수로 노경은을 구원 등판했다. 4-3, 한 점 차 리드를 지키기 위해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현승 카드'를 꺼냈다. 뒤는 없었다. 마무리 이현승이 무너지면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
8회 두 타자를 가볍게 처리한 그는 9회초 1사 이후 위기를 맞았다. 박해민, 박한이, 이흥련에게 연속안타를 허용하며 만루로 몰렸다. 내야안타 2개가 포함돼 실점하지 않은 부분이 다행이었다. 그러나 동점 내지 역전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은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이현승은 이 압박을 잘 견뎠다. 김상수와 구자욱을 잇따라 범타로 처리했다. 김상수의 3루수 앞 땅볼을 잡은 허경민이 정확하게 홈으로 송구해 3루 주자 박해민을 홈에서 포스아웃 시킨 덕분에 투아웃이 되면서 어깨가 한결 가벼워졌다.
이현승은 경기가 끝난 뒤 "앞서 나와 공을 던졌던 노경은이 워낙 좋은 투구를 보였다"며 "그래서 반드시 막아내고 싶었다. (노)경은이가 올 시즌 고생을 많이 했고 힘들었는데 이 경기를 계기로 자신감을 찾았으면 한다"고 2회부터 등판해 5.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준 노경은을 격려했다.
그는 9회 위기상황에 대해서는 "주자가 나간 뒤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간 것 같다"며 "(허)경민이의 홈 송구로 동점 허용을 막았다. 더 집중하게 되더라.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던 김재호의 수비도 좋았다. 수비 덕에 팀 승리를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뒷문을 걸어 잠근 공로를 동료들에게 돌린 것이다.
이현승은 한국시리즈 출발이 좋지 못했다. 지난 26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1차전에서 그는 패전투수가 됐다. 8-7로 앞선 7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는데 안타를 맞고 폭투를 범해 2, 3루 위기를 자초했다. 여기서 이지영을 투수 앞 땅볼로 유도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1루 송구가 뒤로 빠졌다. 1루수 오재일의 포구 실책이었지만 역전 주자를 내보낸 이현승의 책임도 있었다.
삼성이 9-8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현승은 이후 8회말까지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컵에 다시 담을 순 없었다.
2차전에 등판하지 않았던 이현승은 3차전에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5-1로 앞서고 있어 세이브 상황은 아니었지만 8회초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선발투수 장원준에 이어 두번째 투수로 나와 무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막아냈다. 장원준과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그리고 4차전에서는 한 점 차 마무리에 성공하며 이틀 연속으로 팀 승리에 보탬이 된 것이다.
이현승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5차전에서도 등판 대기한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리드 상황이 된다면 더스틴 니퍼트까지 마운드에 올리는 총력전으로 5차전에서 승부를 끝낼 계획을 갖고 있다. 승기를 잡으면 확실하게 안방에서 시리즈 우승을 확정하겠다는 의미다.
이현승도 "우리팀의 흐름이 좋은데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그가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뒤 마운드에서 두 팔을 번쩍 들고 환호하는 주인공이 될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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