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울리 슈틸리케(61) 축구대표팀 감독은 부임 후 K리그 클래식은 물론 챌린지(2부리그) 홈 구장들도 두루 살폈다. 선수 발굴이 최우선 과제였지만 경기장 관리 상태까지 세심하게 체크했다. 경기력부터 선수 육성 등 모든 부문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K리그를 향한 조언들이 쏟아졌다.
슈틸리케 감독의 날카로운 지적은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펼쳐진 대표팀 훈련에서도 나왔다. 대표팀은 오는 1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2차 예선 G조 조별리그 5차전 미얀마와의 홈 경기를 치른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 버스에서 내린 뒤 보조경기장 그라운드 잔디 상태를 보자마자 고개를 가로저었다. 울퉁불퉁하고 곳곳이 패인 데다 누렇게 변색한 잔디 상태를 본 뒤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도 "대표팀이 우선시 돼야 하는데 경기장 상태가 경기력에 도움을 주지 않는 것 같아서 아쉬움이 생긴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미 보조경기장은 물론 평소 수원 삼성의 홈 경기를 통해 수원월드컵경기장 상태를 확인해온 그이기에 자연스럽게 터져나온 불만이었다.
지난 3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질랜드와의 평가전 이야기도 꺼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뉴질랜드와의 평가전 당시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상태도 좋지 못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홈팀이 경기장 여건 때문에 오히려 불리함에 빠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대한 뼈있는 발언이었다. 일차적인 책임은 A매치 장소를 선정하는 대한축구협회에 있다. 슈틸리케 감독도 "축구협회의 누가 어떤 방식으로 경기 장소를 선정하는지 모르겠지만, 팀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대표팀 경기 장소는 K리그 팀들이 홈구장으로 쓰는 곳들이다. K리그가 아니어도 챌린지, 내셔널리그, 챌린저스리그 등 하부 리그 팀들도 사용하는 경기장이라는 점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지적은 수원은 물론 프로축구를 주관하는 주체들을 향한 것이기도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최근 수원월드컵경기장의 상업권 확보를 두고 논란이 빚어진 수원과 (재)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의 상황에 대해서도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협회 한 관계자는 "슈틸리케 감독은 양측의 싸움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유럽의 경우 홈 경기 시 모든 권리는 홈 팀에 있고 경기장도 홈 팀이 전용으로 사용하는데 관리 주체가 나뉜 것에 대해 의문을 보였다고 한다. 유럽과 다른 부분에 대해서도 물었다"라고 전했다.
K리그 대부분의 경기장은 해당 지자체의 시설관리공단에서 관리를 맡는다. 대중이 이용하는 공공시설물이기 때문이다. 포항 스틸러스, 전남 드래곤즈만 모기업 포스코가 기부채납 형태로 전용구장을 소유하고 있다.
수원월드컵경기장의 경우 건립 당시의 특수성으로 인해 경기도 60%-수원시 40%의 지분으로 나눠 독특한 형태인 월드컵재단이 만들어졌다. 공공기관인 관리공단과 달리 월드컵재단은 수익사업으로 자구책을 모색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가장 큰 고객인 수원 구단으로부터 임대료 및 시설물 설치 등으로 상당액을 받으면서도 경기장은 물론 보조경기장까지 부실한 관리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줬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런 상황은 대표팀만이 아니다. K리그 팀들이 제대로 된 경기장이나 그라운드에서 경기를 하지 못하는 부분이 안타깝다. 관리재단이나 시설공단 등이 축구 목적에 맞게 잔디 관리를 해달라"라고 주문했다. K리그가 완벽한 프로리그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문제가 아직도 많다는 것을 슈틸리케 감독이 역설한 셈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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