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감독님이 그저 대단한 것 같아요."
지난 16~17일 충남 천안축구센터에서는 홍명보 장학재단이 주최한 한국 축구 수비수 육성 프로젝트인 제9차 코리아 실드 프로젝트(K.S.P)가 열렸다. 이날 17세 이하(U-17) 월드컵에 출전했던 이상민(울산 현대고), 이승모(포항제철고) 등 20명이 비가 오는 가운데 홍명보 감독으로부터 특급 지도를 받았다.
20명 중 19명은 모두 국내 선수였다. 딱 1명만 해외파였는데 일본에서 활약하는 선수였다. 중앙 수비수 겸 중앙 미드필더 유지하(16, 요코하마 마리노스)다.
유지하는 부모님을 통해 홍명보 장학재단에 자신의 경력을 담은 프로필을 보내 K.S.P에 참가하고 싶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전했다고 한다. 보통 대한축구협회의 선수 추천을 통해 유망 수비수들을 선발하는 홍명보 장학재단은 다양한 경력에 일본에서 뛴다는 점이 특이해 유지하를 참가시켰다고 한다.
유지하는 일본 유소년 축구계에 이름을 알리고 있다. 스페인 양대 명문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테스트 제의를 받았고 이 중 바르셀로나와는 3박 4일 테스트 중 이틀째에 합격 통보를 받았다.(하단 관련 기사 참조) 그러나 부친의 일본 지사 발령으로 어쩔 수 없이 일본으로 향했고 잘 성장해 요코하마 유스팀에 올라갔다.
1년 사이 유지하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3월 당시 17세 이하(U-17) 월드컵을 준비하기 위해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사닉스컵에 나선 U-17 대표팀에 초청 선수 자격으로 불려가 함께 훈련을 하기도 했다. 지난 8월에는 J리그 16세 이하(U-16) 대표 18명에 당당히 이름을 올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원정을 다녀오기도 했다. 교포가 아닌 순수 한국인이 J리그 대표로 뽑힌 것도 이례적인 데다 유일한 외국인 선수였다. 요코하마 소속 유스로도 유지하 혼자였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20세 이하(U-20) 팀으로 구성됐다. 이들을 상대로 유지하는 모두 선발로 뛰며 골까지 넣었다고 한다. 세트피스에서 공격 가담 능력이 뛰어나다. 1년 사이 신장도 좀 더 커 185.5㎝까지 자랐다. 요코하마 유스는 고3이 주전이라 리저브 경기에만 주로 나서고 있다고 한다.
지난 9월 울산 현대를 비롯해 가시마 앤틀러스, 제프 치바, 마쓰모토 야마가(이상 일본), 촌부리FC(태국), 항저우 그린타운(중국), PVF(베트남)가 참가한 J리그 U-17 챌린지컵에서는 모두 주전으로 나서 우승을 이끌었다. 유지하는 동료들과 일본어로 의사소통을 하는데도 문제가 없을 정도다.
워낙 도드라지는 체형에 외모까지 눈에 띄어 다른 구단의 유스에서도 유지하를 잘 알고 있었다. 특히 감바 오사카 유스에서 유지하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유지하는 "아마 감바와는 중학생 때 자주 경기를 해봐서 알 것이다. 요코하마 유스는 J리그에서도 최정상급이다"라고 말했다.
K.S.P에서 만난 유지하는 수줍은 학생이었다. 그는 "아는 선수가 거의 없고 그나마 U-17 형들과 연락하고 지냈었는데 이렇게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라고 말했다. 형들이 월드컵 16강 진출을 해내는 것을 보며 자극이 됐다는 유지하는 "더 잘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또래 선수들이 해내는데 나라고 해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유지하가 닮고 싶은 선수는 기성용(스완지시티)이다. 유지하는 "기성용 선수의 패스 등을 닮고 싶다"라며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파주 NFC)에서 만났던 홍명보 감독을 9년여 만에 재회했다는 유지하는 "감독님이 열성적으로 가르쳐주시더라. 대단한 분이다. 더 배워보고 싶다. 이런 프로그램에 자주 오고 싶다"라며 홍 감독이 가르쳐 준 수비법을 통해 더욱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유지하의 1차 목표는 요코하마 성인팀에 데뷔하는 것이다. 요코하마는 유지하의 성장을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국제대회에는 반드시 출전시켜 기량 성장을 유도하고 있다. 유지하도 "성인팀에 꼭 데뷔해서 일본에서도 좋은 선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그 다음에는 국가대표도 되고 싶다"라며 어리지만 어른스러운 목표를 던졌다.
조이뉴스24 천안=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