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저도 선수 시절에 다 겪어봤습니다."
신태용 22세 이하(U-22) 축구대표팀 감독은 호탕하게 웃으면서 선수들을 바라봤다. 차가운 동해 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체력 회복 테스트로 선수들의 힘을 빼는 것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교차한 것이다.
내년 1월 카타르 도하에서 예정된 아시아 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겸 리우 올림픽 아시아 예선을 준비하는 신 감독은 17일 울산에서 시작된 2차 전지훈련에 선수들의 체력과 전술 회복에 모든 역량을 쏟고 있다.
18일 강동축구장에서 열린 훈련에서는 공포의 삑삑이로 불리는 셔틀런으로 선수들의 신체 회복 능력과 지구력을 점검했다. 제주에서도 했지만 당시와 비교해 얼마나 달라졌는지, 제대로 자신을 관리했는지 확인하는 차원이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온 이상 극한도 견뎌야 한다는 것이 신 감독의 생각이다. 최고가 되려면 당연한 고통이라는 이야기다.
대표팀의 일정은 빡빡하다. 20~21일에는 숭실대, 광운대와 연습경기가 예정되어 있다. 22일에는 팔공산 산행으로 기분을 새롭게 하고 23~24일에는 광운대, 건국대와 연습경기로 전술을 가다듬는다.
성탄절 당일인 25일에도 오전 회복 훈련이 있다. 이날 오후에야 해산하고 26일께 도하에 갈 23명을 최종 발표한다. 성탄 전야와 당일의 기분을 느낄 여유 자체가 없는 셈이다.
23세 이하의 '젊은 피'들에게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4일 연습경기를 치르고 해산해 성탄 전야의 기분을 만끽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신 감독은 단호했다. 그는 "선수들의 마음을 모를 리 없지만, 대표팀은 28일 최종 전훈지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로 떠난다. 대사를 앞둔 상황에서 성탄 여유를 느낄 수 있겠는가"라며 지금은 아시아에서 주어진 3장의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하는 것에 모든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감독은 성남 일화 시절 대표적으로 유연함이 넘치는 감독이었다. '형님 리더십'이라는 수식어가 그를 상징할 정도로 선수들에게 자율을 확실하게 보장했다. 그래서 U-22 대표팀에서의 단호함은 의외다.
그는 "나 역시 현역 시절에 같은 상황을 겪어봤다. 그러나 지금은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선수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잠깐의 즐거움은 잊어주기를 바랐다. 신 감독 스스로도 대표팀 소집 전 지인들과 회포를 풀고 모든 것을 정리했다. 팀을 위해 알아서 움직여주기를 바라는 신 감독이다.
조이뉴스24 울산=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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