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야구팬들은 올 한 해 바다 건너 전해진 해외파 선수들의 활약 소식에 들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류현진(LA 다저스)이 어깨 부상으로 한 시즌을 통째로 쉬는 악재가 있었지만 강정호(피츠버그)와 추신수(텍사스)의 시원한 스윙에 환호했다.
한국과 가까운 일본에서도 한국 선수들의 활약은 이어졌다. 이대호와 오승환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대호는 소속팀 소프트뱅크가 일본프로야구에서 통합우승을 차지하는데 큰 힘을 보탰다. 소프트뱅크는 퍼시픽리그 우승에 이어 일본시리즈에서도 야쿠르트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이대호는 일본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며 정점을 찍었다. 오승환 역시 한신의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 41세이브를 올리며 일본프로야구 외국인 최다 세이브 타이 기록을 세우며 구원왕 2연패를 달성했다.
◆일본 넘고 미국 노크?
이대호는 올 시즌 정규리그 141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8푼2리(510타수 144안타)를 기록했다. 지난해 3할 타율보다는 낮아졌지만 홈런과 타점은 오히려 늘어났다. 중심타자로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낸 셈이다.
그는 31홈런 98타점을 기록했다. 지난 2012년 일본 진출 이후 가장 많은 홈런과 타점을 올린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이대호를 중심으로 야나기타 유키, 마쓰다 노부히로 등으로 막강 타선을 구축했다. 그 결과는 통합우승이라는 달콤한 열매로 찾아왔다. 일본시리즈 2년 연속 우승이다.
이대호는 정규시즌뿐 아니라 일본시리즈에서도 펄펄 날았다. 소프트뱅크의 우승이 결정된 지난 10월 29일 도쿄 메이지 진구구장에서 열린 시리즈 5차전에 이대호는 1루수 겸 4번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시즌 내내 4번타자를 맡았던 우치키와가 당시 부상을 당해 이대호가 4번타자로 나섰는데 그 공백을 메우고도 남았다. 이대호는 5차전에서 천금의 결승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그는 일본시리즈에서 타율 5할(16타수8안타)에 2홈런 8타점을 기록했다, 이대호의 MVP 수상에는 이견이 없었다. 이대호는 일본프로야구 역사상 외국인선수 일본시리즈 MVP를 차지한 7번째 주인공이 됐다. 지난 1996년 트로이 닐(당시 오릭스) 이후 19년 만에 이대호가 뒤를 이었다.
일본 무대를 평정한 이대호의 시선은 메이저리그로 향해 있다. 소프트뱅크와 '2+1' 계약을 맺었던 이대호는 일단 팀 잔류 대신 메이저리그의 문을 노크하기로 했다. 소프트뱅크는 이대호가 미국 진출에 실패하면 반드시 붙잡겠다며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대호는 오프시즌에서 또 하나의 성과를 거뒀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야구대표팀에 승선해 2015 WBSC 주최 '프리미어12'에 대표로 출전, 한국의 초대 우승에 힘을 보탰다. 이대호는 대표팀에서 맏형 노릇을 든든히 해냈다.
◆든든한 마무리, 그러나 추운 겨울
오승환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투수였다. 삼성 라이온즈 시절 돌직구를 앞세워 팀의 5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 했다.
그는 지난해 일본프로야구로 건너갔다. 한신 유니폼을 입은 오승환은 일본에서도 KBO리그에서 뛸 때와 마찬가지로 변함 없는 마무리 실력을 보여줬다.
지난해 32경기에 나와 2승 4패 39세이브 평균자책점 1.76을 기록하며 '한신의 수호신'으로 자리를 잡았다. 올 시즌에도 한신의 뒷문을 단단히 걸어 잠궜다.
33경기에 등판해 2승 3패 41세이브를 올렸다. 평균자책점이 2.73으로 높아진 것이 흠이긴 했지만 일본프로야구 생활 2년 동안 80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는 올 시즌 초반이던 지난 4월 29일 야쿠르트전에서 구원에 성공, 한신의 역대 외국인투수 최다 세이브 기록을 넘어섰다.
오승환이 올 시즌 올린 41세이브는 일본프로야구 외국인투수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과 타이다. 지난 2008년 요미우리에서 마무리로 활약한 마크 크룬(41세이브)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오승환 역시 시즌 종료 후 미국 진출을 선언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좋지 않다. 이대호와 달리 선택지가 좁다. 불법 원정 도박 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일본 복귀는 물 건너간 상황이다. 한신은 이를 이유로 오승환과 재계약 협상 테이블을 치웠다.
KBO리그 복귀도 현재로서는 낙관할 수 없다. 검찰 조사 결과가 무혐의로 나오지 않는 이상 어렵다. 바라볼 곳은 메이저리그 뿐인데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쓸 만한 불펜투수감을 찾고 있는 구단이 여럿이라고는 하지만 미국 현지에서 오승환에 대한 언급은 적은 편이다. 오승환은 어느 때보다도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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