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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2]롯데, 24년 거슬러 성적과 흥행 잡나


[신년기획]뒷문 강화로 마운드 약점 보강, 4년만에 가을야구 기대감 상승

[류한준기자] 시카고 컵스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오랜 기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팀이다. 20세기인 지난 1908년 우승 이후 지금까지 월드시리즈 정상과 인연이 없다.

KBO리그는 메이저리그와 견줘 출범 역사가 짧지만 마치 컵스처럼 한국시리즈 우승과 오랜 기간 인연이 없는 팀이 있다. 구도 부산을 연고지로 하는 롯데 자이언츠다.

롯데는 KBO리그가 시작된 1982년 원년 6개팀 중 하나다. 구단 로고와 선수단이 착용하는 유니폼 디자인 등은 바뀌었지만 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팀명칭과 연고지 이동이 단 한 번도 없이 역사를 유지해온 팀이 롯데다.

롯데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은 건 지난 1992년이다. 지난 시즌까지 롯데는 준우승만 두 차례(1995, 1999년) 차지했다. 그렇게 벌써 24년의 시간이 흘렀다.

◆1992 마운드에는 염종석 있었다…최동원 이후 최고 임팩트

롯데의 1992시즌 우승을 이끈 주역은 단연 염종석이다. 부산고를 나와 바로 1992년에 KBO리그에 데뷔한 염종석은 신인이면서도 팀 마운드의 한 축을 맡았다.

그는 정규시즌 35경기에 등판해 17승 9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2.33을 기록했다. 베테랑 투수 윤학길과 함께 팀내 최다승을 올렸다. 염종석은 평균자책점 부문에서는 리그 1위에 올랐고 신인왕도 차지했다.

에이스 윤학길도 당시 마운드의 든든한 버팀목 노릇을 했다. 30경기에 나와 17승 5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3.61을 기록했다. 그 전 해인 1991년 17승(12패)에 이어 2년 연속 17승을 올렸다. 특히 완투를 한 횟수는 14경기나 됐다.

롯데는 윤학길-염종석 원투펀치와 함께 쏠쏠한 선발진을 구축했다. 둘을 제외하고 두자릿수 승수를 올린 투수는 없었지만 박동희와 좌완 김태형이 각각 7승을 보탰다. 여기에 또 다른 신인 윤형배가 8승 3패 3세이브로 힘을 실었다.

롯데는 정규시즌 126경기에서 71승 55패를 기록하며 3위를 차지해 포스트시즌에 나갔다. 한국시리즈 우승 후보로 롯데를 예상한 이는 적었다. 그러나 롯데는 '가을야구'에서 무서운 힘을 보였다.

준플레이프에서 삼성 라이온즈, 플레이오프에서 해태 타이거즈(현 KIA)를 꺾고 한국시리즈에 올라 당시 최강 전력을 꾸린 빙그레 이글스(현 한화)를 만났다.

롯데는 빙그레에게 시리즈 전적 4승 1패를 거두며 1984년 첫 우승 이후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준플레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온 팀들 중에서 최초로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품에 안은 기록도 만들었다.

염종석은 시리즈의 분수령이 된 4차전에서 승리투수가 되는 등 제몫을 했다.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는 2승 1세이브를 올린 박동희가 선정됐다.

◆잘 치고 잘 달린 타선, 우승 원동력

마운드의 힘으로만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열매를 맺긴 힘들다. 롯데는 1992시즌 타선도 강했다.

홈런을 펑펑 쏘아올리며 상대 마운드를 떨게 하는 타선은 아니었다. 롯데는 그 해 8개 구단 중 가장 적은 85개의 팀홈런을 쳤다. 확실한 대포는 없었지만 '소총부대'로 불리던 타선은 매서웠다.

팀내 타율 1위를 차지한 박정태(3할3푼5리)를 앞세워 김민호(3할2푼2리) 김응국(3할1푼9리) 이종운(3할1푼4리) 전준호(3할) 등 3할 타자 5명이 타선을 이끌었다. 이들 외에도 공필성(2할8푼6리) 한영준(2할7푼2리)도 짭짤한 활약을 보였다.

롯데는 당시 팀타율 2할8푼8리를 기록했다. 여기에 잘 뛰기까지 했다. 전준호가 33도루, 김응국이 29도루, 이종운이 21도루를 각각 기록했다.

강력한 한 방을 날리는 능력은 다른 팀들과 비교해 떨어졌지만 타자들은 찬스를 만들고 이를 놓치지 않고 득점과 연결하는 끈기가 있었다.

마운드와 타선이 조화를 이룬 롯데는 관중 동원에서도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두 시즌 연속으로 안방인 사직구장에서 100만 이상의 관중을 기록했다. 팀 성적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

롯데의 1992년 당시 한국시리즈 우승은 극적이었다. 롯데 구단은 이후에도 팬 행사의 하나로 '어게인 1992' 이벤트를 꾸준히 열고 있다.

◆시즌 출발 언제나 희망, 2016년 '이번 만큼은'

24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롯데의 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은 이제 더이상 팀에 남아있지 않다. 당시 최고 스타 중 두 명인 장효조와 박동희는 이미 세상을 떠나 고인이 되었다.

선수 은퇴 후 롯데의 코치로 후배들을 지도했던 김민호, 윤학길, 김응국, 공필성, 염종석 등도 차례로 팀을 떠났다. 1992년 우승 주역 가운데 처음으로 롯데 사령탑에 오른 이종운 전 감독은 2015년 한 시즌 만에 보따리를 쌌다. 이 전 감독은 '가을야구' 진출 실패와 팀 성적 부진(정규리그 8위) 책임을 지고 감독 자리에서 물러났다.

2016년 롯데는 조원우 감독 체제로 새롭게 출발한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롯데는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조쉬 린드블럼, 브룩스 레일리(이상 투수) 짐 아두치(외야수) 등 지난 시즌 만점 활약을 보여준 외국인선수 3명과 일찌감치 재계약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송승준(투수)을 잔류시키는데 성공했다.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밝혔던 손아섭(외야수)과 황재균(내야수)도 계속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됐다.

팀의 약점으로 늘 꼽히던 마무리투수 자리도 외부 FA 영입을 통해 보완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넥센 히어로즈 소속으로 뛰며 154세이브를 기록한 검증된 마무리 손승락을 데려왔다. SK 와이번스에서 FA 자격을 얻은 윤길현도 영입하며 팀 역사상 가장 탄탄한 중간계투진을 구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차 드래프트에서 박헌도라는 수준급 백업 자원을 뽑은 것도 전력 플러스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안방마님 강민호를 필두로 최준석, 황재균, 정훈에 손아섭, 아두치 등이 버티고 있는 타선은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다. 오승택, 김문호에 지난 시즌 부진했던 박종윤까지 회복할 경우 타선 짜임새는 더욱 탄탄해진다.

하지만 불안요소는 있다. 린드블럼, 레일리, 송승준 외에 4, 5선발 자리가 여전히 확실하지 않다. 박세웅, 김원중 등 신예들과 이재곤, 배장호 등 이제는 중고참이 된 선수들, 군에서 전역한 뒤 팀에 복귀한 고원준, 진명호 등의 후보들 가운데서 4, 5선발을 맡을 선수가 반드시 나와야 한다.

수비와 공격에서 나오는 실수도 줄여야 한다. 롯데는 지난 시즌 수비에서 실책 114개를 저질러 이 부문 2위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냈다. 신생팀으로 1군에 처음 참가한 kt 위즈(118실책)를 제외하면 사실상 가장 많은 실책을 범한 팀이 롯데라는 의미다.

조원우 감독은 부임 이후 '기본기를 지키는 야구'를 선언했다. 실책과 실수를 줄이는 걸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은 셈이다. 또 구단은 적극적인 전력 보강으로 '가을야구' 진출 목표를 분명하게 밝혔다. 또 멀어진 팬심도 붙잡아 사직구장을 다시 야구 열기로 뜨겁게 달구려 한다.

초보사령탑인 조 감독에게는 분명 부담 요소다. 롯데가 '가을야구'에 참가한 것은 지난 2012년이 마지막이다. 24년 묵은 숙원인 한국시리즈 우승도 가을야구 무대에 나가야만 달성할 수 있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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