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지난해 KIA 타이거즈는 정규시즌 7위에 그쳤다. 마지막까지 5강 싸움을 벌였으나 역부족이었다. 원체 전력이 약했다. 7위에 오른 것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KIA는 시즌 종료 후 별다른 전력 보강을 하지 않았다. FA 시장에서는 불펜 투수 영입을 노렸으나 조건이 맞지 않아 과감히 포기했다. 내부 FA였던 '캡틴' 이범호와 재계약한 것이 전부였다.
◆특급 외국인 헥터와 지크
보강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FA에게 거액을 안기는 것보다 특급 외국인 선수를 영입한 것이 KIA의 전략이었다. KIA는 새 외국인투수 헥터 노에시, 지크 스프루일과 함께 올 시즌을 시작한다.
헥터는 170만달러에 계약했다. 이는 역대 외국인 선수 최고 몸값 2위다. 1위는 한화 이글스와 재계약한 에스밀 로저스의 190만달러.
헥터는 메이저리그 통산 107경기 등판, 12승 31패 평균자책점 5.31을 기록했다. 크게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지만 현역 메이저리거 출신이라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시카고 화이트삭스 소속으로 10경기에 등판(4패 평균자책점 6.89)했다.
지크는 헥터보다는 낮은 70만달러에 KIA 유니폼을 입었다. 메이저리그 경력(12경기 1승 3패 평균자책점 4.24)이 헥터보다 부족하다. 하지만 지난해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12'에서 미국 대표팀 소속으로 한국 대표팀을 상대로 선발 등판, 호투를 펼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09년 로페즈, 구톰슨처럼?
KIA로서는 2009년의 재현을 기대해볼 만하다. 2009년은 KIA가 'V10'을 달성한 시즌. 당시 KIA는 아퀼라노 로페즈와 릭 구톰슨, 두 명의 외국인 투수가 맹활약하며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했다. 로페즈는 14승, 구톰슨은 13승으로 두 선수가 27승을 합작했다.
헥터와 지크가 합류하며 KIA의 선발진은 10개 구단 최강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좌우 에이스 양현종과 윤석민이 건재한데다 지난해 9승을 올리며 기량이 급성장한 임준혁도 5선발로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2009년도 상황은 비슷했다. 로페즈와 구톰슨이 선발 원투펀치 역할을 맡았고, 양현종이 12승으로 그 뒤를 받쳤다. 윤석민도 9승을 거들었다. 그렇게 탄탄한 4명의 선발진이 김상현-최희섭 등 강력한 중심타선과 함께 시너지를 발휘, 우승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마무리 공백 어떻게 메우나
관건은 뒷문이다. 지난해 마무리를 맡았던 윤석민이 선발로 돌아서 뒤가 허전해졌다. 마찬가지로 확실한 마무리없이 시즌을 시작했던 2009년의 유동훈처럼, 누군가 반짝 활약을 해주는 선수가 필요하다. 유동훈은 2009년 6승 2패 22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0.53이라는 특급 성적을 거뒀다.
현 시점에서 KIA의 가장 유력한 마무리 후보는 좌완 심동섭이다. 심동섭은 지난해 윤석민이 메이저리그에서 유턴해 오기 전까지 마무리 1순위였다. 불같은 강속구를 뒷받침할 제구력을 갖추는 것이 심동섭의 마무리 안착 필수 요건이다.
◆돌아온 한기주와 곽정철, 2차 드래프트 이적생도 기대
부상에서 돌아오는 선수들도 있다. 강속구 투수 한기주와 곽정철이다. 한기주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4년만의 스프링캠프 참가다. 곽정철은 함평에서 몸을 만들고 있다.
한기주는 2012년 이후 팔꿈치와 손가락, 어깨가 잇따라 아팠다. 곽정철은 무릎 부상으로 2011년 이후 1군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만약 두 선수가 정상적인 몸상태로 1군 엔트리에 합류한다면, KIA의 마운드에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한기주와 곽정철 모두 지난해 실전 점검을 마쳤다. 한기주는 1군 7경기에 등판, 8.1이닝을 소화하며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3.24를 기록했다. 곽정철은 퓨처스리그 29경기에서 34.2이닝을 소화, 2승4패 5홀드 평균자책점 6.49의 기록을 남겼다.
이 밖에 2차 드래프트를 통해 가세한 우완 투수 배힘찬(전 넥센), 외야수 윤정우(전 LG)도 기대를 걸어볼 만한 선수들이다. 경찰청에서 전역한 포수 한승택 역시 안방의 보강 요소다.
외국인 투수 외에 뚜렷한 전력 보강 요소는 없다. 하지만 더 나빠질 것 또한 없는 KIA다. 지난해 전력에서 빠져나간 선수는 은퇴를 선언한 최희섭과 박기남, 2차 드래프트로 이적한 차일목(한화) 정도다. 가진 전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KIA의 올 시즌은 모두를 놀라게 할 수도, 힘겨운 싸움이 될 수도 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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