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기자] 여자친구가 걸그룹 세대교체의 선봉에 섰다.
1년에 수백여 팀이 쏟아지는 가요계, 많은 아이돌이 등장하고 또 사라진다. 탄탄한 팬덤을 가진 보이그룹은 상대적으로 생명력이 길고, 세대교체도 더디다. 정상급 그룹부터 신인 그룹까지 팬덤을 나눠가지며 공존한다. 반면 걸그룹의 세대교체는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소녀시대를 제외하곤 이렇다할 활약을 보이고 있는 그룹들이 사라졌다. 2세대 걸그룹을 이끌던 카라는 멤버들이 홀로서기를 선언하며 사실상 해체됐고, 2NE1 역시 공백이 길어지며 존재감이 무뎌지고 있다. 에이핑크와 걸스데이, 미쓰에이, 포미닛, AOA 등이 여전히 자리를 견고하게 지키고 있지만, 후발 주자들의 역습이 만만치 않다. 레드벨벳과 마마무가 차츰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고, 걸그룹 중 가장 늦게 데뷔한 트와이스의 성장도 무섭다.
걸그룹의 세대교체 흐름 속 단연 눈에 띄는 건 여자친구다. 이제 막 데뷔한지 1년이 지난 여자친구는 그 어느 걸그룹보다 빠르게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데뷔곡 '유리구슬'에 이어 '오늘부터 우리는'까지 연타석 홈런을 치며 걸그룹 대전 '복병'이 되더니, 최근 발표한 '시간을 달려서'로 '대세'로 올라섰다. 어쩌다 한 곡 터진게 아니라, 3연속 흥행이라는 기록을 쓰며 제대로 속도가 붙었다.
신곡 '시간을 달려서'는 발매 직후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고, 태연과 엠씨더맥스 등 막강한 가수들의 컴백 속에서도 상위권에 올랐다. 주목할 만한 건 지난해 7월 발표한 '오늘부터 우리는'이 '시간을 달려서' 발표와 맞물려 순위가 더욱 상승했다는 것. 이미 6개월 간 음원차트 20위권 내에서 꾸준히 롱런했던 '오늘부터 우리는'은 신곡과 나란히 차트 상위권에 자리잡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는 여느 걸그룹들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성적이다. 지난해 여름 걸그룹 대전 당시 나온 대부분의 곡들은 '차트 아웃' 당한지 오래 됐다. 그 시즌 '반짝'하고 사라지는 곡들과 달리 여자친구의 이같은 '롱런'은 노래의 대중적인 인기를 보여주는 지표이자, 또 다른 의미의 진짜 유행곡이 된 셈이다.
그렇게 대세의 기운을 품고 달리던 여자친구는 '시간을 달려서'로 제대로 올라섰다. 지난 2일 음악프로그램에서 데뷔 후 첫 1위도 꿰찼고, 세번째 빌보드 월드앨범차트에서 '스노플레이크(Snowflake)'는 10위를 차지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3곡을 발표하면서 여자친구만의 색깔을 확실히 찾았다는 것도 큰 성과다. 여자친구는 데뷔부터 자신들의 컬러 없이 트렌드를 쫓는 걸그룹들과는 분명히 달랐다. 그리고 그 색깔은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
데뷔 때만 해도 단순히 '청순돌'인줄 알았더니, 틀에 박힌 청순돌이 아닌 진화하는 '청순돌'을 보여주고 있다. 파워와 청순이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단어의 조합 '파워청순'은 여자친구를 대표하는 수식어로 굳혀졌다. 무대 위에서 걸그룹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고난이도 퍼포먼스와 세련된 동선으로 반전 매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걸그룹의 미덕인 '상큼한 에너지'도 잃지 않고 있다. 여기에 '학교 3부작' 시리즈라는 콘셉트가 더해지며 주요 팬층인 10대들에겐 공감과 친근함을, 20,30대에겐 풋풋함을 성공적으로 어필했다.
소속사 쏘스뮤직은 소속 가수라고는 여자친구가 전부인 중소기획사였기에, 여자친구의 이같은 성공은 더욱 극적으로 느껴진다. 오로지 기획력과 실력, 음악의 힘에 기댔고, 그 성과를 이뤘다. '대형 기획사가 아니라서'라며 태생적 고민을 하는 수많은 걸그룹, 그리고 제작자들에게 많은 고민거리와 숙제를 안기는 부분이자 '희망 메시지'이기도 하다.
반지하 연습실에서 꿈을 키웠다던 여자친구는 "언젠가는 사옥을 짓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었다. 어쩌면, 그 꿈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이뤄질 지도 모르겠다. 이제 데뷔 1년 남짓한 여자친구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도, 여자친구가 뒤흔든 걸그룹의 지각변동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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