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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해도 당겨쓰지 않는다"…여전한 김태형의 '뚝심야구'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에반스, 원래 스타일만 유지하라"

[김형태기자]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운을 타고 났다. OB베어스(두산의 전신) 선수로 출발해 코치를 거쳐 감독까지 올랐다. 부임 첫 해 누구나 부러워하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다. 초보이지만 '단기전 운영의 대가' 같은 모습을 과시하며 찬사도 한 몸에 받았다.

김 감독은 뚜렷한 지론을 가지고 있다. "야구는 선수가 한다"는 것이다. 감독이 옆에서 이런저런 잔소리를 할 수는 있지만 역시 선수가 해줘야 이길 수 있다는 주의다. 흔히 작전을 많이, 잘 내야 좋은 지도자라는 인식도 있지만 그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다. "작전을 낸다고 해서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건 선수들이 왜 하는지를 각인하고 자신있게 자신의 장기를 발휘해야 한다"고 그는 지난 시즌 내내 강조했다.

◆작전 실패했다고 고개 숙이지 말라"

'우승 감독'이 된 요즘도 그의 야구관은 바뀌지 않았다. 김현수(볼티모어)가 나갔다고 해서 '어디에서 몇타점을 메우고, 몇안타를 추가하면 된다'는 식의 계산은 하지 않는다. 흔히 강한 야구팀은 백업이 튼튼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주전들이 시즌 끝까지 부상없이 뛰는 것'이라고 믿는다.

우천으로 라쿠텐 골든이글스전이 취소된 23일 미야자키 선마린구장 실내연습장에서 만난 김 감독은 여전했다. 특유의 농담을 섞어가며 두산의 현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세밀한 야구, 작전야구, 짜내는 야구에 대한 환상을 경계하는 편이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선 이런 작전이 나올 수 있네'라고 선수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믿는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건 작전에 실패했을 경우 선수들이 고개숙이고 들어오는 거다. 일순간 덕아웃 분위기가 확 가라 앉는다"며 "번트도 50%는 실패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실패했어도 주눅들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감이 있는 야구를 강조한 것이다.

지난해 그를 괴롭힌 외국인 선수들은 대거 교체됐다. 포스트시즌서 제 모습을 보여준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는 현재 정상 컨디션을 자랑한다. 새 중심타자로 닉 에반스, 선발요원으로 마이클 보우덴이 합류했다. 김현수의 공백을 에반스가 메워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그는 부담을 주지 않으려 한다. "잠실구장이 타자들에게 만만한 구장이 아니다. 스윙이 커지는 현상은 막아야 한다"며 "그저 미국에서 하던 스타일을 유지만 해줬으면 좋겠다, 과욕은 금물"이라고 했다.

◆최대 고민은 오른손 셋업맨

김 감독의 고민은 역시 불펜의 허리, 그 중에서도 오른손 셋업맨 자리다. 지난 시즌 구원투수로 나선 노경은이 좌완 허준혁과 함께 이번 캠프에서 5선발에 도전한다. 타자를 구위로 압도할 수 있는 믿음직한 오른손 구원요원이 여전히 아쉬운 두산이다. 일단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선수는 있다. 아킬레스건 부상에서 회복 중인 김강률과 허리부상을 당했던 조승수다.

현재로선 개막전 합류는 장담할 수 없지만 4월 안에는 복귀가 가능하다는 게 김 감독의 판단이다. 이들이 돌아올 때까지 시즌 초반을 어떻게 버티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다. 지난 시즌 두각을 나타낸 함덕주, 진야곱, 이현호 등의 좌완 트리오는 올해도 불펜의 핵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 감독은 "단기전은 몰라도 정규시즌은 선수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 감독은 용병 3명을 포함해 투수진, 야수진을 잘 짜서 경쟁력 있는 팀을 만들기만 하면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난 시즌 자신이 가장 잘 한 일로 "시즌 중반 다소 다급했을 때 눈앞의 승리를 위해 무리하지 않은 것"을 들었다. 지금 당장 급하다고 선수들을 무리하게 당겨썼을 경우 시즌 후반 및 포스트시즌에서 힘을 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얘기다.

올해에도 그는 같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는 야구, 실패했다고 고개숙이지 않고 눈앞의 1승보다는 보다 멀리 보는 야구를 그는 또 다시 보여줄 작정이다.

조이뉴스24 미야쟈키(일본)=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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