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포항 스틸러스의 수비가 달라졌다. 명수비수 출신 최진철 감독의 조련으로 끈끈함과 투지가 생겼다.
포항은 2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H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1승 1무(승점 4점)가 된 포항은 조 1위로 올라섰다.
이날 무실점으로 포항은 올 시즌 치른 공식경기인 챔피언스리그 3경기, 즉 플레이오프 하노이 T&T FC(베트남, 3-0 승)전,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 0-0 무)전, 우라와전까지 무패-무실점을 이어갔다.
무엇보다 광저우 원정에서 수비력으로 버텨내며 무실점으로 비긴 뒤 자신감을 찾았고 홈에서 치른 우라와전에서는 다소 만족스럽지는 않아도 역시 무실점으로 승리를 따내며 웃었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광저우, 우라와전 모두 포항은 점유율에서 밀렸고 슈팅수에서도 뒤졌다. 광저우전은 45%-55%, 우라와전은 44%-56%였다, 슈팅수도 4-9, 6-11로 절대 열세였다.
특히 우라와전은 후반 24분 손준호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 상황에까지 몰리며 정상적인 경기 자체가 어려웠다. 그렇지만 포항은 끝까지 버텨냈다. 최후방 신화용 골키퍼의 일사불란한 지휘와 챔피언스리그 경험이 많은 김대호-김원일-황지수-김광석 등 노련한 수비진이 후방을 잘 조율한 결과였다. 뒤에서 선배들이 헌신하니 앞선의 젊은피들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효과로 이어졌다.
이전의 포항과 비교해 수비 방법이 달라진 것도 한 골 승부를 견디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포항은 주로 공간을 방어하며 상대의 패스 길을 차단해왔다. 그런데 최진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체력 훈련을 많이 했고 최전방 공격수부터 수비에 가담하는 스타일로 변신했다.
상대와의 거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일대일 수비 장면도 상당히 많았다. 우라와전 파울수가 11-5로 포항의 두 배를 넘었다. 끝까지 괴롭히는 전략이 먹힌 셈이다. 광저우전 파울수는 16-17로 비슷했다. 똑같이 투박하게 경기를 치른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최진철 감독이 17세 이하(U-17) 대표팀을 이끌고 월드컵에서 보여줬던 수비력과 유사한 모습을 최근 포항 경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은 17세 이하 월드컵 당시 브라질, 잉글랜드, 기니를 상대로 2승 1무, 2득점 무실점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전원이 체력을 앞세운 협력 수비를 한 것이 통한 덕분이었다.
포항이 챔피언스리그에 임하는 자세도 이와 비슷하다. 원톱 라자르 베셀리노비치가 최전방에서부터 많이 뛰며 우라와의 볼 전개를 막았다. 심동운-문창진-정원진 등 공격 2선도 발에 불이 나도록 뛰었다.
물론 U-17 월드컵과 챔피언스리그의 수준은 다르다. 아직 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 두 달여밖에 지나지 않았고 K리그는 시즌도 시작하지 않아 과도기에 있다. 수비가 좋아도 공격이 잘 풀리지 않는다는 맹점이 있다는 것을 조별리그 2경기를 통해 확인했다. 그래도 최 감독이 수비 조직력을 만드는 방식은 유사하게 이어지고 있다.
최 감독은 고민을 하고 있다. 그는 "수비에 치우치면 (공격에 대한) 문제점이 노출되고 공격에 치우치면 역시 상반된 상황이 나올 수 있다. 물론 실망을 할 필요는 없다. (포항 선수들이) 나를 만나 연습을 한 것이 두 달 남짓이다"라며 서서히 경기를 치르며 최진철식 수비를 만들겠다고 전했다. 더 강한 팀이 되기 위해 공수 균형을 잡는 숙제를 받은 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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