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이제는 봄배구다.' 7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리는 남자부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 경기를 끝으로 올 시즌 V리그 정규시즌 일정이 모두 막을 내린다.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V리그는 6라운드 막판에 가서야 남녀부 포스트시즌 진출팀이 가려졌다. 대한항공(남자)과 흥국생명(여자)은 봄배구행 막차를 탔다. 같은 연고지와 홈구장(계양체육관)을 사용하고 있는 인천 남매팀은 공교롭게도 같은 날인 지난 5일 봄배구 진출을 확정짓고 함께 웃었다.
극적으로 삼성화재와 준플레이오프를 성사시킨 대한항공도 그랬지만 오랜만에 봄배구에 나서는 흥국생명 선수들은 더 감격스러워했다. 흥국생명은 한송이(GS칼텍스) 황연주(현대건설) 김연경(페네르바체) 등이 함께 뛰었을 때만 하더라도 여자부에서 최강팀으로 자리잡았다.
여기에 팀 공격을 지휘하는 세터 자리도 이효희(한국도로공사) 김사니(IBK기업은행) 등이 번갈아 맡았다. 그야말로 호화 멤버를 앞세워 강팀으로 군림했던 것이다. 흥국생명에게 당시만 해도 봄배구 진출은 너무나 당연했다. 그러나 이들 주축선수들이 차례로 팀을 떠난 뒤부터 봄배구와 인연이 멀어졌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부터 가능성을 보였다. 조혜정 전 GS칼텍스 감독에 이어 V리그 사상 두 번째로 여성 지도자인 박미희 감독이 팀을 맡았다. 박미희 감독은 오랜 기간 배구해설위원으로 활동하다가 마이크를 놓고 현장으로 돌아왔다.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현역선수 시절 한국여자배구를 대표하던 스타플레이어 출신이긴 했지만 박미희 감독에겐 초보 사령탑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봄배구를 눈앞에 두고 걸음을 멈췄다. 승률 5할(15승 15패) 달성에 만족해야 했다.
숨을 고른 흥국생명은 올 시즌 마침내 봄배구에 나간다. 2010-11시즌 이후 5시즌 만에 거둔 쾌거다. 프로 2년차 레프트 이재영은 PO행이 결정된 현대건설전이 끝난 뒤 "정말 기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고 했다. 그러나 이재영보다 더 감격스러워한 선수들이 있다. 2010-11시즌 봄배구의 기억을 갖고 있는 김혜진(센터) 김혜선, 주예나(이상 리베로)가 주인공이다.
셋은 팀내에서 흔치않은 PO 출전 경험을 갖고 있는 선수다. 김혜진은 "너무 오랫동안 플레이오프에 올라가지 못해 매번 아쉽게 시즌을 마무리했었다"며 "올 시즌 봄배구에 나가가 돼 정말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혜진과 주예나는 흥국생명이 마지막으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2008-09시즌에도 뛰었다. 그래서 기쁨이 두 배가 됐다.
주예나 역시 "지난 5년 동안 너무 힘들었다"며 "시행착오도 많이 겪고 그랬는데 우리팀 전체가 간절히 원하던 결과를 이렇게 이루게 돼 정말 기쁘다"고 했다. 그는 이번 봄배구에서는 맡은 역할이 다르다. 예전에는 레프트 보조공격수 역할을 주로 맡았지만 이제는 수비와 서브 리시브에 더 신경을 쓰는 리베로로 포스트시즌에 나선다.
올 시즌 중반 이후 감기몸살에 크고 작은 부상으로 코트에 나서는 시간이 지난 시즌보다 줄어들었던 김혜선도 감회가 남다르다. 그는 "항상 될 듯 말 듯 해서 시즌이 끝난 뒤 정말 많이 아쉬워했다"며 "올 시즌은 달랐다. 시작부터 느낌이 좋았고 뭐든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또한 김혜선은 "후반기 들어 어려운 상황도 있었는데 팀 동료들이 잘 이겨내줘서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결과를 얻어낸 것 같다"며 "팀원들과 감독님을 포함해 코칭스태프, 사무국 모두에게 정말 고맙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과 흥국생명 선수들의 시선은 이제 좀 더 위쪽을 바라보고 있다. 플레이오프를 통과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는 것이다. 흥국생명은 지난 2010-11시즌 플레이오프에서 한국도로공사를 3승 2패로 물리치고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갔다.
당시와 지금은 차이가 크다. 김혜진, 김혜선, 주예나를 제외하고 얼굴도 많이 바뀌었다. 팀 전력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과 다르다. 분위기도 그렇고 승부를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
셋은 "항상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남은 포스트시즌 경기를 잘 치러 꼭 우승을 하고 싶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흥국생명이 플레이오프에서 만나는 상대는 현대건설이다. 흥국생명에게는 또 다른 의미가 있는 상대다. 2010-11시즌 봄배구에서 현대건설에게 당한 빚을 되갚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흥국생명은 당시 챔피언결정전에서 현대건설을 만났는데 시리즈 전적 2승 4패(당시에는 7전 4선승제로 챔피언결정전이 치러졌다)로 밀려 준우승을 차지했다. 두 팀의 올시즌 플레이오프는 오는 11일 막이 오른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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