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국민노예'로 불리며 시속 150㎞의 강속구를 포수 미트에 꽝꽝 꽂아넣던 우완투수. FA 이적해 활약하는가 했으나 갑작스럽게 모습을 감추며 궁금증을 자아냈던 선수.
정현욱(38, LG 트윈스)이 돌아왔다. '위암 투병'으로 인해 은퇴 위기에 몰렸었지만, 꿋꿋이 버텨내며 다시 마운드에 섰다. 야구 선수들에게는 물론, 힘든 삶을 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귀감이 되는 또 하나의 '인간 승리' 스토리다.
정현욱은 지난 2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시범경기, LG가 4-2로 앞서던 6회초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박건우를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한 정현욱은 최주환을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쳤다.
0.2이닝 무실점. 비록 시범경기였지만, 지난 2014년 7월8일 두산과의 정규시즌 경기 이후 627일만에 다시 서는 1군 마운드였다.
구속도, 겉모습도 예전과는 많이 달랐다. 최고 구속은 141㎞에 불과했고, 당당했던 체격은 날렵하게 변해 있었다.
그러나 정현욱은 "구속은 이게 맥스다. 더는 안나올 것 같다"라며 "체중은 20㎏ 정도 빠졌다. 20대 초반 이후 가장 작은 사이즈로 유니폼을 맞췄다"고 말하며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띄웠다.
다소 민감한 '은퇴'라는 얘기에도 정현욱은 아무렇지 않게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야구를 다시 할 수 있느냐가 문제가 아닌, 생과 사를 생각했을 이의 입에서 나온 지극히 자연스러운 대답이었다.
감격스런 1군 등판을 마친 뒤 정현욱은 주변의 고마웠던 사람들을 떠올렸다. 가장 먼저 가족, 그리고 자신의 몸상태를 지켜봐준 트레이너들을 언급했다. 2군에서부터 살뜰히 챙겨준 최정우 벤치코치에 대한 고마움도 표현했다.
정현욱은 "가족들은 말할 것도 없고, 트레이너분들, 최정우 코치님께 감사드린다"며 "주변에서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고 해주신 덕분에 지금 다시 야구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말 위암 수술을 받고 치료를 마친 정현욱은 지난해부터 2군에서 재활에 몰두했다. 퓨처스리그에서는 경기에도 나섰다. 그런 정현욱의 모습은 힘겹게 2군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선수들에게도 메시지를 던졌다.
정현욱은 "포기하려고 하는 젊은 선수들에게는 '나도 야구 한다'고 말해준다"라며 "중요한 것은 나도 열심히 하는 것이다. 나이를 먹고 열심히 하지 않는 것만큼 안 좋은 것도 없다"고 베테랑으로서의 책임감도 드러냈다.
마찬가지로 위암을 이겨낸 뒤 복귀한 한화 이글스의 정현석에 대해 정현욱은 "같이 얘기해볼 기회는 없었지만,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라며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지만, 마음과 달리 몸이 안따라줘 계속 의지가 꺾였었다"고 힘들었던 시기도 떠올렸다.
현재 정현욱의 몸상태는 완벽하지 않다. 큰 수술을 했으니 아무래도 수술 전만큼 힘을 쓰기 어렵다. 하지만 LG의 트레이닝 파트에서는 5월이 되면 정현욱의 몸상태가 100%에 이를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현재 정현욱은 서서히 운동량을 늘려가는 중이다.
위암을 극복하고 다시 1군 경기에 등판한 정현욱. 시범경기가 아닌 정규시즌 마운드에 오르는 그의 모습도 조만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조이뉴스24 잠실=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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