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배우 김명민이 영화 '특별수사'를 가리켜 약자들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속물이었던 주인공이 억울하게 사형 선고를 받은 택시기사와 그의 평범한 딸을 위해 예기치 않았던 모험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최근 몇 년 간 주목 받았던 사회적 사건과 논란들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이하 특별수사, 감독 권종관, 제작 ㈜콘텐츠케이)의 개봉을 앞둔 배우 김명민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영화는 실력도 '싸가지'도 최고인 사건 브로커 필재(김명민 분)가 사형수로부터 특별한 편지를 받은 뒤, 경찰도 검찰도 두 손 두 발 다 든 '대해제철 며느리 살인사건'의 배후세력에 통쾌한 한 방을 날리는 유쾌한 범죄 수사 영화다. 김명민은 변호사 판수(성동일 분)의 사무실에서 일하는 업계 최고 브로커 필재 역을 맡았다.
'특별수사'는 특정한 실제 사건에 모티프를 둔 영화는 아니지만, '갑질 논란'으로 불리며 대중의 공분을 샀던 여러 사건들을 두루 떠올리게 만드는 영화임이 분명하다. 필재 역을 입체적 얼굴의 인물로 완성해 낸 김명민은 이날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이 영화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강자와 약자의 대립 자체라기보다 관계에 대한 지점이었다"고 말했다.
일면식도 없던, 영화 속 대사처럼 '아무 상관 없는' 사람들을 위해 잠시 '속물 근성'을 버리게 되는 필재의 표정은 현실 속 개인이 먼 이웃의 사건에 공감하고 분노하게 되는 모습과도 닮아있다.
"우리 영화는 관계성이 잘 드러나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라는 대사도 시사하는 바가 있죠. 전에 나왔던 영화들과의 차별점을 묻는다면, 작위적으로 '웃어라' 혹은 '울어라' 하지 않으면서도 앞과 뒤가 잘 맞아떨어지는 면들이 아닐까요? 강자와 약자의 대립이 우선되는 것이 아니라 관계에 그 중요성이 있다는 점도요."
극 중 억울하게 사건에 휘말려 사형 선고까지 받게 되는 택시 기사 순태(김상호 분)는 감옥 밖의 필재에게 자신의 사연을 담은 편지를 쓰고, 이를 읽게 된 필재는 홀로 남겨진 순태의 딸 동현(김향기 분)을 찾아간다. 필재와 '아무 상관 없는' 관계였던 이들 부녀의 이야기는 얼핏 필재의 개인적 복수심에 이용되는 듯 보이지만, 사건의 배후를 목도한 필재의 각성은 그 뒤의 이야기에 탄력성을 부여한다.
"영화에서 순태 부녀는 갑질의 횡포에 맞서는 약자가 아니라 당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에요. 필재도 비슷한 이유로 고통을 당했고 경찰 옷을 벗게 되기도 했고, 판수도 그 꼴이 더러워서 검사 옷을 벗었던 사람이죠. 모든 것이 일방적 관계에서 이뤄지고요. '특별수사'는 그 안에서 벌어지는 부조리를 파헤치려는, 약자들의 힘을 보여주려는 영화예요. 물론 처음엔 개인의 복수심으로 시작하지만 필재가 동현에게 동질감을 느끼며 바뀌어가는 모습이 드러나죠."
김명민은 "그런 관계성 중 어느 하나가 빠지면 이야기가 안 된다"며 "얽히고설킨 관계이지만 복잡하지 않고 심플하게 얽힌 관계성이 우리 영화의 차별성"이라고 강조했다.
거대한 권력 아래 수모를 당해야 했던 이들의 이야기는 앞서 다수의 영화들로 만들어져 관객을 만난 바 있다. 소재나 갈등 구도가 다소 새롭지 않게 다가올 수 있다는 지적에 김명민은 "그런 것에는 개의치 않는다"며 "비슷한 영화들이 1년에 수십 편씩 만들어지기도 하고, 시류에 맞춰 가다보니 그런 영화를 급히 속성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더라"고 입을 열었다.
"우리는 그런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어요. 애초 실화를 크게 반영하려 했던 것은 아닌데 분위기를 잘 탄 것 같아요. 작년 촬영 시점보다 지금, 훨씬 더 그런 문제들이 대두되고 있잖아요. 이 시점에 개봉하게 돼서 실화 사건을 모티프로 한 지점도 더 부각된 것 같아요. 좋은 사건도 아니고 비극적 사건이니 영화가 그것을 모티프로 했다고 하면 어두운 면만 보여질까 걱정했는데, 지금은 되려 영화의 역발상이 통쾌함을 줄 수도 있는 것 같고요."
언론 배급 시사 전 일반 관객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시사를 진행했던 '특별수사'는 개봉 전부터 관객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영화의 완성본을 보고 기대 이상의 결과물에 만족했다고 말한 김명민은 "전체적인 모든 점이 괜찮았고 스피디한 진행이 좋았던 것 같다"고 영화를 평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무거운 내용이라 생각했고, 애초 가제인 '감옥에서 온 편지'라는 제목에서도 조금은 칙칙한 느낌이 있었어요. 스릴러 분위기도 났고요. 그런데 제목이 바뀌고 편집이 경쾌하게 진행되니 통쾌한 영화가 됐더라고요. 잘 됐다고 생각해요. 대중이 편하게 보실 수 있는 영화가 나온 것 같아요."
영화는 오는 16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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