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결국 차이나 머니에 '독수리' 최용수(43) FC서울 감독의 마음도 움직였다. 오래 전부터 계속돼온 제의였고 고사를 했지만 끈질긴 구애에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서울 구단은 21일 최용수 감독이 중국 슈퍼리그 장쑤 쑤닝으로 옮겨가고 '황새' 황선홍(48) 전 포항 스틸러스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는다고 발표했다.
그야말로 전격적인 사령탑 이동이다. 서울은 정규리그 2위에 올라 있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FA컵 16강에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FA컵 16강전 하루 전에 감독 교체 발표가 됐다는 점에서 더욱 놀라웠다.
장쑤는 이미 지난해 7월 최 감독에게 손길을 내민 바 있다. 2년 6개월의 계약 기간에 50억원 가까운 고액을 제시 받았다. 그러나 최 감독은 고민을 거듭한 끝에 고사하기로 결정했다. 시즌 중 팀을 떠날 수 없다며 '의리'를 내세웠다. 이후 최 감독은 서울의 FA컵 우승과 정규리그 3위를 일궈내며 지도력을 인정 받았다.
올해 장쑤는 또 달라졌다. 중국 최대 가전 체인점을 운영하는 쑤닝 그룹의 과감한 투자가 더해지면서 상위권 성적을 내고 있다. 쑤닝 그룹은 1년 매출이 50조원에 이른다. 대대적인 투자를 받은 장쑤는 14라운드까지 승점 29점으로 슈퍼리그 3위를 기록 중이다. 1위 광저우 에버그란데(33점)와는 승점 4점 차에 불과하다.
선수 면면도 화려하다.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의 알렉스 테세이라를 비롯해 조, 하미레스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했던 특급 자원을 대거 수혈했다. 3명을 끌어들이며 쓴 이적료만 1천200억원 가까이 되는 등 돈의 위력을 보여줬다. 아시아 쿼터로 호주 국가대표 수비수 트렌트 세인스버리까지 보강했다.
그러나 장쑤는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실패가 아쉬움으로 남았다. 장쑤는 루마니아 출신 단 페트레스쿠 감독을 영입했지만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결국, 장쑤는 페트레스쿠 감독을 경질했고 새 감독 물색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에게 제안이 가는 등 국내 다수 지도자들을 시야에 넣었다.
최종 선택은 최 감독이었다. 최 감독이 서울을 이끌고 2013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겨뤄 패전 없는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좋은 성적을 낸 것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시절 일본 J리그에서도 뛰어 한국, 일본 축구에 두루 이해도가 높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최 감독 앞에 주어진 과제는 지도자로서 역량을 얼마나 발휘하느냐다. 22일 안산 무궁화와의 FA컵 16강전이 서울 감독 고별전이 됐다. 최 감독의 중국 무대 데뷔전은 오는 28일 상하이 선신과의 FA컵이나 7월 2일 랴오닝 홍윈과의 정규리그 16라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최 감독은 장쑤를 상위권 성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올해 슈퍼리그에는 한국인 지도자가 4명이나 된다. 초반 출발은 좋았지만 대부분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박태하 전 축구대표팀 코치의 옌볜 푸더가 12위(13점), 장외룡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부위원장의 충칭 리판(12점)이 13위를 기록하고 있다.
창춘 야타이(10점)의 지휘봉을 갑자기 잡게 된 중국통 이장수 감독은 강등권인 15위다. 홍명보 전 국가대표 감독의 항저우 뤼청(9점)은 최하위인 16위다. 한국 감독들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 처한 가운데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하는 최 감독이다.
최 감독의 가장 큰 장점은 친화력과 선수단을 묶는 카리스마다. 광저우 독주 시대를 막고 아시아 무대로 다시 향하기를 원하는 장쑤 구단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지도자로 한 단계 도약할 시험대로 스스로 올라간 최용수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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