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안그럴 줄 알았는데, 긴장이 되더라구요." 송지만 넥센 히어로즈 코치가 선수 은퇴 후 오랜만에 다시 1군 그라운드를 찾았다.
송 코치는 지난 2014년 현역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지도자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했다. 그는 히어로즈 퓨처스(2군)팀인 화성 히어로즈 타격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일 은퇴식을 위해 목동구장을 찾았을 때를 빼고는 코치로 1군 선수단과 함께 할 일은 없었다, 퓨처스리그에서 팀 유망주들과 함께 땀을 흘렸다.
그는 지난 24일 1군 선수단에 합류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송 코치는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일"이라고 했다. 넥센은 이날 코칭스태프 엔트리에 변동이 있었다. 심재학 타격코치가 맹장수술을 받는 바람에 병원에 입원했다.
코치진 한 자리에 결원이 생기자 염경엽 넥센 감독은 송 코치를 호출했다. 송 코치는 그렇게 1군으로 '콜업'됐다.
오랜만에 선수시절 함께 한 동료들과 만나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송 코치는 "염 감독과 코칭스태프 배려 때문"이라고 웃었다. 염 감독은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있어라'고 했다. 이택근(외야수)과 주장 서건창도 '힘내시라'며 송 코치를 격려했다.
송 코치는 경기 전 팀 타격 훈련에서도 모든 선수를 꼼꼼하게 살폈다. 배팅 케이지 뒤에 서서 선수들이 연습 타격하는 장면을 유심히 지켜봤다.
그는 "막상 덕아웃에서 팀 경기를 보는데 긴장이 되더라"며 "1군에서 뛴 경기가 얼마인데 역시 선수 때와 다르긴 하더라.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웃었다"고 코치로서 1군 데뷔전을 치른 소감을 밝혔다.
송 코치는 현역 선수시절 통산 1천938경기에 출전했다. 지난 1996년 한화 이글스에서 KBO리그에 데뷔해 현대 유니콘스와 히어로즈를 거치며 18사즌을 보냈다. 통산 타율 2할8푼2리에 311홈런 1천30타점을 기록한 레전드다. '가을야구'에 뛴 경험도 많다. 한화, 현대에서는 한국시리즈 우승도 차지했다.
송 코치는 "1군 첫 경기(24일)가 끝난 뒤 집에 오니 진이 다 빠지더라"며 "꼭 포스트시즌 경기를 뛴 것 같다"고 껄껄 웃었다. 넥센은 24일 LG에게 역전패를 당했지만 다음날 연장 접전 끝에 LG를 꺾었다.
송 코치는 25일 자신이 작성했던 오더를 보관하기로 했다. 신인 투수나 타자가 첫 승이나 첫 안타, 첫 홈런 등을 기록하면 기념구를 챙기는 것과 비슷한 이유다. 송 코치는 "다른 코치 선배들이 직접 챙겨주셨다"며 "타자들이 잘 쳐서 경기도 승리했고 내겐 정말 의미 있었던 하루"라고 말했다.
송 코치는 다시 퓨처스로 가야 한다. 심 코치는 맹장 수술을 잘 끝냈고 현재 회복 중이다. 심 코치가 1군에 복귀하면 송 코치는 유망주들과 함께하는 생활로 돌아간다. 그는 "현재 내가 팀에서 맡은 역할에 충실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1군 경험이 즐거웠고 색달랐다. 행운을 바라면 안된다. 생각하지 말아야 이런 기회도 오는 것 같다"고 다시 한 번 껄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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