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640일 만에 빅리그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29, LA 다저스)의 복귀전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4.2이닝 8피안타 6실점하고 패전투수가 된 기록(다저스 0-6 패)은 '난타'로 표현해도 부족함이 없지만 투구 내용은 당초 경기 전 예상을 상회했다.
우선 어깨 수술 후 처음으로 빅리그 타자들과 맞선 류현진은 가장 큰 관심사였던 구속이 기대 이상이었다. 1회초부터 91마일을 찍는 등 초반 꾸준히 90마일 이상의 포심패스트볼을 선보였다. 3회부터는 완급조절을 하면서 80마일 후반대로 구속에 변화를 줬지만 5회 위기 상황에선 최고 92마일(148㎞)까지 찍으면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위력있는 공을 뿌릴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간 류현진은 마이너리그 재활등판에서 80마일 중·후반대의 구속에 그쳤지만 이날 등판으로 우려를 어느 정도 떨쳐낼 수 있게 됐다.
변화구의 커맨드는 좀 더 다듬을 필요가 있었다. 이날 류현진은 주무기인 체인지업과 낙차 큰 커브를 곁들이면서 직구를 보완했다. 다만 오프스피드 피치인 브레이킹볼의 예리함은 수술 이전 한창 좋았을 때와 비교해 다소 무딘 감이 있었다. 공을 채기보다는 밀어서 던지는 느낌이 강했다.
아무래도 수술 부위가 어깨인 만큼 어깨와 팔꿈치 손목을 한꺼번에 비틀어서 던져야 하는 변화구를 완벽하게 구사하려면 향후 꾸준한 등판을 통해 투구감을 되찾아야 할 전망이다.
원래 제구력이 좋은 투수인 만큼 전반적인 컨트롤은 날카로웠고 마운드 위에서의 마음가짐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이미 완성된 기량의 투수여서 어깨 수술과 재활에 따른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빅리그 진출 당시부터 어깨가 좋지 않았던 류현진은 지난 2015년 5월22일 어깨 관절경 수술을 받고 긴 재활에 돌입했다. 투수의 어깨 수술은 성공 가능성이 극히 낮지만 "통증 없이 던져보고 싶다"는 류현진의 뜻대로 어깨 관절 와순을 청소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후 1년여간 치료와 재활을 거치면서 마침내 빅리그 마운드에 돌아온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어깨 통증이 재발하고 사타구니 통증이 발생하는 등 고비도 있었다. 결과가 중요하지 않다지만 지난달 24일 트리플A 재활 등판에선 4이닝 8실점에 그치면서 야구팬들이 큰 걱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마침내 메이저리그 마운드에서 자신있게 공을 던졌다. 비록 첫 등판 결과는 좋지 않았고 패전투수가 됐지만 불굴의 의지로 복귀했고, 드러난 성적보다 내용이 아주 나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희망을 얻은 경기였다.
이제 가장 큰 관건은 어깨 통증 재발 여부다. 향후에도 어깨에 큰 이상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류현진의 재기는 성공가도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실전 등판을 거치면서 어깨가 단련되고 투구감도 되찾을 경우 예전 '괴물'의 지위를 회복할 수도 있다. 류현진이 야구인생의 '또 다른 장'을 힘차게 열어젖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복귀 등판이었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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