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유럽 일색의 리듬체조에서 아시아인으로 최초의 메달 도전에 나섰던 손연재(22, 연세대)가 4위라는 의미있는 성적표를 받았다.
손연재는 2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레나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리듬체조 개인 종합 결선에서 후프 18.216점(난도 9.150점, 실시 9.066점), 볼 18.266점(난도 9.200점, 실시 9.066), 곤봉 18.300점(난도 9.200점 실시 9.100점), 리본 18.116점(난도 9.150 실시 8.966)을 받아 총점 72.898점으로 4위를 차지하며 목표로 했던 동메달을 아쉽게 놓쳤다.
시상대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과 당당히 경쟁해 자신의 실력을 뽐낸 손연재다. 열악한 한국 리듬체조의 여건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놀라운 일이다.
선배들이 어렵게 개척해온 길을 손연재가 좇았다. 1988 서울 대회에서 홍성희와 김인화가 처음 출전했지만 29, 31위의 성적을 받았다. 2008 베이징 대회에서 신수지가 12위를 기록했지만 결선 진출에는 실패했다. 손연재는 2012 런던 대회에서 최초로 결선 진출에 성공했고 5위라는 빛나는 결과를 얻었다.
이날 결선에 오른 10명 중 손연재를 제외한 9명 모두 유럽 선수들이었다. 가장 강하다는 동구권으로만 따져도 러시아 2명, 벨라루스 2명, 아제르바이잔 1명, 우크라이나 1명, 불가리아 1명 등 7명이나 됐다. 손연재의 2회 연속 결선행 자체가 값진 이유다.
금메달과 은메달을 나눠 가진 마르가리타 마문(러시아, 76.483점), 야나 쿠드랍체바(러시아, 75.608점)가 종목별로 19점대를 꾸준히 받는 등 지존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손연재의 현실적인 목표는 동메달이었다.
올 시즌 국제체조연맹(FIG) 주관 월드컵 대회 기준으로 정리하면 간나 리자트디노바(75.150점), 손연재(74.900점), 멜리티나 스타니우타(74.550점) 순이라 동메달을 충분히 노려볼 수 있었다.
어려운 과제였지만 손연재는 동메달 목표를 위해 체력을 키우고 기술 향상을 위해 러시아 대표팀과 동반 훈련을 했다. 강도 높은 근력 은동으로 회전시 흔들림을 줄이는데 집중했다. 결선에서 장기인 포에테 피봇 시도시 크게 흔들리지 않았던 것도 근력 운동의 결과였다.
어린 시절부터 손연재의 유럽세를 넘기 위한 노력은 힘겹게 이어져왔다. 2011년 1월 러시아 전지훈련을 통해 직접 세계적인 기술들을 몸으로 흡수했다. 옐레니 리표르도바 코치의 지도로 성장을 거듭했다. 손연재는 리듬체조 변방국에서 혼자 힘으로 버텨내며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종합 11위로 2012 런던 올림픽 진출권을 자력으로 획득했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는 종목별 예선 후프 종목에서 수구를 놓치고 리본에서는 몸에 감기는 실수가 있었다. 어려움을 딛고 결선에 진출한 손연재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 배점이 짠 올림픽에서 4개 세부 종목 모두 18점대를 기록하는 안정된 연기력을 보여줬다. 0.685점 차이로 리자트디노바에게 동메달을 내줬지만 충분히 박수 받을 수 있었던 아름다운 도전이었다. 한국 리듬체조의 역사를 다시 한 번 새로 쓴 손연재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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