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보이콧을 선언했던 영화인 비대위 단체들과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개최를 한 달 앞둔 시점에도 타협을 위해 생각을 나누고 있는 영화제와 영화인들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적 개최를 이뤄낼 수 있을지에 세계 영화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6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공식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김동호 이사장, 강수연 집행위원장,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이 참석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2014년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둘러싸고 부산시와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해임되는가 하면 회계 감사 이후 법적 문제에 휘말리는 등 고초를 겪었다.
한국 영화인들은 부산시의 외압이 영화제의 독립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정관 개정을 요구하며 각 단체가 모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꾸려 영화제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 체제에서 정관개정을 이뤄냈지만 현재까지 영화인들의 이런 결정은 철회되지 않은 상황이다. 총 9개 단체 중 4개 단체는 보이콧을 철회, 4개 단체는 유지, 1개 단체가 유보 결정을 내린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 영화인들의 적극적 참여 없이 부산국제영화제가 예년처럼 풍성하게 치러질 수 있을지에 의문을 품는 이들도 많았다. 초청 대상이 되는 작품의 감독, 제작사, 투자 배급사, 배우 등 다양한 주체가 다른 의견을 내놓을 수 있는 만큼 한국 작품 초청 자체가 원활히 이뤄질지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날 영화제의 발표에 따르면 가장 대중적이고 친숙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는 지난 한 해 한국영화계를 돌아볼 수 있는 다채로운 작품들이 대거 초청됐다.
김지운 감독의 '밀정'과 강우석 감독의 '고산자, 대동여지도', 이재용 감독의 신작 '죽여주는 여자' 등은 물론,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나홍진 감독의 '곡성', 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 우민호 감독의 '내부자들', 허진호 감독의 '덕혜옹주', 윤준형 감독의 '그놈이다', 김기덕 감독의 새 영화 '그물'도 부산에서 선을 보인다.
'최악의 하루' 김종관 감독의 새 영화 '더 테이블'과 김정중 감독의 '유타 가는 길', 이성태 감독의 '두 남자', 이현하 감독의 '커피메이트' 등은 올해 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된다. 비대위의 보이콧 철회가 공식 발표되진 않았지만 전과 비교해선 갈등이 해소된 모양새다.
개최를 한 달 앞둔 시점에도 김동호 이사장,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비대위 단체들과 꾸준히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영화인들과 함께 보다 온전한 지지와 연대를 이뤄내려는 노력이다. 이런 시도가 결실을 맺게 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비대위 9개 단체 중에 4개 단체는 보이콧 철회를 해주셨고 4개는 유지하는 상태고 한 단체는 유보 상태"라며 "영화제를 무조건 성공적으로 해내야 한다는 생각은 모든 영화인, 관객, 영화제가 같은 생각이다. 감히 말할 수 있는 건 오늘의 영화제가 열릴 수 있고 영화인, 관객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정관개정을 이룬 과정조차도 한국 영화인들의 영화제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물론 양쪽 다 100% 만족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올해 영화제 하는 과정 중에는 물론, 영화제를 하는 날, 영화제를 하고 나서도 계속 노력할 생각"이라며 "지금도 계속적으로 대화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김동호 이사장은 "영화제 책임을 맡은 이사장으로서, 먼저 지난 2년 간 영화제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국민, 국내외 영화인들께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다시 드린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다짐도 말씀드린다. 동시에 부산국제영화제를 지지해주고 성원해준 국내외 영화인들을 포함한 관계되는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많은 분들을 만나며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경청했다. 지난 2년 간의 갈등을 전화위복 삼아 새로운 20년을 지향하는 도약의 전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영화제가 끝나면 시민과 영화제가 동참하는 공청회, 제도화된 여론 수렴을 통해 열린 영화제, 화합의 영화제가 되게 노력하려 한다"고 알렸다.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은 "간혹 한국영화 없이 영화제를 꾸릴 수도 있지 않냐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렇기 않다"며 "영화제가 성공적으로 개최되려면 시 지원, 영화인, 부산 시민, 그리고 영화 관객이 있어야 한다"고 알렸다.
다방면에서 이뤄진 영화제 측의 노력에 더해, 오랜 시간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해 왔던 세계 영화인들의 지원도 올해 영화제가 논란을 딛고 준비될 수 있던 요소였다. 초청작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부산을 찾겠다고 먼저 제안해 이창동 감독과 '특별 대담:아시아영화의 연대를 말하다'를 꾸리게 된 허우샤오시엔 감독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도 그 예다.
한편 올해 영화제의 문을 여는 개막작은 장률 감독의 새 영화 '춘몽'이다. 배우 한예리를 비롯해 충무로의 걸출한 감독 윤종빈, 박정범, 양익준이 주연 배우로 나서 화제가 된 영화다. 제작자 이준동 대표와 배우 김의성, 신민아, 김태훈, 유연석, 조달환 등이 카메오로 출연한다. 폐막작은 이라크 출신의 감독 겸 배우 후세인 하싼의 연출작 '검은 바람'이다. 지고지순한 사랑과 전통적 가치관, 종교관 사이의 갈등과 충돌을 그린 영화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0월6일 개막해 오는 10월15일 폐막한다. 열흘 동안 5개 극장 34개 스크린에서 초청작들을 선보인다. 올해는 69개국에서 301편(월드 프리미어 96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27편)이 상영된다. CGV 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메가박스 해운대, 소향씨어터 센텀시티, 영화의 전당 등 부산시 일대에서 열린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