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침대축구에는 골이 약이지만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은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6일 말레이시아 세렘반 파로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조별리그 2차전 시리아와의 경기에서 아쉬운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시리아는 내전으로 인해 홈에서 경기를 치를 수 없어 레바논 베이루트, 마카오 등에서의 경기를 추진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무산돼 결국 결국 아시아축구연맹(AFC)이 나서 세렘반으로 갑작스럽게 경기 장소가 정해졌다.
1차전 우즈베키스탄 원정에서 0-1로 패해 승점 확보가 중요했던 시리아는 객관적 전력에서 한 수 위인 한국을 맞아 비기기만 해도 대성공이었다. 중동 특유의 시간 지연, 소위 '침대 축구'는 시리아의 당연한 전술 중 하나였다.
한국 축구는 상대 침대축구에 종종 당했던 경험이 있다. 바로 지난 8월에만 해도 리우 올림픽 온두라스와의 8강전에서 한국은 줄기차게 공격을 하고도 상대 역습에 당하며 0-1로 패했다. 슈팅 정확도를 높이면서 밀집 수비를 깨는, 빠르고 도전적인 패스와 세트피스를 활용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었다.
시리아는 시작부터 골키퍼 이브라힘 알마가 침대 축구를 예고라고 하듯 전반 7분 만에 그라운드에 누웠다. 어떻게 선제골만 넣기만 하면 얼마든지 시간을 지연하겠다는 신호처럼 보였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시리아는 후반 시작과 함께 노골적으로 시간 지연에 나섰다. 필드플레이어가 드러눕게 되면 티가 나는 것을 감안한 듯 부상시 보호 받는 시간이 있는 골키퍼가 주연으로 등장했다. 4분 만에 느닷없이 그라운드에 누워 약 2분을 지연시켰다.
9분에는 이청용의 슈팅을 막은 뒤 고통을 호소했다. 한국의 공격 전개 타이밍을 절묘하게 끊는 행동이었다. 그럼에도 시리아는 골키퍼를 교체하겠다는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 대놓고 시간을 지연해 한국의 답답함을 유도하겠다는 것과 같았다.
27분 황희찬의 역습을 막다가 수비수가 파울을 범해 프리킥을 내주자 이번에는 장갑을 벗고 축구화 끈을 묶는 것으로 시간을 끝었다. 시리아 입장에서는 실점하지 않고 버티다 역습 한 방이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충돌 상황만 생기면 집요하게 쓰러졌다. 35분 골키퍼가 볼을 잡은 뒤에는 터치라인으로 길게 볼을 던지며 또 주저 앉았다. 다리를 절뚝이는 등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
골을 넣지 못해 속이 타들어가는 쪽은 한국이 될 수밖에 없었다. 시리아는 시간을 지연하면서도 볼 경합에서는 끝까지 밀리지 않는 끈기와 정신력을 보여줬다. 결국 시리아는 원하는대로 무승부를 해내며 승점 1점을 따냈다. 한국은 볼점유율, 코너킥, 프리킥에서 모두 앞섰지만 가장 중요한 골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상대 밀집수비, 그보다 더한 침대축구를 극복하는 묘책을 찾아야 하는 한국 대표팀이다. 남은 카타르, 이란, 우즈베키스탄전을 대비하면서 고민이 깊어진 슈틸리케호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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