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기자] "연기돌에 대한 편견 없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요즘 '연기돌' 없는 드라마는 찾아보기 힘들다. 아이돌의 연기 도전은 이제 일상다반사가 됐다. 그럼에도 '연기돌'에 대한 대중의 선입견과 편견은 여전히 존재한다.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도 빠지지 않는 단골 질문은 '연기돌'을 향한 편견과 연기력에 관한 것들. 이에 수많은 아이돌들은 "열심히 하겠다" "작품에 누가 되지 않겠다"라며 선입견을 거두어 줄 것을 당부해왔다.
요즘 다시 '연기돌'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 중심에 SBS 수목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의 아이유가 있다. 부자연스러운 연기력에 더해 시청률까지 저조하면서 '아이유 책임론'이 일고 있는 것.
기대작이던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는 초반부터 위태롭다. 화려한 캐스팅 등으로 방영 전 뜨거운 화제를 모았지만, 기대가 무색할 만큼 초반 성적이 아쉽다. 연속 편성이라는 강수를 뒀던 1회와 2회는 각각 7.4%와 9.3%로 출발했으며, 지난주 방영된 5회는 자체최저 시청률 5.7%를 기록했다.(닐슨코리아 기준) 20%에 육박하며 고공행진 중인 '구르미 그린 달빛'과 경쟁이 되지 못하고 있다.
드라마의 부진에는 여러 요인이 지적되고 있다. 원작에 못 미치는 스토리의 아쉬움과 일부 배우들의 연기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무엇보다 드라마의 키를 쥐고 있는 여주인공 아이유(이지은)의 연기력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방영 전 김규태 감독이 '연기 천재'라고 극찬하며 기대감을 끌어올렸던 상황이라 실망감은 배가됐다.
'달의 연인'에서 아이유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극을 이끌어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인물이고, 거의 모든 캐릭터들과 연결돼 있다. 해수(아이유 분)는 현대극에서 고려시대로 타임슬립하며 드라마의 시작을 여는 인물. 현대극에서 사극으로 넘어오다보니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행동과 말투로 어색함을 더했다. 부자연스러운 표정 연기도 아쉬웠다는 평이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연기하는 '움짤'이 각종 온라인 게시판 게재되며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미스 캐스팅'도 지적한다. 해수는 황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인물로, 벌써 4명의 황자가 해수에게 넘어갔다. 모든 사람들이 겁을 먹는 4황자 왕소(이준기)에게는 친근하게 다가가고, 따뜻한 8황자 왕욱(강하늘)에게는 보호본능을 자극했다. 또 개구진 10황자 왕은(백현)에게는 친구처럼, 14황자 왕정(지수)에게는 누나 콘셉트를 택했다. 각기 다른 매력으로 황자들을 홀리는 데 성공했지만, 아쉽게도 그 매력이 시청자들을 홀리지는 못 했다. 그러다보니 모든 황자들이 해수를 바라보는 상황 그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고, 쉽사리 몰입하지 못 한다.
여기에 이준기, 강하늘 등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이는 배우들과 대비되면서 아이유의 연기는 동떨어진 느낌을 보인다. 이준기, 강하늘은 극을 '하드캐리' 한다며 시청자들의 '동정'까지 받고 있는 상황.
아이유에게 '책임'을 덮어씌우는 것이 가혹하다는 시선도 있다. 사극이 처음인 것을 감안하면 '나름 선전하고 있다' '안정적이다'는 평도 있다. 엑소의 백현 역시 부족한 연기력으로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을 비교하며 '왜 아이유에게만 그러냐'고도 한다.
그러나 아이유는 엄연히 여주인공이다. 비중 자체가 압도적이고, 드라마를 이끌고 가는 카리스마나 존재감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주연으로서 책임을 묻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사실 아이돌은 연기 도전에 있어 신인 배우들보다 유리한 고지에서 출발한다. 가수 활동을 통해 얻은 인지도와 인기로 비교적 쉽게 작품에 승선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은 아이돌이 첫 작품부터 주연으로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해외 판매를 염두에 두고 한류 아이돌을 캐스팅 하는 시장 상황은 아이돌의 캐스팅을 부채질 하고, 이들의 영향력은 더 커졌다. 인기 아이돌의 연기 도전 자체가 대중들에겐 연기판의 '금수저'로 비춰지는 셈이다.
'연기돌'은 양날의 검이다. 가수와 다른 모습으로 색다른 매력을 발산하며 연기자로서 인정 받기도 하고, 기대 이상의 연기력으로 재조명 되기도 한다. 그러나 자칫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다음 활동에 대한 심리적인 압박을 받고, 손가락질을 받는다. 작품이 부진할 경우 종종 그 책임을 떠안기도 한다. 결과에 대한 타격이 배우들보다 훨씬 크다.
아이유가 '책임론'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결국 연기력으로 답할 수 밖에 없다. '달의 연인'에서는 가수 아이유가 아닌, 배우 이지은으로 선택 받았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달의 연인'은 사전제작으로, 모든 촬영이 일찌감치 끝났다. 아이유는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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