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팬들도 많이 오셨고 좋은 추석 선물을 드린 것 같아 기쁘다." (최강희 감독)
"평일인데 정말 많은 관중이 찾아오셨다. 열심히 뛰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이동국)
1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전북 현대-상하이 상강(중국)의 경기를 앞두고 전북은 '4만 관중과 함께'라는 문구를 넣은 포스터를 제작했다.
한국 축구의 현실에서 평일에 4만명의 관중을 모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1만5천명만 와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그런데 전북은 4만명이라는 꿈의 숫자를 과감하게 꺼내 들었다. 클럽 국가대항전에서는 언제라도 할 수 있는 숫자였고 신흥 명문으로 자리 잡은 전북이라면 언젠가 해내리라는 자신감도 있었다.
전북 김동탁 부단장은 "현실적으로는 상하이전에 3만명 정도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추석 연휴 시작 전날이고 퇴근 시간과 맞물린데다 경기장 인근이 호남고속도로 전주 나들목과 맞닿은 교통지옥이라 쉽지 않아 보였지만 3만에 가까운 2만7천351명의 관중이 찾았다. 상하이 원정 응원팬 2천여명 정도를 제외해도 2만5천명이나 된다.
자발적인 분위기 형성이 컸다. 이날 경기 관람을 위해 일부 기업체, 병원 등에서 조기 퇴근을 한다고 이철근 단장에게 알려왔다고 한다. 축구사랑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들이 만드는 분위기는 뜨거웠다. 전반에 한 골도 터지지 않았지만 몰아치는 파도에 전북은 거침없는 공격을 펼쳤다. 기록이 말해줬다. 볼 점유율 54%-46%, 슈팅수 9-1, 유효슈팅 3-1, 코너킥 7-0 등 압도적이었다. 상하이는 헐크가 21분 슈팅한 것이 전반 유일한 공격이었다.
원정 1차전을 0-0으로 비겼기 때문에 2차전은 이기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공식이었다. 지난해 홈 1차전에서 감바 오사카(일본)와 비긴 뒤 2차전에서 2-3으로 패했던 아쉬움을 다시는 보여주지 않겠다는 의무감이 선수단을 감쌌다.
결국 후반 다섯 골을 몰아쳤다. 과거 전북을 대표하던 외국인 공격수 에닝요에 대한 도전 의식이 있었던 레오나르도가 골문을 열었다. 유럽 이적설이 돌고 있는 이재성은 과감한 중앙 돌파로 탄성을 자아냈고 30대 두 중앙 수비수 김형일-조성환은 싸움닭처럼 상대 공격을 차단했다. 바로 앞선의 중앙 미드필더 장윤호는 "뒤에서 귀가 따가울 정도로 (두 수비수가) 말을 한다"라며 정신을 바짝 차리고 경기에 나서게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워낙 많은 골을 몰아치니 전북 팬들이 골을 넣고 선수를 연호하는 '오오렐레' 응원도 네 번이나 나왔다. 37분 레오나르도, 38분 이동국의 골이 연이어 터져 두 사람 몫의 오오렐레를 같이 했다. 이후 파도타기 응원 등 '전주성(전주월드컵경기장 애칭)에서 적에게 자비란 없다'라는 전북의 화끈한 공격 컨셉트를 보여줬다.
열띤 응원 앞에 승리 DNA는 자동적으로 생성된다. 올해 전북이 홈에서 패한 것은 FA컵 8강전 부천FC 1995전이 유일하다. K리그는 여전히 극강의 무패를 달리고 있고 챔피언스리그도 마찬가지다. 압도적인 분위기에 상하이 팬들은 0-3이 되자 뒤도 보지 않고 퇴장해버렸다.
이재성은 "지난해 8강 탈락 아픔을 두 번 겪지 않기 위해 정신적으로 더 강하게 준비했다. 그것이 약이 됐다"며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전북의 숙명이다. 4강전을 잘 준비해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이뉴스24 전주=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