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6강부터 가자', 프로농구 10개 구단 눈치 싸움 시작

[이성필기자] "빠른 농구를 하겠다."

"6강보다 더 나은 성적을 목표로 삼겠다."

출사표는 저마다 달랐지만 지향하는 성적은 거의 비슷했다. 2016~2017 KCC 프로농구 개막을 앞둔 10개 구단 감독과 선수들의 각오가 그랬다.

19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 호텔에서 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올 시즌 프로농구는 전력이 엇비슷하고 대형 신인들이 대거 프로에 입단해 전력이 평준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고양 오리온 추일승 감독은 "지난 시즌 정말 오랜만에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라며 "어제(18일) 드래프트 이후 우승 전선에 차질이 생겼다. 이번에 가세한 신인들이 폭발력을 가질지 궁금하다. 오리온만의 농구를 재미있게 보여주겠다. 두 가지 챔피언을 꼭 하고 싶다"라며 정규리그, 챔프전 통합 우승 도전을 선언했다.

챔프전에서 오리온에 패했던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팀 전주 KCC 추승균 감독도 비슷했다. 그는 "지난 시즌에는 감독 첫 시즌이었는데 선수들이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이 나왔다"라며 "올 시즌은 많이 부담스럽지만 새로운 선수를 영입했고 기존의 젊은 선수와 지난 시즌 많이 뛰지 않았던 선수들도 합류했다. 그들이 얼마나 잘 해주느냐에 따라 재미있는 경기가 될 것 같다"라며 새로 맞는 시즌이 설렌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리온과 KCC는 올 시즌에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울산 모비스 유재학, 서울 SK 문경은, 원주 동부 김영만, 서울 삼성 이상민 감독 등이 두 팀을 우승 가능한 팀으로 꼽았다.

올 시즌 프로농구는 즉시 전력감의 이적이 많다. 안양 KGC인삼공사와 인천 전자랜드는 일대일 트레이드로 한희원과 박찬희를 받아들이며 취약 포지션을 보강했다. 김태술(삼성), 이현민, 주태수(이상 전주 KCC) 등도 새 둥지를 찾았다.

또, 이종현(울산 모비스), 최준용(서울 SK), 강상재(인천 전자랜드) 등 드래프트 1~3순위의 대형 신인들도 데뷔를 기다리고 있다. 즉시 전력감이라 기존 선수단과 조화를 잘 이룬다면 두 우승 후보를 흔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서울 SK, 인천 전자랜드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모비스는 우승 후보로 꼽히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플레이오프 한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모비스에서 13시즌째 감독 생활을 하고 있는데 올 시즌처럼 어깨가 무겁고 부담스러운 적이 없었다"라며 부담감을 토로한 뒤 "애초 6강이 목표였는데 외부 시선이 더 상위를 생각하는 것 같아서 상당히 부담된다"라며 애써 관심을 차단했다.

지난 시즌을 9위로 마감했던 SK 문경은 감독은 "김선형 등 주축들이 대표팀 차출로 빠졌고 김민수도 수술을 했다"라며 "시즌 초반 5할 승률을 목표로 기본기에 충실한, 이기는 농구로 6강에 가겠다"라며 실리 농구를 강조했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챔프전 진출을 다짐했다. 그는 "새로 영입한 박찬희와 외국인 두 명에 신인 강상재까지 얼마나 조화를 잘 이루느냐가 중요하다. 챔프전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반드시 가도록 준비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외에 삼성 이상민 감독은 "빠르고 공격적인 농구를 하겠다"라고 전했고 창원 LG 김진 감독도 "재미난 플레이로 6강을 목표로 하겠다. 김시래가 합류하기 때문에 기대하고 있다"라며 반등을 예고했다.

가장 외면 받았던 부산 KT 조동현 감독은 "농구 전문가들이 늘 KT를 하위권으로 예상하는데 올 시즌에는 이를 뒤엎는 순위를 보여주겠다"라며 선전을 약속했다.

각 팀들이 출사표까지 던진 프로농구는 오는 22일 고양체육관에서 오리온-KCC의 공식 개막전을 시작으로 2017년 3월 26일까지 팀당 54경기씩 정규리그 열전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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