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남자프로배구 우리카드가 기분좋은 홈 개막전 승리를 거뒀다. 우리카드는 지난 19일 안방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디펜딩챔피언 OK저축은행과 시즌 첫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3-0으로 이겼다.
우리카드로 구단 간판을 바꿔 단 이후로 4시즌 만에 처음 맛본 개막전 승리다. 전신 우리캐피탈과 드림식스 시절에는 시즌 첫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적이 두 차례 있었지만 우리카드로 닻을 올린 지난 2013-14시즌부터 이상하게도 시즌 첫 경기나 홈 개막전에서 승리와 인연이 없었다. 우리카드는 드디어 '불운'을 끊었다.
홈 개막전 승리이자 시즌 첫 승의 주역은 외국인선수 파다르(헝가리)였다. 그는 3세트 듀스 상황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서브 에이스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주연이 있으면 조연도 있기 마련. 이날 OK저축은행전에서는 센터 김은섭이 팀 승리의 도우미 역할을 했다.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걱정이 있었다. 주전 센터 박상하가 코트에 나설 수 없었다.
박상하는 2016-17시즌 개막을 앞두고 지난달 열린 2016 청주·KOVO(한국배구연맹)컵 프로배구 대회에서 왼쪽 발목을 다쳤다. 김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을 상대로 진행된 사전 인터뷰에서 "박상하의 부상 회복이 더디다"며 "정상적인 출전은 힘들 것 같다"고 했다.
박상하를 대신해 선발 센터로 나선 김은섭은 1세트 초반 깜짝 활약했다. 상대 공격을 연달아 가로막았다. 이후에도 OK저축은행 세터들은 장신(211cm)인 김은섭의 높이를 의식해 토스가 매끄럽게 나가지 못했다.
김은섭이 블로킹에서 버티고 있기 때문에 선택지가 좁아졌다. OK저축은행 선수들은 스파이크 각도와 방향에서 김은섭 때문에 손해를 본 부분이 있다. 우리카드 입장에서는 김 감독이 꺼낸 '김은섭 카드'가 잘 들어맞으 셈이다.
박상하는 이날 3세트 교체로 잠깐 코트에 들어갔다. 하지만 대부분 시간을 웜업존에서 보냈다. 가만히 경기를 지켜만 본 건 아니다. 로테이션상 후위로 가 리베로 정민수와 교체돼 코트 밖으로 나온 김은섭에게 쉬지 않고 얘기를 건넸다.
박상하는 "(김)은섭이가 아직 센터로 뛴 경험이 얼마 없다보니 내가 좀 주제 넘더라도 오버를 좀 했다"며 "상대 세터인 곽명우, 이민규의 토스 성향과 상대 전위 블로킹 위치 등에 대해 그 때 그 때 말을 해줬다"고 웃었다.
블로킹 시 손모양도 직접 시범을 보였다. 그렇게 박상하는 웜업존에서도 분주하게 보냈다. 동료들이 득점에 성공할 때는 김은섭과 함께 하이파이브도 나누며 기쁨을 표시했다.
박상하는 발목 말고도 한 군데 부위를 더 다쳤다. 오른쪽 허벅지다. 그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무리를 해버렸다"고 했다. 김 감독은 박상하에게 발목 부상 치료와 재활에 신경 쓰라고 했다. 그런데 박상하는 팀연습에 꼬박 꼬박 참가했다. 그는 "부상을 핑계로 팀 연습을 빠지긴 싫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허벅지 쪽에도 무리가 왔다.
부상 부위에 테이핑을 했지만 정상적인 몸상태는 아니다. 박상하는 "괜히 오버를 해서 오히려 팀에 피해를 준 것 같아 더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부상에서 빨리 회복해 다시 정상적으로 코트에 나서고 싶다"며 "은섭이의 센터 적응에도 도움을 주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은섭은 여러 포지션을 거쳤다. 고교와 대학시절 그리고 대표팀에서는 라이트로 뛰었고 우리카드 유니폼을 입기 전 몸담았던 대한항공에서 레프트로도 뛴 적이 있다. 김은섭은 "내게 가장 잘 맞는 자리는 센터인 것 같다"고 했다. 그에게는 훌룡한 참고서가 될 수 있는 동료가 있다. 대표팀에서도 주전 센터로 뛰는 박상하와 박진우가 함께하기 때문이다.
박상하도 김은섭처럼 포지션 변경을 한 경험이 있다. 그는 프로 입단 전 경희대에서 라이트 공격수로 뛴 적이 있다. 박상하는 "올 시즌 팀 분위기는 예년과 비교해 정말 좋다. 지난 시즌보다 많은 경기에서 이기고 싶다. 팀에 꼭 도움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개막전을 앞두고 머리를 짧게 잘랐다. 상무(국군체육부대)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보인다. 박상하는 "내 자신과 약속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조이뉴스24 /장충체육관=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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