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아직 FA컵이 남아 있으니까…"
전통 명가 수원 삼성은 올해 K리그 클래식에서 자존심을 제대로 구겼다. 제대로 된 전력 보강 없이 시즌을 치르다다 보니 힘겹게 리그를 끌고 왔다. 부진한 성적에 팬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지난 7월 울산 현대 원정에서는 추가시간 두 골을 내주며 어이없는 1-2로 역전패를 당하자 흥분한 팬들이 선수단 버스를 가로막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당시 서정원 감독은 "선수 보강 계획은 있느냐", "왜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느냐"는 팬들의 거센 성토에 "선수단은 열심히 하고 있다. 제가 책임을 지겠다"라며 팬들을 설득했다.
서 감독을 경질하라는 여론까지 있었을 정도로 수원 팬심은 들끓었다. 침묵하며 선수단을 결집시키는데 집중하던 서 감독에게 '왜 말이 없느냐'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기도 했다. 부진한 성적과 무조건 감독부터 자르라는 식의 여론에 서 감독의 속은 타들어 갔다. 그저 참고 경기에 집중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눈과 귀를 다 막아야 했다.
스플릿B로 떨어져 강등 걱정까지 해야 했던 수원은 2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37라운드 홈 경기에서 3-2로 승리하며 클래식 잔류를 확정했다. 승점 47점으로 7위로 뛰어올랐다. 포항 스틸러스와 1-1로 비기며 46점으로 역시 잔류 확정에 성공한 광주FC와 최종전을 홈에서 치러 부담도 없어졌다. 수원은 광주에 패해도 8위, 이기거나 비기면 7위로 시즌을 마감한다.
물론 수원 팬들이나 서 감독의 성에 찰 수 없는 성적이다. 올해 K리그 역대 최다인 17무승부를 기록하는 등 불명예 성적도 양산했다. 무승부 중 이길 수 있었던 경기가 10경기가 넘었다. 서 감독은 "10경기 정도만 잡았어도 우승 경쟁을 했을텐데, 참 알 수 없다"라며 속상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나마 여름 이적 시장에서 사정 끝에 영입한 조나탄이 막판에 살아나며 골 행진을 벌였고 리우 올림픽 메달 좌절로 컨디션이 떨어졌던 권창훈도 다시 불을 뿜은 것이 수원에는 희망적이었다. 부상으로 힘들었던 염기훈이나 홍철도 택배 크로스로 승리에 공헌하는 등 힘을 찾는 모습을 보였다.
수원은 클래식 잔류 확정이 됐지만, 아직 도전 과제는 남아 있다. 라이벌 FC서울과의 FA컵 결승전이다. FA컵 사상 첫 '슈퍼매치 결승전'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데다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까지 걸려 있다.
서 감독은 "(주변에서) 잔류했다고 축하 해주는데 기분이 참 묘하다. 진짜 축하는 FA컵 우승을 하고 받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라고 FA컵 정상을 향한 의지를 전했다. 수원의 위치에서 1부리그 잔류를 기뻐하는 것 자체가 씁쓸하지만 아쉬움을 어느 정도 털어낼 수 있는 '마지막 승부'가 기다리고 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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