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슈틸리케호 황태자' 이정협(전북 현대)은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정협은 11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 우즈베키스탄전을 대비해 치른 캐나다와의 친선경기에 원톱으로 선발 출전했다.
많이 뛰고 이타적인 플레이를 하면서 수비 뒷공간으로 잘 파고 들어가는 이정협은 슈틸리케 감독이 좋아하는 유형의 공격수다. 지난 3월 27일 태국 원정 이후 대표팀과 멀어져 있었던 이정협은 8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욕심을 버리고 팀을 위해 뛰겠다"고 다짐한 이정협은 볼을 소유하면 동료에게 연결하며 빠르게 움직였다. 그 결과 10분 김보경(전북 현대)의 선제골에 연계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이정협이 내준 볼이 남태희(레퀴야)를 지나 김보경에게 갔고, 김보경은 재치있는 왼발슛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이정협은 연계 플레이에 더 집중했다. 17분에는 남태희가 미드필드 중앙에서 올린 가로지르기를 헤딩해 뒤에 있던 김보경에게 정확히 내줬다. 김보경의 왼발 슈팅이 골대 옆으로 지나갔지만 충분히 좋았던 장면이었다.
이정협은 골맛까지 봤다. 전반 25분 김창수의 스로인을 받은 지동원이 슈팅하려다 수비에 막혔고 이 볼이 한국영과 수비에 재차 맞으며 주인없이 옆으로 흘렀다. 이정협은 볼의 방향을 끝까지 놓치지 않았고 뛰어가 오른발로 강슛을 날려 골을 만들었다. 지난 3월 24일 레바논과의 월드컵 2차 예선 이후 8개월여 만에 터진 이정협의 대표팀 경기 골이었다.
이정협에 대한 슈틸리케 감독의 신뢰는 후반에도 이어졌다. 전반과 달리 후반 캐나다가 좀 더 강하게 압박을 하면서 기회가 자주 오지는 않았지만 상대 백패스가 나오면 골키퍼를 향해 뛰어가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16분에는 수비와의 경합을 이겨내고 볼을 소유해 중앙으로 가로지르기를 시도하며 코너킥을 만드는 등 성실함을 보였다.
울산에서 특별한 활약을 하지 못하며 아쉬운 시즌을 보냈던 이정협은 슈틸리케호에 특화된 공격수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 캐나다와 비교해 압박이 더 좋은 우즈벡을 상대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이정협이 살아나면서 대표팀 원톱 경쟁은 더욱 재미있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됐다. 이정협은 후반 34분 경쟁자인 김신욱(전북 현대)과 교체돼 물러났다. 김신욱도 이날 적은 출전 시간이었지만 나쁘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우즈벡전 선발 원톱 기용을 놓고 기분 좋은 고민에 빠지게 된 슈틸리케 감독이다.
조이뉴스24 천안=이성필기자 elephant14@i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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