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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어린이 팬 유진이, 클래식 승격에 웃음 찾았다


3년 전 강등에 눈물 쏟아 화제, '강원 비극의 상징'에서 '희망'으로 우뚝

[이성필기자] "아이구, 쑥스럽네요. 이게 이렇게 주목받을 일이 아닌데…"

K리그 클래식 승격에 성공한 강원FC 서포터 나르샤의 김경철(40) 회장은 손사래를 쳤다. 아들 유진(7) 군과 자신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는 것이 못내 부끄러운 몸짓이었다.

강원은 지난 2013년 12월 상주 상무와의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패해 챌린지로 강등됐다. 당시 김 회장은 한 어린이를 안고 눈물을 흘렸는데 아들 유진 군이었다. 이 장면이 취재진의 카메라에 잡혔고 강원의 강등을 상징하는 사진으로 남았다.

"유진이가 눈물을 흘린 경기는 (강원 경기를 찾아 지켜본) 5년 동안 그날이 유일했다. 분명히 강원이 1-0으로 이겼는데 분위기가 안 좋은 것을 보고 뭔가 잘못됐다고 직감했던 것 같다. '이제 다시 축구 못 봐?'라는 질문에 '응. 마지막 경기야'라고 대답했는데 시즌 마지막이 아닌 진짜 마지막이라고 생각해 그렇게 서럽게 울었던 모양이다. 나도 울컥해서 눈물이 났는데 그걸 보고 펑펑 대성통곡을 하더라."

3년이 흐른 지난 20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김 씨와 아들 유진 군은 이번에는 강원의 클래식 승격을 확인했다. 강원은 성남과의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1-1로 비기면서 원정 다득점으로 3년 만에 클래식 복귀의 순간을 맞았다. 주심의 종료 호각이 울리는 순간 김 씨와 유진 군은 환하게 웃었다.

유진 군은 2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축구장을 찾았다. 유진 군의 7세 인생에서 무려 5년을 강원과 함께했고 나르샤의 마스코트가 됐다.

"유진이랑 2011년부터 경기를 보러 다녔다.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나르샤 활동을 시작했고 유진이도 항상 함께였다. 강원 경기 일정을 항상 물어보고 경기장 가겠다고 앞장서는 게 유진이다. 2012년에 함께 서울에서 FC서울-수원 삼성의 슈퍼매치를 보고 왔다. 다음날에 강원과 전북 현대의 경기가 전주에서 있었다. 유진이가 아침부터 일어나 보러 가자고 노래를 부르는 바람에 고생 좀 했다. 나보다 체력이 훨씬 좋은 것 같다."

김 회장은 원래 축구를 보는 것보다 직접 하는 것을 좋아했다. 조기축구회를 꾸준히 나가면서 다쳐서 집에 들어오는 날도 있었다. 그런 날이면 아내의 불호령을 들어야 했다. 그는 취미를 축구 관람으로 바꿨고 가족은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요즘 가족들과 어울릴 시설이 그렇게 많지 않다. 돈도 많이 들고 이동 시간도 길다. 아이들이 놀이동산 같은 곳을 좋아하지만 강릉에 아직 그런 시설이 없다. 축구장은 가족과 함께 추억을 쌓을 최고의 장소다. 축구는 사람이 직접 움직여 결과를 만든다. 이기고 지는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정말 뭐라 표현하지 못하는 쾌감이 있다. 그것을 통해 가족들끼리 뭉칠 수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경기를 기다리며 가족들 간의 이야깃거리가 생긴다. 성남전에는 아내가 일까지 미루고 함께 경기장을 찾았다. 10년 뒤에도 함께 얘기할 수 있는 추억을 쌓았다."

강원은 김씨 가족에겐 화목함을 이어주는 하나의 매개체다. 5년 동안 강원의 경기를 보면서 함께 웃고 울었다. 그는 가장 슬픈 순간으로 3년 전 강등을 꼽았다.

"2013년 강등을 당한 뒤 초상집이었다. 난리가 났다. 그 때 생각하니 진짜 감회가 새롭다. 그 때가 첫 승강 플레이오프였다. 최초의 아픔을 접해 더 슬펐다. 자동 강등이 됐으면 아픔이 덜했겠지만 마지막까지 뛰었는데 결과물이 안 좋았다. 그 때 생각하니 지금도 착잡하다."

가장 행복한 순간은 물론 올해 강원의 승격이었다.

"성남전이 끝나고는 축제였다. 유진이도 환하게 웃었다. 함께 소리 지르고 펄쩍펄쩍 뛰었다. 3년 전에는 울었지만 이번에는 웃었다. 유진이는 승격이 정확히 무엇인지 잘 모른다. 더 좋은 곳 정도로 알고 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함께 승격의 순간을 얘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내년에도 가족과 함께 경기장을 찾는 것은 당연한 알이다. 승격이라는 목표를 이뤘기 때문에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대표이사님이랑 감독님이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았다"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속내는 달랐다.

"당연히 강원이 잘하면 좋다. 우승의 순간을 유진이와 함께 누려보고 싶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레스터시티처럼 2부 리그에서 1부 리그로 올라가고 역사를 쓰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내년은 현실적으로 상위 스플릿 그룹A(1~6위)만 진출해도 좋을 것 같다. 물론 목표인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이룬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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