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올해요? FA컵은 우승해야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생각해요."
슈퍼 파이널로 불린 FC서울과의 FA컵 1차전에서 2-1로 승리한 수원 삼성은 2010년 이후 6년 만의 우승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선수단부터 프런트까지 우승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미드필더 권창훈(22)은 FA컵 우승이 간절하다. 그에게 2016년은 축구인생에서 가장 긴 해다. 사건·사고도 정말 많았고 감정 조절이 힘들었다.
시간대로 나열하면 23세 이하(U-23) 대표로 1월 아시아 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리우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확보했지만, 일본에 패하며 준우승을 수확했고 5월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탈락, 8월 리우 올림픽 4강 좌절, 11월 K리그 클래식 스플릿 그룹B(7~12위)에서 7위로 마감했다. 정신없이 지나간 한 해였다.
A대표팀과 올림픽을 오가다 어른들의 교통정리로 올림픽 대표팀에만 전념한 권창훈이지만 부상은 훈장처럼 따라다녔다. 아킬레스건 부상과 족저근막염을 견뎌내느라 어려웠지만, 시즌 막판 11위까지 떨어지는 수원을 보면서 고통을 참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빨리 회복해 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서정원 감독은 조급함을 갖지 않고 기다렸다. 선수 생명을 길게 가져가기 위해서는 무리한 출전이 필요 없다는 생각에서다.
그런 그에게 12월 '겨울 축구'를 경험하는 기회가 왔다. FA컵 결승에 올랐고 1차전을 이기면서 우승에 근접했다. 다음달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차전을 지지 않으면 우승을 한다.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권창훈은 베스트11 미드필더 부문에 선정됐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수상이라 그저 감사하다. 그래서 FA컵 우승을 꼭 해야 한다. 늘 "힘들다고 말하면 팬들에게 죄송하지 않을까 싶다"라는 말을 달고 살았던 권창훈이다.
마음을 강하게 먹은 권창훈이다. 그는 "K리그가 어렵게 끝났는데 FA컵 우승이라도 하지 않으면 억울하지 않을까 싶다. 팬들은 우리에게 우승을 원하는데 선수단이 그에 맞는 성적을 내주지 않으면 이상하지 않을까 싶다"라며 의지를 다졌다.
남해 전지훈련에서도 권창훈은 나쁘지 않은 몸 상태를 나타냈다. '애어른'이라는 별명처럼 대표팀과 수원에서 겪은 일들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티를 내지 않으며 상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수원 관계자는 "움직임이 가장 좋은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스스로 몸 관리도 잘했다. 나이에 비해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이 정말 컸을 텐데 티 한 번 내지 않은 것을 보면서 놀랄 때가 많았다"라고 전했다.
부상 통증을 참고 뛴 권창훈이다. 아직 미세한 통증이 있지만, 동료들의 간절함을 보면 그냥 넘기기도 어렵다. 자신의 치료에 휴식이라는 배려를 해줬던 서정원 감독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권창훈은 마지막 남은 힘을 쏟아붓겠다는 각오다. 유종의 미를 위해 마지막 투혼을 불사르려는 권창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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