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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소설] 포옹 <8> - 정찬주


조이뉴스24가 단편소설을 연재합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브런치가 있는 카페에서 깊이와 재미를 더한 소설을 즐기며 하루를 준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언제나 맑고 선명한 언어로 인간의 내면 이야기를 즐겨 들려주는 정찬주 작가가 이번에는 집요하고도 진득한 문장으로 지나간 시대의 아픔을 말해 줍니다. 소설에 담긴 비극은 분명 과거에 속한 것이지만 새로운 모습과 형태로, 아니 더욱 강고하게 현재를 지배하고 있기에 바로 오늘의 이야기 우리의 고통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편집자]

장인은 바람둥이였다고 한다. 첫 번째 아내는 월남할 때 이북에서 자연스럽게 헤어졌고, 두 번째 아내는 장인의 바람기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나가버렸다고 한다. 지금의 장모는 세 번째인 셈인데 장인의 춤솜씨에 반해서 만난 여자치고는 연분이 가장 오래 지속되고 있는 터였다.

장모는 춤을 배우겠다고 장인을 쫓아다니는 여자들이 많았지만 웬만한 사건은 눈감아주곤 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어느 날 춤 교습소를 중국집으로 바꾸어 버렸으며 장인에게 돈맛을 알게 해주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장인의 바람기가 아주 멎은 것은 아니었다. 여자가 장인을 너무 사모한 나머지 이민을 떠난 사건도 있었다. 이러한 장인의 바람기를 놓고서 우리는 문병 가는 길에 다투었다. 택시 안이었다.

"요즘에는 좀 어때?"

의례적인 물음이라는 것을 아내도 잘 알고 있었다.

"별 수 있겠어요. 요즘에는 정신까지 오락가락하는 모양이에요."

"간병하시는 장모님은?"

"아버지 때문에 이날 이때까지 고생만 하고 계시는 거죠. 젊어서는 아버지 따라다니는 여자들 때문에 마음 아팠고 이젠 병원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이제는 마음은 편하실 것 같은데."

"그러실 리야 있겠어요."

"허리가 아프신 후로는 바람을 피우시지 않았으니까."

순간 아내의 얼굴이 싹 굳어졌다.

"뭘 그래 농담을 가지고."

"농담이라도 할 말이 따로 있지요."

택시운전사 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우리는 병원까지 가는 동안 계속 티격태격하며 다투었다. 결국 나는 병원 문 앞에서 돌아와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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