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크리에이터의 영역에 누군가의 입김이 닿으면, 더이상 크리에이티브할 수가 없어요. 내 크리에이티브를 원천 삼은 아티스트 제작이 목표입니다."
신생 엔터테인먼트 아크엔터테인먼트의 장지민 대표(레이첼)는 '비주얼 크리에이터' 출신이다. 엔터 업계에서 십수년 간 발로 뛰며 아티스트들에 '비주얼'을 입혀줬고, 제작자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장지민 대표는 비주얼 브랜딩 회사인 아크 크리에이티브웍스와 연예기획사 아크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다. SM과 YG엔터테인먼트, 하이브 등에서 음반 디자인부터 아티스트 비주얼 브랜딩까지 맡으며 노하우와 인적 네트워크를 쌓았고, 일본 에이벡스의 신인그룹 비주얼 크리에이티브 대행업무를 맡아 앨범 콘셉트 등 브랜딩 전략을 도왔다.
자신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소개한 장지민 대표는 "A부터 Z까지 대중 눈에 보여지는 것들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해왔다"며 "크리에이터 출신으로 프로듀서까지 오른 민희진 대표가 롤모델"이라고 밝혔다.
"민희진 SM 사수였다…YG서 싸이-블랙핑크 등과 작업"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던 그는 음반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다. 장 대표는 "청각을 시각화 하는 것이 흥미로웠다"고 했다. 첫 회사는 SM엔터테인먼트였다. 비주얼 디렉팅 팀의 막내로 입사했던 그의 사수는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로, 당시 과장 직책을 맡고 팀을 진두지휘했다. '비주얼 디렉팅'이라는 단어조차 낯설었던 시절, 음반디자인은 물론 가수들의 비주얼 스토리텔링까지 폭넓은 일을 했다. 책상 앞에 앉아 디자인만 하는 것이 아닌, 뮤직비디오 현장까지 다녀야 했다.
"한 번은 민희진 님에게 '디자인 팀일 수도 있는데 왜 비주얼 디렉팅팀이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뮤직비디오 촬영장에서 현장 디렉팅하고 새벽에 사무실에 들어가서 찍은 걸 보고 또 보정하고, 정말 바쁘셨어요. 제게 '능동적이어야 한다'고 했어요. (민희진이) 처음엔 그래픽 디자이너로 입사했지만 '촬영 현장에 가봐도 되나요?' 물어보고 조금씩 비주얼 기획을 만들게 됐다고. 유기적인 비주얼 스토리텔링과 세계관도 희진 님이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능동적으로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바로 행동으로 실천하는 분이었어요. 배울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고, 사회 생활에서 영향을 받기도 했어요. 디자이너 출신이 제작자까지 올라간 선례가 많지 않은데, 좋은 롤모델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1년 남짓 근무한 그는 2011년 YG엔터테인먼트로 옮겨 6년 간 싸이와 빅뱅, 위너, 이하이 등과 작업했다. 블랙핑크 데뷔 전 비주얼 트레이닝도 담당했다. 그는 "음반 디자인만 하는 것이 아닌, 그 안에 들어가는 사진까지 기획을 했다. 배우들의 이미지를 전환하는 화보 작업도 했다. 아티스트들의 굿즈도 많이 제작했다"라며 "그 때 크게 보는 눈이 생겼다고 자부한다"고 했다.
"돌이켜보니 결과물에 대한 대중들의 즉각적인 반응, 팬들이 사진에 대한 해석을 한다거나 피드백을 받는 것들이 재미있었어요. 트렌드의 접점에 있는 업무들이 흥미롭고 재미있었어요."
엔터사에만 머물지 않고 일반 기업에서도 경험을 쌓았다. 스타벅스에서 각종 굿즈 디자인에 참여하고, 인공지능 기업 재직과 대학교 겸임교수로도 근무했다. 공통점은 산업 전반적으로 '비주얼'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는 것. 국내외 엔터테인먼트에 비주얼 브랜딩 의뢰를 받게 되면서 그는 아크를 창립했다. K팝의 인기가 많아지면서 해외에서도 K팝의 시스템과 비주얼 스토리텔링에 관심이 커지던 시기였다. 일본 에이벡스의 신인그룹의 앨범 콘셉트 등 브랜딩 전략도 도왔다.
"예전에만 해도 '비주얼 디렉팅'이라고 하면 잘 몰랐는데, K팝이 글로벌 인기를 얻으면서 해외에서도 'K팝 비주얼'에 대해 많이 관심을 갖게 됐어요. 제가 비주얼 디렉팅에 대한 수업을 한 번 한 적이 있는데, 니즈가 크더라고요. 일본과 태국에서 한국의 시스템에 대해 궁금해했어요.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비주얼 작업을) 해봤기 때문에 그걸 무기 삼아서, 그 나라 고유의 방식과 K팝 시스템을 융합하는 형태로 서비스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뉴진스 데뷔조 하린 1호 아티스트"
회사 창립 후 비주얼 디렉팅 컨설팅을 주로 담당했던 아크는 지난해 아크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고, 장 대표는 제작자라는 새로운 명함을 달았다. 자사의 파워 IP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과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
"비주얼 컨설팅으로 들어가서 제작 용역도 했어요. 그런데 결국엔 제 IP가 아니라 한계가 있었어요. 외주 회사의 니즈에 맞춰서 따라가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어요. 크리에이티브 고유의 영역이 중요한데, 누군가의 입김이 있으면 이도저도 아니게 되는 경우가 있고 실제 그런 상황을 겪기도 했어요. 제가 처음 의도한 대로 되지 않고 훼손되는 형태도 많구요. 우리의 원천 크리에이티브를 무기로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마음 맞는 식구들을 꾸렸죠."
1호 아티스트도 영입했다. 2003년생 하린은 하이브 계열 쏘스뮤직의 연습생 출신으로, 뉴진스 데뷔조였다. 일본인인 하린은 어릴 적 모델로 활동한 경력이 있을 정도로 신비로운 비주얼의 소유자다. 한국어와 일본어 모두 유창해 일본을 주무대로 글로벌 신예로 키우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한 K팝 관련 드라마를 통해 인연이 닿았어요. 연습생 출신 친구들을 뽑아 트레이닝 시키고 실제로 그룹 런칭을 목표로 한다는 내용의 드라마인데, 관계자들을 통해 하린을 소개받게 됐어요. 뉴진스 데뷔조로 마지막까지 갔던 친구라 완성도가 있었고, 무엇보다 비주얼이 너무 좋았어요(웃음). 기획안을 직접 써올 정도로 열정도 있어서 저와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 대표는 엔터사업 확장을 목표로, 이르면 올 하반기 보이그룹 론칭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멤버들을 꾸리고 있다"며 "K팝의 획일화 된 시스템을 벗어나 자유로운 힙합 음악을 하는 레이블을 세우고 싶다"고 귀띔했다.
장지민 대표는 "2024년이 밑그림을 그리는 시기였다면, 2025년은 이것들을 외부에 오픈하는 시기가 될 것 같다"고 힘찬 도약의 한 해를 약속했다.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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