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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은 왜 '피타고라스'를 무시하나


'기대승률'보다 실제 성적 더 좋아…'보이지 않는 무엇' 있나

[김형태기자] 넥센의 기세가 무섭다. 타선의 무서운 집중력을 앞세워 두산 마운드를 난타했다. 넥센은 21일 잠실 두산전에서 15-7로 크게 이겼다. 최근 3연승에 원정 10연승 중이다. 올 시즌 넥센은 원정에서 13승3패로 압도적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5월 성적은 10승4패다. 이 달에 홈으로 넥센을 불어들이는 구단은 무척 긴장해야 할 것 같다.

◆'실체 이상의 무엇' 있나

넥센은 '도깨비' 팀이다. 기록만 놓고 보면 6할이 훨씬 넘는 성적이 나오기 힘들다. 전날까지 넥센은 득점(184점) 4위, 실점(161점) 3위를 기록했다. 공격과 수비 모두 최고라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승률 6할7푼6리(23승11패)로 선두 삼성에 0.5경기차 뒤진 단독 2위였다. 야구팀의 득점과 실점을 이용해 '기대 승률'을 맞춰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야구통계 전문가 빌 제임스가 고안한 '피타고라스식 승패 예측법'이 그것이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라는 수학 공식과 형태가 유사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이 통계에 따르면 넥센의 현재 승률은 5할5푼9리(19승15패)여야 한다.

하지만 현실의 넥센은 기대 승수보다 4승을 더 올리며 '숫자 이상'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선수들의 자신감이 보이지 않는 차이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기 전 "사실 겉으로만 보면 우리는 강팀이 아니다. 하지만 경기 후반 역전을 당해도 다시 뒤집을 수 있다는 믿음이 선수들에게 퍼져 있다"며 "지난 시즌과 다른 점이라면 이런 부분이다. 선수들이 이기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다. 지금까지만 해도 기대 이상이지만 후반기에는 더 강한 팀이 돼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넥센은 경기 전까지 불펜 평균자책점이 무려 6.18에 달한다. 9개 구단 가운데 가장 좋지 않다. 꼴찌 탈출 경쟁 중인 한화 및 NC보다도 불안하다. 그럼에도 기대 이상의 팀성적이 난다. 구원투수들이 얻어맞아도 타선이 어느 정도 커버해준다는 얘기다. 평균자책점 3.38(2위)에 이르는 탄탄한 선발 마운드도 강점이다. 도깨비 같은 넥센의 고공 행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지난해처럼 갑자기 주저 앉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게 여러 야구인들의 전망이다.

한편 극심한 마운드 난조에 시달리고 있는 두산은 '하는 만큼' 성적을 내고 있다. 팀득점(219점) 1위에 실점(191점) 8위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두산의 기대 승률은 5할5푼3리(21승17패). 전날까지 거둔 5할6푼8리(21승16패1무)와 거의 같다. 잘 치는 만큼 많이 맞은 게 그대로 성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괴력의 강정호

염 감독은 "사실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공격이다. 강정호와 박병호가 펄펄 날았던 지난 시즌 초반에 비해 타선이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을 강정호가 엿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날 강정호는 1회 우월 3점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6타점으로 개인 한 경기 최다 타점 기록을 경신했다. 기존 기록은 2011년 6월9일 목동 SK전에서 거둔 5타점이었다.

1회초 두산 선발 김상현으로부터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선제 3점홈런을 때려낸 그는 3회 무사 1루에서 1루수 뜬공으로 물러난 뒤 4회 1사 3루에서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장기영을 불러들였다. 그리고 5회 1사 만루에선 상대 5번째 투수 윤명준으로부터 2타점 우전 적시타를 때려냈다. 이날 이택근과 박병호, 강정호로 구성된 넥센의 중심타선은 12타수 7안타 9타점을 합작했다. 무시무시한 파괴력이었다.

◆'수난의 두산' 빈볼에 퇴장까지

두산 선발진의 부진이 심각하다. 지난 18일 대전 한화전 이혜천, 19일 같은 팀을 상대로 이정호가 조기강판된 데 이어 이날 선발로 나선 김상현도 3회를 버티지 못하고 교체됐다. 18일 임시 선발로 나선 이혜천이 1.1이닝 5안타 6실점으로 패하자 다음날 마운드에 오른 이정호도 1.1이닝 6안타 5실점으로 부진했다. 그리고 이날 김상현 또한 2.2이닝 6안타 4실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날 두산은 선발과 불펜이 모두 넥센 타선에 흠씬 두들겨 맞았다. 1-6으로 끌려가던 4회말 김현수의 솔로홈런 등으로 2점차까지 따라붙었지만 5회초 곧바로 대거 8실점하며 자멸했다.

넥센 타선은 5회에만 13명의 타자가 6안타와 사사구 4개로 인정사정 없이 두산 마운드를 난타했다. 두산은 5회 임태훈, 이혜천, 윤명준, 홍상삼 4명의 투수가 나섰지만 불붙은 넥센의 방망이를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설상가상 4-12로 크게 뒤진 5회 2사 3루에서 윤명준이 유한준과 김민성의 몸을 잇따라 맞혀 양팀 선수단이 모두 뛰어나오는 일촉즉발 사태가 벌어졌다. 무려 8점차로 크게 리드한 상황에서 2루주자 강정호가 무리하게 3루로 뛴 데 따른 보복성이었다. 상황에 맞지 않게 뛴 강정호나 빈볼을 던진 윤명준이나 모양새가 좋지는 않았다. 윤명준은 곧바로 퇴장당했다. 이날 두산은 모두 8명의 투수를 투입하며 악전고투했다.

◆올슨, 다음주 복귀?

한편 두산 좌완 올슨은 이날 경기에 앞서 3번째 불펜피칭을 실시했다. 두산 관계자들이 유심히 지켜보는 가운데 올슨은 공 40개를 85%의 힘으로 던졌다. 허벅지 부상으로 개접휴업중인 올슨은 투구 뒤 "통증이 없어 고무적"이라며 "아직 투구감이 오르지 않은 탓에 밸런스가 맞지 않았다. 앞으로 타자들을 상대해보면 괜찮아질 것 같다"고 밝혔다. 올슨은 오는 25일 2군 경기에서 3이닝 정도 투구가 예정돼 있다. 이 경기에서 몸상태에 이상이 없으면 다음 주에 1군 등록이 가능할 전망이다.

82년생과 87년생들이 붙으면?

두산 민병헌은 경기 전 "우리 1987년생 동기들이 엄청나다"며 "1982년생 선배들과 붙어봐도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병헌의 동기들은 이름만 들어도 쟁쟁하다. 우선 두산 동료인 김현수를 비롯해 강정호 김영민(이상 넥센), 차우찬(삼성), 한기주(KIA), 김문호(롯데), 이재원(SK) 등이 그와 고교 동기들이다. 민병헌은 "우리 동기들이야 말로 황금세대로 불리는 92학번 선배들 못지 않다"며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1982년생 선배들과 '세대 대결'을 해봐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82년생들은 현재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주역들이다. 추신수(신시내티), 이대호(오릭스), 김태균(한화), 정근우(SK), 손승락(넥센) 등이 동갑내기 친구들이다. 이름값으로만 보면 87년생들이 약간 밀리는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민병헌의 한 마디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다 필요 없어요. 미국에 있는 (류)현진이만 선발로 내세우면 되잖아요." 그러고보니 LA 다저스에서 맹활약 중인 류현진이야말로 1987년생의 대표주자였다. 두산 덕아웃엔 한바탕 웃음꽃이 피웠다.

조이뉴스24 잠실=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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