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5년만에 돌아온 '시라노'는 코가 더 어글리(ugly) 해졌어요. 콧대가 높아 잘생겨 보인다는 항의(?)가 많았거든요."
배우 조형균이 뮤지컬 '시라노'와 함께 5년만에 돌아왔다. 지난 시즌 '시라노'를 통해 2020년 한국뮤지컬어워즈 남우주연상, 예그린뮤지컬어워즈 올해의 배우상 등을 수상하며 최고의 한해를 보냈던 조형균. 그가 '시라노'와 함께 또한번 날개를 펴고 날아오른다. "5년 전보다 체력은 더 좋아졌고, 몸은 더 가벼워졌다"며 무대 위에서 날아다니는 조형균을 만났다.
10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조형균은 "5년 전 '시라노'를 통해 감사하게 상을 받았다. 배우의 길을 걷는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이정표가 됐다"면서 "하지만 수상 이후 코로나19로 1년간 공연을 쉬었다. 그래서 ('시라노'가) 밉기도 했다"고 양가적 감정을 토로했다.
"데뷔 18년인데 배우로서 살아남는 것을 늘 고민해요. 작품을 마친 후엔 선택을 당해야 하는 입장이니까요. 하지만 고민의 끝은 늘 같아요. 그냥 오늘 공연을 열심히 하면, 그게 쌓이다 보면 저만의 경쟁력이 되지 않을까요."
프랑스의 시인이자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이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쓴 희곡을 각색한 뮤지컬 '시라노'(제작 RG컴퍼니, CJ ENM)는 스페인과 전쟁 중이던 17세기 프랑스에서 용맹한 가스콘 부대를 이끌었던 콧대 높은 영웅 시라노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낭만 호걸'의 매력적인 캐릭터와 연애편지 대필이라는 재미있는 설정을 바탕으로 시라노의 명예로운 삶과 고귀한 사랑을 그린다.
조형균은 이번 시즌 최재림, 고은성과 함께 '낭만호걸' 시라노를 연기한다. 극중 시라노는 낭만적인 시인인 동시에 유쾌한 익살꾼이고, 전장을 누리는 최고의 검객이다. 못생긴 코를 가졌지만 그는 누구보다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무엇보다 그는 순수하고 성실한 짝사랑의 결정체다.
조형균은 "시라노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인물인 것 같다. 물론 코도 특별하다. 하지만 어떤 불합리한 상황에도 절대 굴복하지 않고 선봉에서 맞서 싸우는 점, 약자 편에 서는 강강약약 캐릭터라는 점, 그리고 한 여자를 정말 지고지순하게 사랑하고, 누군가의 비밀을 죽을 때까지 지켜주는 의리가 있는 인물이다"라면서 "여러모로 S급이다. 외모 빼고 다 가진 캐릭터"라고 시라노의 매력을 전했다. 그러면서 "나와 시라노의 닮은 점은 하나도 없다"고 덧붙였다.
시라노의 트레이드마크는 못생긴 코다. 이를 위해 배우들은 코에 독특한 코 조형물을 붙이고 등장한다. 커다란 보름달 앞에서 코를 치켜세운 시라노의 측면은 이 작품의 메인 포스터로도 활용되고 있다.
"지난 시즌보다 더 코가 뭉툭해지고 못생겨졌다"고 밝힌 조형균은 "코 조형물을 붙이면 오히려 공명이 생겨 노래가 더 잘 되는 느낌이 든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분장시간은 20분 정도면 충분하다. 접착제로 조형물을 붙이는데 땀을 흠뻑 흘리는 공연 후에는 3초면 해체된다"면서 "코 조형물은 비상상황을 대비해서 스페어를 여럿 구비한다. 보통 1~2회 가량 (조형물을) 쓰고 폐기한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도 전했다.
"시라노는 주인공 3인의 컴플렉스 이야기이기도 하죠. 외모컴플렉스를 가진 시라노, 진실한 사랑을 보지 못하는 록산, 진실된 마음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크리스티앙 모두요. 그런 의미에서 저도 컴플렉스가 있어요. 예전부터 저는 뭔가 특출난 게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훤칠하게 잘 생긴것도 아니고 키(176cm)가 큰 것도 아니고, 지극히 평범한 것 같아서요. 하지만 그 단점 덕분에 여러가지 작품을 경험해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예전엔 깔창도 무리해서 꼈는데 이제는 '나답게 살자'며 다 버렸어요."
조형균은 같은 배역을 연기하는 최재림, 고은성에 대한 애정도 전했다. 5년 전 팀의 막내로 "형들의 장점을 흡수하는 데 급급했다"던 조형균은 어느새 고연차 배우가 됐다. 더불어 '시라노' 유경험자로서, 극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는 "최재림은 남성적인 매력도 강하고 피지컬도 훌륭하다. 고은성은 감수성이 뛰어나다"고 또다른 시라노들의 매력을 전했다. 이어 "최재림 공연이 중단됐을 때 배우들이 모두 위로하고 응원했다. 요즘은 컨디션이 좋아져서 (무대에서) 날아다니더라. 재림이가 웃으니까 됐다. 우리는 동료이자 가족이다"라고 남다른 애정을 전했다.
"'시라노'는 빠르고 짧은 요즘 시대와 결이 다른 작품이에요. 느리고 천천히 흘러가는 속도감이 특징이죠. 화려하고 자극적인 요즘 작품들 사이에 '시라노'는 그래서 더 특별해요.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고전의 힘이자, 천천히 음미하는 미학의 힘이죠."
시라노는 17세기 프랑스의 '낭만영웅'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낭만영웅'을 연기하는 조형균에게 '진정한 낭만'이란 무엇일까 물었다. "낭만이란 게 별게 있나. 잠시나마 핸드폰과 이별하는 것"이라고 말한 그는 "쉬는 날 조용한 카페에 가서 강을 바라보며 음악을 들으면 참 좋다. 캠핑할 때는 아예 휴대폰을 꺼놓는다. 온전히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것, 그것이 낭만"이라고 정의했다.
한편 이시대의 '낭만꾼'을 만날 수 있는 뮤지컬 '시라노'는 2월23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공연된다.
/김양수 기자(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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