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조이人] '침범'·'로비'⋯스크린 꽉 채운 곽선영의 우직한 도전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곽선영이 20년 만 첫 영화로 관객들을 만났다. 스코어를 떠나서 곽선영이 '침범'과 '로비'에서 보여준 색다른 얼굴과 연기는 그 자체로 강렬했다. 특히 '침범'에서는 우리가 많이 기억하는 '슬의생', '크래시'의 걸크러시와는 너무나 다른 엄마 캐릭터를 깊이 있게, 또 강렬하게 연기해내 관객의 극찬을 얻었다. 일과 삶의 구분이 명확하다는 곽선영은 20년 배우 삶을 돌아보며 "거북이처럼 우직하고 살고 싶다"는 남다른 목표를 전했다.

지난 달 개봉된 '침범'(감독 김여정, 이정찬)은 기이한 행동을 하는 딸 소현(기소유)으로 인해 일상이 붕괴되고 있는 영은(곽선영)과 그로부터 20년 뒤 과거의 기억을 잃은 민(권유리)이 해영(이설)과 마주하며 벌어지는 균열을 그린 심리 파괴 스릴러다.

배우 곽선영이 영화 '침범'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자이언엔터테인먼트]
배우 곽선영이 영화 '침범'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자이언엔터테인먼트]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을 비롯해 하와이국제영화제, 홍해국제영화제, 피렌체 한국영화제 등에 초청되어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얻었다.

곽선영은 남들과는 다른 7살 딸 소현을 홀로 키우며 딸의 위태로운 행동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은 역을 맡아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행동을 하는 7살 소현 역 기소유와 연기 호흡을 맞췄다.

또 권유리는 어릴 적 트라우마를 안겨준 사건 이후, 사람을 믿지 않고 경계하며 마음의 벽을 허물지 않는 민 역을, 이설은 민의 일상에 갑자기 나타나 미묘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해영 역을 맡아 열연했다. 다음은 곽선영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데뷔 20년만 첫 영화다. 소감이 어떤가?

"지금까지는 관객의 입장이었는데 영화를 하게 되다니 싶다. 10년 전 공연을 할 때 "10년 뒤에는 영화를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인터뷰를 했다. 무의식 속에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바람이 이뤄진 것 같아서 여전히 신기하다."

배우 곽선영이 영화 '침범'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자이언엔터테인먼트]
배우 곽선영이 영화 '침범'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자이언엔터테인먼트]

- 시사회에 부모님이 오실 거라고 했었는데 반응은 어땠나?

"아버지가 우셨다. "아빠 울었죠?"라고 하기도 했는데, 제가 영화를 찍었다는 것에서의 감동의 눈물이 아니라 마지막 장면에서 울컥했다고 하시더라. 아빠 울리는 건 성공했다. 제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반응이었다."

- 수영 강사 역할인데 수영은 원래 할 줄 아나?

"중학교 때 배웠다. 자유형, 배영까지 배우고 그만뒀다. 헤엄치는 정도일 뿐 엄청 잘하지는 않는다. 물 공포도 있다. 발이 안 닿는 깊이는 무서워서 더욱 엄두를 내지 못했다. 드라마 '구경이' 할 때 수중신도 너무 힘들게 촬영했다. 이번 수중신을 위해서 연습을 했었는데, 이상하게 촬영하는 날 물이 하나도 안 무섭더라. 6M 깊이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너무 깊어서 오히려 안 무서웠던 것 같다. 쭉 들어가니까 공포심이 없었고 편안하게 촬영을 잘했다. 이제 3M 정도 들어가 횡단하는 건 가능하다."

- '구경이' 할 때 힘들었다면, 더더욱 '침범'을 선택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사실 수중신이 있는 줄 몰랐다. 나중에 알았지만 해야만 했다. 메이킹에 제가 힘겨워하는 것이 있었다. 그래서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말씀드렸다. 인물로서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극복했다."

- 실제 엄마이기 때문에 감정 이입이 되는 순간도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이 인물을 풀어가려 했나?

"극중 인물일 뿐, 실제 곽선영이 겪는 일은 아니다. 저는 경계가 명확한 편이라서 어렵지 않았다. 마음 아팠겠다고 하시는데 저는 출퇴근이 명확했다. 연기할 땐 하고 컷하면 잘 분위가 되는 터라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인물의 상황도, 각 신의 목표도 명확했다. 잘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 이입은 보면서 하게 되더라. 이런 경험을 하지 않았다 보니 관객의 입장에서 동정심, 측은함,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혹시라도 영은의 잘못된 모성애로 저렇게 됐다는 생각이 들까봐 그게 걱정이 됐다."

배우 곽선영이 영화 '침범'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자이언엔터테인먼트]
배우 기소유와 곽선영이 영화 '침범'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 영은의 전사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데, 이 부분에 대해 개인적으로 생각해둔 부분이 있나?

"촬영하기 전 궁금한 점에 대해 얘기를 많이 나눴다. 소현이는 자라면서 조금씩 행동이 기이하고 독특하고 과격하고 폭력적으로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영은도 처음 아이를 키우다 보니 이게 이상한 건가 하는 경계가 있었을 거다. 그렇게 계속 고군분투하다가 무너져도 다시 일어나면서 지친 영은으로 시작하자는 얘기를 했다. 수영장 신에서 영은이 소현에게 같이 죽자고 한 거로 생각하시는데 그건 아니다. 수영장은 영은이 소현을 힘으로 제압할 수 있는 곳이고, 소현이 유일하게 케어가 된다. 소현이가 수영 배운 지 얼마 안 됐고 물을 무서워하다 보니 새로운 훈육의 방식이라고 발견한 거다. 하지만 피가 많이 나면서 예기치 않은 사고로 번진 거다. 만약 같이 죽자였다면 진짜 죽을힘을 다해서 애를 잡았을 텐데, 너라도 살라고 보내주고 혼자 가라앉는다. 하지만 아이로서는 그렇게 생각했을 수 있을 것 같다. 영은은 원래의 평범한, 보통의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분명 괜찮은 날이 있었을 거다. 그래서 절대 포기하거나 놓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지금까지 필모그래피를 보면 '슬의생'부터 최근 '크래시'까지 밝고 걸크러시 한 역할을 많이 맡았다. 이번 '침범'을 통해 지쳐있어 버석하고 어떤 때는 서늘하기까지 한 얼굴을 보여줬다. 스스로도 이런 지점에서 만족감이 있는지 궁금하다.

"새로운 얼굴을 발견했다고 해주셨는데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지금껏 보지 못한 연기를 했는지 모른다. 보면서도 잘 모르겠다. 그렇게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 감독님은 곽선영 배우의 어떤 면을 보고 캐스팅했는지, 이야기를 나눈 것이 있나?

"나중에 들었는데 드라마 스페셜 '보통의 재회'를 보고 저라는 사람을 처음 봤다고 하시더라. 필모그래피를 찾아봤을 때 밝고 씩씩한 것을 봤는데 그 작품에서 서늘함을 발견해서 영은에 적합하다고 생각하셨다고 들었다. 저의 어디서 서늘함을 발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은인이다.

배우 곽선영이 영화 '침범'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자이언엔터테인먼트]
배우 곽선영이 4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로비'(감독 하정우) 제작보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 '침범'에 이어 '로비'까지 연달아 관객을 만나게 됐는데, 어떤가?

"사실 '로비' 촬영 이후에 '침범'을 찍어서 제 첫 영화는 '로비'다. 캐릭터가 다른 건 축복이고, 여러 가지를 할 기회가 있어 감사하다. 영화에 참여한 것이 소중하고,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까지도 어려운 일이라는 얘기를 듣고 나니, 정말 운이 좋다는 생각을 했다. 서로 좋은 영향을 받아서 극장으로 오는 낭만을 되찾으면 좋겠다. 큰 화면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연기 호흡이 있는데, 그걸 많이 봐주시면 좋겠다."

- 결말이 충격적이다. 연기한 입장에서는 어떤 느낌이었나?

"해영의 입장에서 보는 장면인데, 연기하기 위해 생각한 건 영은은 소현이를 편안하게 안은 적이 없다. 발버둥 치는 아이를 제압하거나 거리를 둔다. 다그치기만 했지 공감하지 않았다. 마지막에야 해영을 안아줬다. "잘했어, 고생 많았어"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을 거다. 상상 초월 극한의 육아를 한 입장에서 후회가 되지 않았을까. 그래서 꼭 안아준 건데 해영은 그것이 같이 가자는 의미로 해석됐을 것 같다. 해영에게 엄마는 두려운 존재기 때문에 그런 시선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 실제로는 어떤 엄마인가?

"이건 누가 보고 얘기를 해줘야 할 것 같은데(웃음) 저는 웃긴 엄마인 것 같다. 많이 웃기다고 하더라. 아들도 웃긴다. 서로 웃기다고 얘기한다. 재미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인생에 같이 갈 수 있는 동반자 같은 느낌의 존재가 되고 싶다. 아들은 저와 다른 인격체다. 좋은 사람으로 자랄 수 있게 옆에서 평행선으로 달려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 뮤지션의 꿈을 꾸고 있다고 했는데 절대 음감은 여전한가?

"몇 년째 싱어송라이터가 꿈이다. 아이돌보다는 마이클잭슨, 비틀스를 좋아하고 클래식 등 다양하게 듣는다. 정용화 노래도 좋아한다. 싱어송라이터라는 개념도 '노래를 만들어서 직접 부르고, 공연을 통해 메시지를 전한다'라고 명확하게 알고 있어서, 열심히 잘해보라고 했다. 피아노도 배우고 있다. 작곡은 악보를 쓰는 건 아니지만 혼자 녹음을 하기도 한다. 절대 음감도 여전하다. 세상에 없던 인물이 10년째 저와 살고 있는데, 우주에서 온 것 같다. 그래서 볼 때마다 신기하다. 저는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지 않아서 저와는 또 다른 인격체다."

배우 곽선영이 영화 '침범'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자이언엔터테인먼트]
배우 곽선영이 영화 '침범'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자이언엔터테인먼트]

- 엄마가 배우라는 건 알고 있나?

"인터넷에 치면 사진이 나오는 사람이라고 알았는데, 지금은 배우인 것을 명확하게 알고 있다. 엄마와 역할의 경계도 명확하게 잘 알고 있다."

- "거북이처럼 살고 싶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어떤 뜻인가?

"거북이는 우직하고 느리다. 잠깐 시선을 돌렸다가 보면 어느새 저만치 가 있다. 인생이든 배우로서든 느리고 우직하게 살고 싶었다."

- 20년간 배우 활동을 해왔는데, 배우로서 지향하는 지점과 맞닿아있나?

"저는 이제껏 조급했던 적이 없었다. 어떤 동료 배우가 "너는 왜 이렇게 욕심이 없어?", "야망이 없어?"라고 한 적이 있다. 저는 '주인공 하고 싶어', '이 역할 하고 싶어'라는 목표는 없다. 대신 멀리 있는 목표는 '연기 잘하는 배우', '믿을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그 목표로 지금껏 달려왔다. 그런 부분에서 거북이 같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조이人] '침범'·'로비'⋯스크린 꽉 채운 곽선영의 우직한 도전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