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에서 계속…하단 관련 기사 참조>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2016년 11월 12일, 홍콩축구대표팀은 중요한 일전을 치렀다.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은 중국, 카타르에 밀려 아깝게 탈락했지만, 수준 높은 축구 체험이 가능한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예선을 치렀다.
상대는 대만, 괌, 북한이었다. 대만을 4-2, 괌을 3-2로 꺾으며 2승을 거두고 북한을 만났다. 이겼다면 2010 동아시안컵 이후 7년 만에 한국, 중국, 일본과 본선을 치를 수 있었다.
그러나 최종 결과는 0-1 패배, 딱 한 골 차이였다. 북한 축구도 대대적인 투자로 인재를 키우고 있어서 결정력의 차이가 본선 진출의 희비를 갈랐다. 홍콩과 비교해 한 수 위라는 것도 재확인했다.
◆아시안컵 본선 진출에 운명 건 김판곤 감독과 홍콩
김판곤(48) 홍콩축구대표팀 감독은 북한전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그는 "아직 홍콩 축구가 더 발전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 경기였다. 힘이나 기술 모두 아시아 축구를 선도하는 한국, 일본 등과 비교하면 한참 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북한도 체력을 앞세워 축구를 하더라"라고 전했다.
수준이 홍콩과 비교해 낫거나 비슷한 팀과 계속 싸우면서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김 감독의 목표다. 그래서 오는 3월 시작되는 2019 아시안컵 최종 예선에 운명을 걸었다.
홍콩은 1968년 이후 단 한 번도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2019 아시안컵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열리는데 월드컵 최종 예선 진출국인 한국 등 12개국이 본선에 직행했고 나머지 12팀을 최종 예선으로 가린다.
24팀이 4팀씩 6개 조로 나눠 예선을 치르는데 오는 23일 UAE 아부다비에서 조추첨이 열린다. 1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을 기준으로 시드 배정을 한다. 절묘하게도 22일 1월 랭킹이 발표된다.
현재 홍콩은 139위다. 순위 변동 폭이 적을 것으로 보여 2번 시드 편성이 유력하다. 김 감독은 "AFC에 조 추첨을 한다고 비즈니석 항공권을 보냈더라. 한국이야 3월에 최종예선에 집중하겠지만 우리는 아시안컵 본선 진출을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조편성이 잘 됐으면 좋겠다. 1번 시드에는 들어가기 어렵겠지만 2번 시드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라며 대사를 앞두고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홍콩 팬들의 기대치가 높아진 것도 은근 부담이다. 월드컵 3차 예선에서 중국과 두 번 비긴 것이 결정적이었다. 김 감독은 "중국전 이후 홍콩 사람들의 아시안컵 본선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당연히 갈 것처럼 생각하는 분위기다. 이를 충족시켜주는 결과를 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의 운명도 최종 예선과 같이 한다. 만약 본선 진출을 이끌어 낸다면 2018년까지 계약된 홍콩과의 인연을 더 길게 갈 가능성이 있다. 그 역시 "올해는 본선 진출에 집중해야 한다. 나 역시 홍콩에서 더 길게 내 축구를 보여주고 싶다. 발전 계획도 실행하고 싶다"라며 포부를 드러냈다.
◆대표팀 전용 훈련 센터 건립 등 발전 계획 탄력 받아
여건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홍콩에 딴지를 거는 중국이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홍콩 대표팀 부임 후 그렇게나 지지부진하던 대표팀 전용 훈련센터(한국의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 격)가 7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연습구장 6면이 갖춰진 현대식 시설이다.
김 감독은 "'축구 굴기'를 앞세운 시진핑 주석이 7월에 홍콩을 방문한다더라. 워낙 축구에 관심이 많지 않은가. 그래서 홍콩축구협회도 그에 맞춰서 훈련 시설 완공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의 도움을 받는 격인데 그래도 이 시설이 홍콩 축구발전에 초석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곳에서 연령별 대표팀 훈련도 하고 참 할 일이 많을 것이다. 지금은 홍콩축구협회 안에 감독실이랑 기술 부서가 있지만 모두 훈련 센터로 옮겨서 일사천리로 일하게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체질 개선은 계속된다. 홍콩 대표팀 선발 11명 중 8명은 귀화 선수들이다. 영국 등 다양하다. 김 감독은 "귀화 선수들은 최소 7년을 홍콩 리그에서 뛴 선수들이다. 생존 능력이 있다는 소리다. 순수 홍콩인 선수가 적다는 비판도 있었는데 재능 있는 선수 발굴이 정말 어렵다. 그나마 홍콩인들이 하나의 팀으로 보고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 슈퍼리그, 갑급리그(2부리그)에서 뛰고 있는 홍콩 국내 선수들의 경험이 축적 된다면 더 나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홍콩의 사회 문화적인 환경은 인재 육성에 애를 먹는 요인이다. 김 감독은 "홍콩은 가정이 부유한 아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축구를 하다가 청소년기에 들어서면 다른 꿈을 향해 가는 경우가 많다. 선수로 입문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내 지론은 유소년기에는 최소 일주일에 훈련을 5회 정도는 해야 하는데 홍콩은 12세가 2회, 15회 4회 등 적은 편이다. 당연히 성인팀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라며 자원 구하기가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자연스럽게 홍콩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며 귀화한 선수들이 대표팀에 더 많이 들어오게 된다. 중국 미디어들은 경우 홍콩과 격돌을 앞두고 "검은색 선수들이 있으니 주의하라"는 식으로 자극했다. 이에 홍콩 팬들은 경기장에서 'HONG KONG is not CHINA(홍콩은 중국이 아니다)'라는 걸개를 들고 사력을 다해 응원했다.
◆국내 유능한 지도자들이 亞 각국에 많이 퍼졌으면…
홍콩은 변하고 있다. 올해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이스턴SC가 본선에 직행했다. 0.5장의 출전권이 1장으로 는 것이다. 키치는 2차 플레이오프에 진출, 하노이T&T(베트남)와 싸운다. 승자는 제주 유나이티드와 최종 PO로 본선 여부를 가린다. 노력에 따라 2팀이 나가는 기적이 가능하다.
이 역시 김 감독의 공이 컸다. 지속적으로 AFC에 홍콩 축구의 발전을 어필했다. 마침 이스턴의 찬유엔팅 감독이 지난해 AFC 시상식에서 올해의 여자 지도자 감독상을 받는 등 분위기도 좋았다. 출전권 증가는 곧 김 감독이 홍콩 축구에 기여한 것은 객관적으로 인정한 것과 같다.
아시아 축구는 여전히 한국, 일본, 이란, 호주 등이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소위 축구 개도국들의 수준이 점점 올라오고 있다. 3차 예선 당시 이태훈 감독이 이끈 캄보디아에 일본이 고전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캄보디아는 홈 0-2, 원정 0-3으로 졌지만, 일본의 조바심을 유도하는 플레이를 보여주며 자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캄보디아와는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르며 서로의 수준을 확인했다. 캄보디아는 지난해 동남아시아축구연맹(AFF)컵 본선에 오르더니 본선에 진출해 베트남에 이어 2위로 4강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4강에서 태국에 패했지만, 이태훈 감독의 리더십이 무르익고 있음을 알렸다.
이 팀을 놓치지 않고 일본이 파고들었다고 한다. 김 감독은 "이태훈 감독을 만났는데 일본에서 캄보디아 축구협회와 파트너십을 맺었다더라. 이는 곧 일본인 지도자가 언젠가는 와서 대표팀을 맡는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이 감독이 캄보디아를 잘 만들어 놓고도 억울한 상황이 발생하지 말란 법도 없지 않은가"라고 걱정했다.
일본은 아시아 전역에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이번 달에는 일본축구협회가 주도하는 기술분석 세미나가 일본에서 있다. 한국도 매년 초청한다. 김 감독은 "지난해 대한축구협회에 꾸준히 교류 협정을 맺자고 했었는데 검토한다더니 답이 없더라. 그 사이 일본이 홍콩에 제안했고 클럽월드컵 기간 중 회장님을 초청해 교류 협약식을 가졌다"라고 말로만 아시아 리더인 한국 축구의 행정이 걱정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은 사람이 힘이다. 김 감독은 능통한 영어로 정확하게 소통하며 홍콩 축구를 육성 중이다. 김 감독은 "우리 지도자들은 정말 실력이 좋다. 국내는 한 번 실패하면 실패자로 낙인 찍히는 경우가 많고 재등용도 어렵다. 영어 수준만 뛰어나면 아시아 각국에서 한국만의 유능한 지도력 발휘가 가능하다고 본다. 경험이나 경력 등은 아시아 최고 수준이 아닌가"라며 독려했다.
침사추이 밤거리는 빌딩의 네온사인 불빛으로 화려했다. 기자와 헤어지기 전 김 감독은 마을버스 정류장에 줄을 서서 기다리며 "한국 축구는 저력이 있다. 나 역시도 그것을 믿고 있다. 꼭 아시안컵 본선에 가보고 싶다"라며 간절한 도전을 선언했다. 화려한 밤거리를 뒤로 하고 20인승 마을버스를 타고 조용히 자택으로 향하는 김 감독의 꿈은 실현 될 수 있을까.
<끝>
조이뉴스24 홍콩=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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