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난세에 영웅이 나타난다. '역적'은 MBC의 히어로다. 긴 침체에 빠졌던 MBC 드라마가 모처럼 활짝 웃었다.
MBC의 월화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극본 황진영/연출 김진만, 진창규/이하 역적)이 초반 무서운 기세를 보이고 있다. '역적' 1회와 2회는 각각 8.9%와 10.0%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했다. 방송 2회 만에 시청률 10%대를 찍으면서 월화극 돌풍의 주역이 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야심차게 내놓은 기대작들이 화제성과 시청률을 모두 잡지 못하고 참패했던 MBC 월화극의 구원투수가 된 것.
당초 '역적'의 시청률 싸움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전작 '불야성'이 4%대의 시청률로 종영, 힘겨운 상황에서 바통을 이어받았기 때문. 여기에 한 주 먼저 방송된 SBS '피고인'이 월화극을 먼저 선점했고, KBS2 '화랑' 역시 '낭만닥터 김사부' 종영 이후 상승세를 타며 10%대 고지를 넘어섰다.
'역적'은 그러나 흥미로운 소재와 탄탄한 스토리, 배우들의 호연이 곁들어지며 시선을 이끄는 데 성공했고, 단숨에 월화극 2위로 올라섰다. 드라마에 대한 호평도 쏟아지고 있어 향후 상승세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역적'은 허균의 소설 '홍길동전'에 박제된 인물이 아닌 새로운 홍길동에 대해 이야기한다. 1500년 연산군 시대에 실존했던 인물 홍길동의 삶을 재조명하는 드라마로, 폭력의 시대를 살아낸 인간 홍길동의 삶과 사랑, 투쟁의 역사를 밀도 있게 그려내겠다는 기획의도로 시작했다.
누구나 다 아는 홍길동이라는 인물을 드라마에서 어떻게 구현해낼지가 관건. '역적'은 장황하고 화려한 스토리를 늘어놓는 대신 영웅담의 기초에 충실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신출귀몰한 홍길동 대신 친숙한 영웅 홍길동을 택했다.
드라마는 홍길동의 비범한 어린 시절을 그려냈고, '아기장수'라는 캐릭터를 구현해 흥미를 높였다. 지금까지의 작품에서 '곁가지'로 그려졌던 인물인 홍길동의 아버지인 아무개 또한 입체적인 인물이었다. 드라마는 초반 아모개의 굴곡진 인생사를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끌어냈다.
영웅에 대한 찬사 대신 친근한 시선으로 그들의 삶을 쫓게 한 것. 아모개의 당부를 되뇌이며 아기장수 기질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는 홍길동, 그리고 가진 자들에 희롱 당하고 울분을 토해내는 아버지 아모개에 시청자들은 집중할 수 없었다. 탄탄한 스토리 속에 캐릭터가 잘 녹아들었다.
빠른 전개도 '역적'에 긴장감을 부여했다. 2화 방송에서는 가족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면천(노비가 양민이 되는 것)을 꿈꾸는 아버지 아모개, 그리고 그가 차갑게 식은 아내를 묻고 주인댁 조참봉(손종학 분)의 숨통을 무자비하게 끊는 모습이 60분 동안 휘몰아쳤다. 홍길동과 아무개가 향후 무자비한 권력에 어떻게 맞설지, 궁금증을 쌓아올린 회차였다.
'역적'의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시대 메시지도 녹아냈다. 조선시대 권력층이었던 주인댁의 모습을 통해 가진 자의 무자비함과 악랄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른바 '금수저'와 '흙수저'로 대변되는 계층 갈등, 기득권의 횡포 등은 현시대와도 맞닿아있었다. 향후 조선 백성의 마음을 훔친 지도자 홍길동, 그와 반대되는 연산군 등을 통해 이같은 메시지는 더욱 진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 2회가 방영됐을 뿐이지만, 찰진 대사들도 화제다. 김상중의 "내 맴이여" "그만 살고 죽으소"를 비롯해 신은정의 "나는 몹쓸 애미여. 새끼들보다 우리 서방이 불쌍하네" 등의 대사가 귀에 쏙쏙 박혔다.
무엇보다 '역적'의 선전에는 배우들의 호연을 빼놓을 수 없다. 지적인 이미지의 김상중은 머리를 아무렇게나 틀어올리고 허름한 옷을 걸친 아모개로 완벽 변신했다. 시청자를 울린 부성애, 콧물과 눈물을 범벅한 채로 절규하는 모습, 그리고 아내를 잃고 분노한 눈빛까지 김상중은 명품 연기 퍼레이드를 펼쳤다. 홍길동의 아역 배우 이로운은 귀여운 외모와 함께 심상치 않은 연기력으로 시청자의 시선을 단번에 훔쳤다. 2회 강렬한 죽음을 맞이한 신은정도 미친 존재감을 과시했다.
'역적'은 30부작 중 이제 2회가 방영됐다. 윤균상과 채수빈, 김지석, 이하늬 등 성인 연기자들의 본격 등장과 홍길동의 성장 스토리 등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화려한 서막을 알린 '역적'이 지금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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