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FA컵 우승도 해봤고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경험해봤는데…."
수원 삼성 주장 염기훈(34)은 지난 1월 훈련 중 서정원(47) 감독의 호출을 받았다. 염기훈은 서 감독의 부름에 자신을 또다시 주장에 선임하려는 것이 아닌가 직감했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서 감독은 염기훈에게 "주장을 한 번 더 해달라"라고 요청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주장을 맡은 염기훈의 리더십을 다시 한번 신임한 것이다. 구단 역사상 3년 연속 주장이 최초였는데 4년 연속이라는 타이틀이 그에게 붙는 순간이었다.
◆수원 최초 4년 연속 주장
염기훈에게는 부담이자 영광이었다. 수원의 스페인 전지훈련지 마르베야에서 만난 염기훈은 "올해는 주장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감독님이 부르시더니 '(염)기훈이가 다시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솔직히 힘든 것도 있었고 부담도 있었다. 어린 친구들과 나이 차이도 있었기 때문에 나보다 아래 연령대가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며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그러나 숙명이었다. 그는 "일단 올해까지는 내게 책임을 졌으니 잘해야 할 것 같다. 올해 말이면 주장감인 (김)은선이도 전역한다. 내년에는 은선이나 그 주변 연령대 선수가 하지 않을까"라며 주장은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도 염기훈에게는 도전 과제가 수두룩하다. 무엇보다 지난해 스플릿 그룹B(7~12위)로 떨어져 강등권까지 갔다가 7위로 마감했던 아픔의 역사를 완벽하게 만회하는 것이 첫 번째 숙제다.
그는 "올해는 영입도 어느 정도는 됐고 훈련도 괜찮게 이어졌다. 다들 열심히 하자는 마음들이 가득하다. FA컵 우승으로 만족하지 말자는 생각들이 많다"고 말했다.
목표도 확실하다. 전력상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물음표이지만 정규리그 우승은 도전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FA컵 우승(2016년)도 해봤고 챔피언스리그(2006년, 전북 현대) 우승도 해봤는데 K리그 클래식 우승이 없다. 올해는 진짜 클래식 우승을 하고 싶다"며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우승을 기대하는 이유는 앞서 언급했던 전력 보강이다. 지난해 여름에 영입한 최전방 공격수 조나탄이 동계 훈련을 착실히 소화 중이고 박기동이 보강됐다. 김민우, 최성근, 매튜 저먼, 신화용 등 허리와 측면, 중앙 수비, 골키퍼까지 조기에 영입됐다.
"◆프로 인생 첫 리그 우승과 도움왕 3연패 희망
염기훈은 "다른 해와 비교해 진짜 느낌이 좋다. 부주장 (이)종성, (구)자룡이도 성장해서 책임을 다하려고 하고 코지진도 분업화가 잘 이뤄져서 선수들이 효율적으로 훈련하고 있다. 진짜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팀 리그 우승이 정말 오래됐다. 진짜 하고 싶다. 수원에 2010년 온 이후 (리그 우승이) 잘되지 않았는데 정말 하고 싶다. 간절하다. 올해 도전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느낌이 정말 좋고 목표도 크게 갖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의지를 보였다.
개인적으로는 K리그에 전무한 도움왕 3연패를 노리고 있다. K리그에선 몰리나(전 FC서울)와 염기훈이 유이하게 도움왕 2연패를 했다. 염기훈은 "3연패가 없다고 들었다. 내가 새로운 역사를 쓰고 싶다. 한 시즌 최다 도움도 몰리나(2012년 19개)가 했다고 들었는데 이를 뛰어넘겠다"라며 독보적인 도움왕 이미지 구축을 예고했다.
도움왕을 자신하는 이유는 또 있다. 후방에서 자신과 호흡을 맞추는 윙백 김민우의 존재다. 올해 플랫3 수비를 가동하면서 김민우의 공격 가담이 좀 더 많아졌다. 연습경기에서도 둘의 호흡은 꽤 괜찮았다.
지난해까지 '영혼의 파트너'였던 홍철(상주 상무)이 들으면 서운해하지 않을까. 염기훈은 "그렇지 않아도 홍철이 김민우를 칭찬한 기사를 봤는지 '나도 다른 사람이랑 잘 맞아요. (김민우와) 잘 먹고 잘살아요'라고 연락이 왔더라. 그래서 '철이랑도 괜찮아'라고 했지만 이미 돌아선 모양이다"라고 웃었다.
홍철과 김민우는 서로 다른 스타일이다. 염기훈은 "(홍)철이는 (김)민우보다 공격적인 성향이 상당히 강하다. 민우는 허리에서 볼 키핑이 좋다. (홍)철이는 멘탈이 다소 약해서 특정 경기를 망치면 감정의 동요가 있더라. 민우는 꾸준하다. 어쨌든 서로 장·단점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라며 비교했다.
꿈을 안고 새로 시작하는 올 시즌 염기훈은 수원이 다시 태어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는 "정말 우승이 간절하다. 이 기분과 좋은 느낌이 오래 가기를 바랄 뿐이다. 수원은 꼭 정상에 올라가야 하는 팀이다"며 맹활약을 예고했다.
조이뉴스24 마르베야(스페인)=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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