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한국 피겨는 '피겨 여왕' 김연아(25)의 은퇴 이후 과연 누가 대를 이을 수 있는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김연아 키즈'들은 등장하는데 성장 속도는 생각보다 더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안방에서 열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대신 2022 베이징 올림픽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1년 만에 성장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최다빈
지난 19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선수권대회는 한국 피겨의 현 수준을 확실하게 확인하는 대회였다. 여자의 경우 박소연(20, 단국대)이 발목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최다빈(17, 수리고)이 182.41점(쇼트 61.62점, 프리 120.79점)을 받아 5위에 오르며 나름대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최다빈은 쇼트에서는 자신의 개인 최고점을 경신했다. 또, 프리에서도 임기응변을 보여줬다.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실수하고도 후반부 점프에서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더블 토루프를 해내며 힘을 보여줬다. 과거의 최다빈이었다면 체력 문제로 보여주기 어려운 점프 폭풍이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동기 부여도 확실하다.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나름대로 가능성을 확인하며 다음을 기약하면서 기술 향상에 대한 의지를 스스로 보여줬다. 이는 나이 제한으로 인해 평창 대신 베이징에 나설 수 있는 임은수(14, 한강중), 김예림(14, 도장중), 유영(13, 문원초) 등에게도 희망의 등을 활짝 켰다.
남자 싱글은 냉정하게 따져보면 갈 길이 멀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네이선 천(미국)은 307.46점을 기록했다.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한 이시형(17, 판곡고)이 얻은 195.72점과는 111.74점이나 차이가 났다.
큰 점수 차이는 난도 높은 기술 구성, 그중에서도 쿼드러플(4회전)의 존재다. 김진서(21, 한체대)가 쿼드러플 토루프를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오히려 감점을 받았다. 이시형이나 이준형(21, 단국대)은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2014 소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하뉴 유즈루(일본)나 진보양(중국) 등 기술 구사가 좋은 이들은 모두 쿼드러플이 있어 높은 점수가 가능했다. 천의 경우 이번 대회 7번의 쿼드러플 점프를 구사했다. 기술 연마 외에는 답이 없다는 것을 재차 확인한 대회였다.
천이나 하뉴, 진보양 모두 쿼드러플 점프 구사로 경쟁이 붙으면서 서로 발전하고 있다. 4대륙선수권대회의 화두도 쿼드러플을 얼마나 더 많이 수준 높게 구사하느냐였다.
◆'희망의 싹' 차준환
천은 프리 시작부터 모두 점프로 배치하는 강수를 던졌다. 점프 폭풍을 일으키면서 심판진의 혼을 뺀 뒤 스핀 등으로 후반부에 예술성까지 얻겠다는 의도가 확실했다. 하뉴는 쿼드러플 루프, 쿼드러플 살코를 연속 구사한 후 쿼드러플 토루프, 쿼드러플 토루프-더블 토루프로 고배점을 가져갔다.
결국, 향후 남자 싱글의 화두는 쿼드러플을 누가 더 정확하고 많이, 고난도로 구사하느냐에 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선수들에게는 단순한 트리플 점프로는 매력을 얻기가 어렵다는 것을 재확인시켜줬다. 트리플 악셀도 버거워하는 점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시간을 갖고 차분하게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
맏형 김진서는 3월 핀란드 헬싱키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선다. 평창 올림픽 쿼터 배분이 갈리는 중요한 대회다. 현시점에서는 1장 확보가 유력하다. 노력 외에는 답이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차분하게 돌아보면 희망의 싹도 보인다. '남자 김연아'로 불리는 차준환(16, 휘문고)이 대표적이다. 차준환은 쿼드러플 살코를 소화하면서 쑥쑥 성장하고 있다. 현재 쿼드러플 토루프와 쿼드러플 루프를 지속해서 시도하며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차준환은 체력이 좋아야 쿼드러플에 기반을 둔 다양한 점프 구성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세부 구성과 체력에 모두 신경쓰며 자신의 연기를 만들어야 하는 차준환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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