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장쑤 쑤닝전 승패가 아니라 누구를 내보내야 할지를…."
제주 유나이티드 조성환(47) 감독의 입에서는 의외의 발언이 나왔다. 0-1로 패한 아쉬움과 함께 출전 명단 18명을 짜는 일이 괴로웠다는 말이다.
제주는 22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H조 1차전에서 0-1로 졌다. 압도적인 경기를 해내고도 후반 45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하미레스에게 허망하게 실점하며 승점 3점을 헌납했다.
2011년 이후 6년 만의 ACL 복귀라는 점에서 의욕이 넘쳤던 제주다. 김원일, 박진포 등 각각 포항 스틸러스와 성남 일화(현 성남FC)에서 ACL을 경험했던 자원들이 수비에 자리 잡고 전체를 조율하는 등 나름대로 복안도 있었다.
골대를 두 번이나 강타할 정도로 결정력에서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올 시즌 전체를 감안하면 상당히 희망적인 경기였다. 누리꾼들이 ACL에 나선 FC서울, 수원 삼성, 울산 현대를 포함해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고 칭찬을 쏟아낼 정도로 경기력은 인상적이었다.
지난해와 비교해 선수층이 두꺼워지면서 선 굵은 패스와 잔패스가 섞인 조성환식 축구도 더욱 농익은 모습으로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ACL 1차 목표인 16강 진출도 적극적으로 노린다.
조 감독은 "골대를 두 번이나 강타했지만 다양한 장점을 확인했다. 어느 순간 골이 터진다면 자신감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라며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장쑤는 플랫3의 중앙인 스위퍼에 홍정호, 공격형 미드필더에 하미레스, 최전방 투톱에 로저 마르티네스, 알렉스 테셰이라를 배치하는 등 외국인 자원들이 중심을 잡도록 했다. 측면이 뚫려도 중앙에서 막아 내겠다는 의도였다. 제주는 이들과의 경합에서 거의 밀리지 않았다. 마지막 세트피스를 내주는 과정과 수비를 제외하면 준수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조 감독의 고민이 이해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해 주축을 이뤘던 김상원, 백동규, 안현범과 새로 영입한 외국인 공격수 멘디, 마그노는 벤치에 대기하고 있었고 권한진, 배일환, 문상윤 등은 명단에 끼지도 못했다.
조 감독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장쑤전 승패가 아닌 누구를 선발로 내세워야 할까를 놓고 고민했다. 18명 엔트리에 넣지 못하는 미안함이 있었다. 선수들이 모두 좋은 컨디션을 보여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다"라며 행복한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제주 관계자도 "선수들의 컨디션이 모두 좋았다. ACL 첫 경기라는 특수성이 있어서 감독님도 상당한 고민을 했는데 경기를 치르면서 풀릴 문제가 아닐까 싶다. 선수들이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경기였다"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제주는 3월 1일 감바 오사카(일본) 원정을 치른다. 감바가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호주) 원정에서 3-0으로 이겨 긴장감을 갖고 나서지만, 부담스러운 첫 경기를 꽤 긍정적으로 넘겼기 때문에 담대하게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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