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2012년 10월 말 이사회를 통해 'K리그 우승팀은 다음 해 개막전에서 원정팀 선수단으로부터 우승팀 예우를 받는다'고 밝혔다. 우승팀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의미였다.
유럽축구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다. 정규리그 우승이 조기 확정되면 다음 홈 경기에서 상대팀이 도열해 우승팀 선수들을 축하해주는 모습이다.
찬반 논란이 후끈했다. 특히 K리그의 경우 개막전 대진이 전년도 정규리그 우승팀과 FA컵 우승팀이 만난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프로-아마 최강을 가리는 FA컵 우승팀이 정규리그 우승팀과 견줘도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데 왜 박수를 쳐야 되느냐는 논리도 상당한 설득력을 얻었다.
그러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프로연맹의 방침에 따라 FA컵 우승팀 선수들은 도열해 박수를 쳐주고 있다. 몇몇 선수들은 딴청을 부리거나 뒷짐을 지는 등 쓰린 마음을 달래려 애를 쓰고 있다.
공교롭게도 2017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공식 개막전에서 재미난 장면이 연출될 전망이다. 지난해 우승팀 FC서울과 FA컵 우승팀 수원 삼성의 슈퍼매치가 성사되면서 앙숙이 앙숙을 예우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서로 지지 않으려고 자존심 싸움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박수를 쳐야 된다. 수원은 은근히 마음이 불편하고 서울은 우쭐댈 법도 하다.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2차전에서 2-5 대패의 굴욕을 맛보고 와서 분위기 반전이 절실한데 수원의 '리스펙트(?)'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수밖에 없다.
박수를 치는 수원의 입장은 어떨까, 주장 염기훈은 박수를 칠 것이냐는 물음에 아무 말 없이 웃었다. 하지만 익명의 A선수는 "살짝 세 번만 칠 것인지 아니면 뒷짐을 지고 있을지 고민 중이다. 물론 출전 명단에 들어가야 고민을 할 일이다"고 묘한 반응을 내놓았다.
이런 행동에 대해 좀 더 자유로운 사고를 하는 브라질 출신 산토스와 조나탄의 마음은 어떨까, 산토스는 "박수는 칠 수 있다. 서울은 K리그 우승팀이니까"라며 예우에 대해 쿨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산토스는 명확하게 수원의 자존심을 설명했다. 그는 "서울이 클래식을 우승했다면 우리는 FA컵 우승팀이다. 우리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 FA컵 우승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다"며 수원의 명예를 걸고 뛰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나탄은 어떨까, 조나탄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수원의 FA컵 우승은 서울의 클래식 우승 못지않다. 서울을 존중하겠지만, 수원도 우승팀이라는 것을 외부에서 잊지 말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수원 삼성 동료들이 FC서울과의 슈퍼매치를 어떻게 치렀으면 좋겠느냐는 물음에 한국어로 압축해 답을 한 산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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