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배우 한석규가 자신의 전작들을 돌아보며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언급했다. 그간 작업했던 영화들에 대한 평가를 하기 위해선 적어도 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 그는 영화와 드라마를 누비며 느낀 작업 분위기의 차이에 대해서도 알렸다.
1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프리즌'(감독 나현, 제자 큐로홀딩스)의 개봉을 앞둔 배우 한석규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프리즌'은 밤이 되면 죄수들이 밖으로 나가 완전범죄를 저지르는 교도소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익호(한석규 분)는 그 안의 왕이자 권력 실세로 군림한다. 검거율 100% 전직 경찰 유건(김래원 분)이 뺑소니, 증거인멸, 경찰 매수의 죄목으로 입소하고 익호는 유건을 새로운 범죄에 앞세운다.
최근 언론 배급 시사를 통해 첫 공개된 '프리즌'의 완성본을 보고 어떤 감흥을 얻었는지 묻자 한석규는 "일단 객관적으로는 못 본다"며 "현장에서는 여전히 현장 편집이 있지 않나. 대충 어떤 영화가 될지는 편집본을 보면 상상이 간다"고 입을 열었다.
"어려운 질문이죠. 다른 영화들을 내가 어떻게 보는지 우선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일단 보고싶지 않은 영화는 안 보는데, 봐야 한다고 생각되는 영화는 기를 쓰고 보거든요. 그런데 내 영화를 어떻게 보는 지는 또 다른 문제 같아요. 시간이 지나봐야 알 것 같고요. 요즘은 3년 지나봐야 그 영화가 쓸 만 한가 아닌가를 알 것 같아요. '프리즌'에 대해선 지금 생각하면 나현 감독이 익호 역에게 애정이 많다는것이 느껴져요. 감독에게 고맙죠."
3년이 지나야 영화의 가치를 평할 수 있다고 알린 한석규에겐 새 영화 '프리즌'도 예외가 아니었다. 당장은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평하기 쉽지 않다고 말하는 그에게 그간 작업했던 영화들 중 스스로 가장 높은 점수를 준 작품을 물었다.
"내가 했던 영화 중에선 '8월의 크리스마스'였어요. 80점은 되는 영화라 생각해요. (내가 출연하지 않은 영화 중) 제 기준에 점수가 가장 높은 영화는 '일 포스티노'죠. 나에게 있어 '8월의 크리스마스'가 '일 포스티노' 같은 영화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찍었어요. 그 영화를 보며 내가 느꼈던 생각을 떠올리면 그나마 비슷하게 된 것 같아요."
이날 한석규는 '프리즌'에서 대사를 비롯한 캐릭터 액팀에 대한 질문에 영화와 드라마 현장에서 느낀 차이를 알리기도 했다. 최근 한석규는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를 통해서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바 있다. 그는 "대사나 연기적인 방법은 때마다 다른 것 같다'며 "영화 대사라는 것이 드라마에 비하면 외울 분량도 되지 않을 만큼이다. 하루 찍어야 몇 신 찍지 않나"라고 답했다.
"영화 현장에선 그러니까 어떤 경우는 리허설을 하면서 대사가 외워지는 경우도 있어요. 그만큼 외우는 것에 자유로운 작업이죠. TV의 경우 외우지 않으면 현장 작업이 불가능할 정도잖아요. 그런데 영화는 대사를 외우지 않아도 그날 아침 상대방과 리허설을 하면서 외워질 정도예요. 신인이 아닌 김래원이나 저의 경우 대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 대사를 왜 떠드는지, 왜 말을 하는지가 중요했어요."
그러면서 한석규는 연기 작품의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는 대사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여러분에게 드라마나 영화 속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나"라고 물은 뒤 "그게 많지는 않지 않나. 아마 한 문장도 기억 안나는 영화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연기에서는) 대사가 중요하고 또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가 좋아한다고 말한 '일 포스티노'를 생각해보면,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영화인데도 하나도 대사가 생각나지 않아요. 대사는 그만큼 중요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죠. 배우들과도 '대사라는 게 뭘까' 생각해요. 동물들의 울음소리나 사람이 떠드는 말이나 별반 다를게 없는 것 아닌가 싶거든요. 뭔가 나타내기 위해 혀를 굴려 내는 소리일 뿐 대사는 어떨 때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한 신에 접근할 때 방법이 너무 여러가지죠. 대사를 다 외워서 하는 경우, 전혀 외우지 않고 그날 접근하는 경우, 너무 많은 것 같아요."
'프리즌'의 익호는 그런 한석규가 대사 외 여러 요소들로도 풍성히 채워낸 캐릭터다. 감정을 읽기 힘든 눈빛, 많은 말을 하지 않고도 상대를 제압하는 에너지가 그렇다. 한석규는 "익호라는 인물을 어떻게 만들까 하다 때마침 하이에나의 세계를 그린 다큐멘터리를 봤다'며 "익호가 그 안의 숫놈 하이에나 같더라"고 답했다.
"모계 사회로 이뤄진 그들의 세계에서 숫놈 하이에나가 공격당한 후의 모습이 충격이었어요. 코가 찢기고 눈알이 빠지고 입이 찢겨도, 그런데도 살아 있더라고요. '저게 익호다' 싶었어요. 그 이미지를 계속 생각하면서 익호라는 인물을 만들어보려 발버둥쳤죠. 감독에게 황당한 제의를 하기도 했어요. '눈알 하나 뽑을까'라고요."
그에 비해 '낭만닥터 김사부'의 김사부 역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는 것이 한석규의 고백이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쉽게 접근할 수 있었어요. '쉽다'는 표현은 나 스스로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었다는 뜻이에요. 내 기본적인 것을 그 인물에 그대로 갖다 써먹어도 되는 인물이었다는 이야기죠. 그런데 그 즈음 내가 고민하고 생각한 것이 내 직업이 뭔가에 대한 것이었어요. '나는 '액터'인데, 그게 뭐 하는 사람이지?' 했던 거죠. '의사'처럼 한 번에 답이 나오지 않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영화는 오는 23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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