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날쌘돌이'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은 최신 축구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매년 겨울 휴식기에 유럽을 돌며 전술 흐름을 파악한다.
지난해 12월 첼시, 토트넘 홋스퍼(이상 잉글랜드), 라이프치히(독일) 등의 경기에서 영감을 얻은 플랫3에 기반한 공격적인 전술을 스페인 마르베야 전지훈련에서 집중적으로 이식했다.
물론 모든 것이 계획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올해 치른 5경기에서 1승 3무 1패(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3경기 포함)로 지난해에 이어 또 무승부를 양산하고 있다. 실점도 4경기 연속 이어지다 지난 21일 이스턴SC(홍콩) 원정에서야 1-0 승리로 극복했다.
운도 따르지 않고 있다. 19일 대구FC와의 KEB하나은행 2017 K리그 클래식 3라운드를 앞두고 김민우, 구자룡, 이정수, 장호익이 부상을 당했다. 김민우는 이스턴전에서 좌측허벅지 대퇴부 근좌상 부상을 당했다. 구자룡은 2라운드 전북 현대전에서 다쳤고 이정수도 마찬가지다. 장호익은 지난 17일 팀 훈련 중 발목을 다쳤다.
공통점은 모두 수비수라는 것이다. 김민우와 장호익은 좌우 윙백이고 구자룡과 이정수는 중앙 수비수다. 주전 4명이 모두 이탈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셈이다. 측면 공격수 서정진은 전북전에서 이승기에게 부상을 입혀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7경기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서 감독은 "매년 평균 부상자는 7~8명 정도가 나오더라.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라고 본다. 그래서 백업 자원들이 중요하다"며 플랜B를 가동했음을 전했다.
플랜B는 다양한 포지션 소화 능력을 키워 극복하는 것이다. 이날 서 감독은 기존의 염기훈-조나탄-산토스(또는 김민우) 스리톱에서 염기훈-조나탄 투톱을 내세웠다. 김민우의 이탈에 따른 임기응변이다. 고승범을 왼쪽 윙백으로 내세워 극복하는데 집중했다.
서 감독은 "최근 축구는 포지션 파괴 경향이 있다. 자연스럽게 변화가 생겨야 수준이 더 나아진다. 서로 섞이며 전환하는 플레이를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육육이'로 불리는 공격형 미드필더 다미르를 이스턴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선발로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격 전개 능력 향상이라는 전략에 맞춰 조나탄과 염기훈 바로 아래에 세웠다.
그러나 경기는 거칠게 전개됐고 이 과정에서 0-1로 지고 있던 전반 19분 오른쪽 윙백 최성근과 26분 스위퍼 양상민이 부상으로 실려 나갔다. 최성근은 무릎이 돌아간 것 아니냐는 우려에 따라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고민하던 서정원 감독은 곽광선과 민상기를 투입했다. 두 명 모두 중앙 수비수다. 조원희를 오른쪽 윙백으로 배치하고 다미르와 김종우를 좀 더 공격적으로 내세우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시즌 초반에 대처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차라리 수원 입장에서는 더 나아보였다.
전열이 정비가 된 뒤에야 수원도 골을 넣었다. '믿을맨' 조나탄이 41분 페널티킥 실패를 곧바로 만회해 골을 넣었다. 중앙에서 순식간에 측면으로 빠진 염기훈이 만든 페널티킥이 결과적으로 골로 이어졌다. "염기훈은 중앙에 있어도 측면으로 이동해 플레이가 가능하다"던 서 감독의 전략이 맞아 떨어졌다.
후반 28분 산토스가 투입된 뒤에는 더욱 공세적인 경기를 했다. 대구의 밀집 수비를 뚫겠다는 의지였다. 물론 마무리가 매끄럽지는 않았다. 승점 3을 벌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원에는 부상 악재에 따른 대처 방안을 확인하는 경기였지만 동시에 플랜B·C로 상대의 전략을 무력화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숙제도 얻었다.
조이뉴스24 수원=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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