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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류현경, 여전히 떨리는 마음(인터뷰)


"오래 연기했지만 촬영장 가면 여전히 떨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영화 '아티스트:다시 태어나다'는 예술에 골몰하는 젊은 여성 화가 지젤의 이야기다. 덴마크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엉뚱한 이력의 그가 국내 미술계에 뿌리를 내리기는 쉽지 않아보이지만, 이 고집 센 예술가 앞엔 그림을 보는 남다른 눈을 가진 갤러리 대표 재범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를 만난 지젤은 예상하지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그들의 세계를 뒤흔들게 된다.

배우 류현경은 '아티스트:다시 태어나다'(감독 김경원, 제작 주)영화사 소요, (주)백그림)의 여주인공 지젤 역을 맡아 스크린을 누볐다. 자기 앞의 꿈을 바라보는 고집스런 태도로 세상의 시선과 내면의 예술적 기준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지젤의 모습은 어떤 배역도 어그러짐 없이 소화해온 류현경의 표정으로 흥미롭게 살아났다.

"영화를 촬영했던 2년 전에 내가 어떤 생각이었는지를 떠올려봤어요. 그런데, 저는 지젤만큼의 고집이 있다거나 '내 것만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림은 혼자서 모든 연출을 해야 하는 작업이잖아요. 하지만 배우인 저는 감독, 스태프, 동료 배우들과 함께 원활하게 소통하고 조화를 이뤄야 하니까요."

화가인 지젤과 배우인 자신의 모습 사이에서 서로 다른 면모를 발견했다는 류현경은 협업으로 완성되는 영화 작업에 애정을 내비쳤다. "서로 다른 직업의 사람들이 모여 영화를 만드는데, 우리가 서로 다른 생각을 내놓는 바로 그 지점에서 좋은 점들을 발견하게 되더라"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그에 더해 류현경은 예술가 뿐 아니라 다른 일을 하는 관객들 역시 극 중 지젤의 모습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기에는 진심이 있으니까, 서로 통하는 부분이 생기는 것 같더라고요. 영화 속 지젤의 이야기는 꼭 예술가들이 아니어도 공감할 수 있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개인이 생각하는 지향점이 다른 사람과 같지 않을 수 있는데, 거기서 오는 고민을 그리는 이야기니까요. 굳이 예술계, 미술계의 사람들이 아니어도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아마 많은 분들이 '나도 저런 적이 있어'라고 생각할 것 같거든요. 부디 지젤 역이 그런 캐릭터가 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재범의 도움으로 꿈에 그리던 첫 전시회를 열게 된 지젤은 성공을 눈앞에 둔 순간 심장이 멎어버리고, 모순적이게도 지젤의 그림은 점차 유명세를 타게 된다. 작가의 사망으로 더는 새 작업물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희소가치가 상승하는 효과가 지젤의 그림들을 둘러싼다. 하지만 지젤은 곧 깨어나 세상으로 돌아온다. 실제 병명이자 극의 영화적 장치로 사용되는 라자루스증후군에 의해서다.

"라자루스 증후군이 실제로 있다고 하더라고요. 시나리오를 보고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싶었는데, 있다고 해서 믿고 갔어요. 상황 설정 상 관객을 납득시키지 못할까봐 배우들도 감독도 고민이 많았죠. 어떻게 하면 그걸 잘 이해하고 공감하게 만들 수 있을지 생각했어요. 제가 깨어나는 순간 제 옆에서 전화 통화를 하는 간호사 역 배우는 연출부 친구였어요. 평소처럼 대화를 나누다 환자가 깨어난 상황을 보게 되는 상황이죠. 그 친구가 최고의 신스틸러로 보이더라고요. 극 속의 상황이 아니라 진짜 이런 일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 친구에게 '어떻게 하면 그렇게 연기를 잘 할 수 있어?'라고 물었다니까요.(웃음)"

깨어난 지젤은 천정부지로 값이 뛴 자신의 그림을 보유하고 있던 갤러리 대표 재범과 협상을 해야 할 상황에 놓인다. 무리해 사업을 확장했던 재범은 지젤이 죽은 뒤 비로소 역설적 성공을 눈앞에 두게 되고, 그래서 죽었다 살아난 지젤의 귀환이 반갑지만은 않다. 지젤은 그의 앞에서 결정을 요구받는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죽은듯 몰래 그리라는 제안이다. 하지만 지젤은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길에서, 꼭 그다운 방법으로 세상에 손을 내민다.

"제가 지젤이었다면 지젤과 재범, 중간 정도의 선택을 했을 것 같아요.(웃음) 지젤은 너무 고집스럽고, 재범을 보면 또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거든요. 적당히 중간 정도로, 가치가 아예 떨어지지도, 높아지지도 않게 조화롭게 하면 되는데 말예요. 물론 이런 사람들의 갈등이 영화가 되는 거겠죠. 그런 면이 이번 영화에서 재밌게 잘 다뤄진 것 같아요. 그들이 자라온 환경과 상황을 보면 두 사람 다 이해가 가기도 하고요. 아마 저라도 지젤처럼 그림을 그리고 싶었겠죠? 죽었다 살아난 셈이니 또 다른 색깔의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류현경의 차기작은 영화 '아버지의 전쟁'이다. 배우 한석규와 호흡을 맞추는 작품이다. 아역으로 연예계에 데뷔해 쭉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그에게 최근의 고민을 물었더니 전혀 상상하지 못한 답이 돌아왔다. 오래도록 걸어 온 이 길 위에서, 류현경의 마음은 여전히 두근댄다.

"오래 연기를 해왔지만 늘 촬영장에 가면 떨려요. '왜 이렇게까지 되나' 싶을만큼 콩닥콩닥해요.(웃음) 이걸 잠재울 수 있는 건 언제쯤일까요? 대체 언제쯤 안정적인 마음을 갖게 될까요? 촬영장에 갈 때 그 설렘과 긴장감이 좋다고도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안정감을 갖고 싶기도 해요. 촬영 초반엔 특히 긴장감도 아쉬움도 많죠. 이 설렘과 긴장 때문에 더 잘 하지 못했다는 생각도 들고요. 현장에 가면 다들 잘 할 것이라 믿어주시는데 사실 마음은 콩닥콩닥해요. '가만히 좀 있어. 뛰지 마'라고 말하고 싶어요.(웃음)"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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