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사면초가에 몰린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의 처지가 딱하게 됐다. 시리아전 해결사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만 바라봐야 하는 처지다.
슈틸리케호의 운명의 날이 밝았다. 한국은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조별리그 7차전 시리아와 홈 경기를 치른다. 6차전 중국과의 원정 경기에서 0-1로 치명적인 패배를 당해 시리아전은 비겨도 패해서도 안 되는, 승리 외에는 답이 없는 경기다. 이겨도 완벽하게 이겨야 슈틸리케 감독의 목숨도 길어진다. 실점하거나 답답한 내용을 반복한다면 더는 신뢰하기 어렵다.
아무리 시리아전 후 3경기가 더 있다고는 하지만 지난 6경기의 내용을 생각하면 무조건 이겨야 한다. 이란(승점 14점)이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10점), 우즈베키스탄(9점), 시리아(8점)가 촘촘하게 붙어 있다. 이겨야 본선 진출 구도를 조금은 편하게 만들 수 있다.
전망이 밝지 않은 것은 큰 걱정이다. 지난해 9월 말레이시아 중립 원정 경기에서 0-0으로 비겼던 쓴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사이 시리아는 끈끈한 수비에 체력과 영혼을 앞세운 플레이로 상대팀들의 발목을 잡더니 기적의 본선 진출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을 이긴다면 내전으로 상처 입은 고국에 희망적인 소식을 전해주는 것은 물론 본선에 대한 마음도 품을 수 있다.
시리아전은 결국 얼마나 빨리 골을 넣느냐에 달렸다. 누군가는 몰아치는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시리아는 지난 6일 우즈벡을 상대로 수비시 8명이 극단적으로 내려서서 밀집 수비를 펼치다가도 공격 때에는 빠른 측면 돌파와 패스를 보여줬다. 마냥 수비만 하다가 역습만 했던 지난 9월 맞대결과는 달랐다.
수비를 깨기 위해서는 결정력 놓은 공격수의 한 방이 필요하다. 손흥민에게 기대를 거는 이유다. 손흥민은 지난해 9월 중국전만 치르고 시리아전은 불참했다. 반대로 이번에는 중국전은 경고 누적으로 결장하고 시리아전에는 이변이 없는 이상 선발이 유력하다.
손흥민은 수비 진영을 깨는 현란한 드리블과 슈팅력이 있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돌아 들어오며 감아 차는 슈팅은 일품이다. 알고도 당한다는 점에서 시리아의 중앙 밀집 수비를 깨기에도 그만이다.
반대로 손흥민의 공격이 막힌다면 슈틸리케호의 고민은 더 깊어진다. 손흥민은 종종 드리블을 길게 하다가 상대 수비에 차단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소속팀과 달리 대표팀에서는 상대적으로 더 약한 상대들과 주로 맞붙는데, 상대의 밀집 수비 3~4명이 손흥민을 감싸고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최전방 공격수 김신욱(전북 현대), 이정협(부산 아이파크)으로는 밀집 수비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중국전을 통해 확인했다. 제공권 장악은 상대가 수비를 조금이나마 풀거나 힘이 빠져야 가능하다.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기성용(스완지시티) 등 중앙 미드필더가 공격에 가담해 슈팅을 하는 것이 두 번째 방법이지만 어디까지나 손흥민의 공격이 막혀버리는 경우에나 해당한다.
손흥민은 시리아전 해결책으로 선제골을 꼽았다. 그는 "선제골을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제골을 허용하지 않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꼭 승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필승을 다짐했다. 그러면서도 "물론 시리아를 쉽게 봐서는 안 된다"며 경계심을 안고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리아에 골을 내준다면 한국은 말 그대로 치명상을 입게 된다.
손흥민 외에도 황희찬(잘츠부르크), 김보경(전북 현대), 황의조(성남FC) 등 조커들도 화끈한 공격을 보여줘야 한다. 손흥민이 사실상 풀타임을 소화한다면 이들 3명과의 호흡이 문제가 없도록 슈틸리케 감독이 틀을 잘 짜줘야 한다. 이들끼리 엉겨붙어 공격력이 약화된다면 결과는 허망해질 수 있고, 슈틸리케 감독의 책임론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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